사진=뉴스1,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매년 2600여명이 만 18세가 되면서 자립능력과 무관하게 사회에 던져진다. 이들 대부분 원가족과 함께 생활하지 않고, 경제적 도움도 받지 못한다. 보호종료아동 10명 중 4명은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빈곤층 1인 가구로 전락한다. 심지어 직계가족의 소득이 인정되면서 수급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 없이는 이들이 빈곤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즉 정부가 '1인 가구 맞춤 정책'으로 보호해야 할 또 다른 1인 가구다. [1코노미뉴스]는 이달 기획시리즈를 통해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된 보호종료아동 실태를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올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보호종료아동이 자립 과정에서 취업, 주거, 교육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 장관에게 권고했다. 

국가가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실질적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수년째 지적되어 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 보호종료아동의 욕구와 필요에 맞게 보호체계 진입단계부터 자립 지원, 사후 관리까지 통합적이고 지속성 있는 정책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만여명의 아동이 현재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형태로 보호받고 있다. 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조치가 종료돼 자립해야 한다. 

매년 2600여명이 공식적인 보호 종료 후 사회에 나온다. 이들은 1인 당 500만원 정도의 정착금과 월 30만원(3년간 지원)의 자립수당을 받는다. 이는 보증금이 있는 월세를 구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자립수당은 월세 내기에도 빠듯하다. 결국 보호종료아동은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기 전에 사회에 나온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실제로 많은 보호종료아동이 일용직 근무 경험이 있다. 학력이 낮고, 기술이 부족해 정규직 취업이 쉽지 않아서다.  

복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보호종료아동의 40%가 기초생활수급 경험이 있었다. 평균 대학 진학률은 52% 수준에 그쳤고, 월평균 수입은 123만원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아동권리보장원의 '2016 보호종결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 조사'에 따르면 보호종료 아동 상당수는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의 33.9%는 전세임대주택에 거주하고, 26.7%는 보증금이 있는 월세로 살고 있었다. 또 보호종료아동 중 57.5%는 주거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보니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심지어 자살, 범죄 등 각종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복지부가 자립수준 평가대상자 1만2796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무려 26.3%가 연락 두절 상태였다. 

보호종료아동은 정서적으로도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비자발적 1인 가구'의 삶을 살면서 심리적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원가족과의 관계 문제, 시설 출신이라는 낙인효과·편견과도 맞서야 한다. 타인과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울감과 불안감, 무력감, 자괴감 등을 느껴 삶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적 지원, 진로·취업 관련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권위도 "현행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정책은 금전적 지원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며 "개인별 필요에 맞는 지원 기반 마련과 자립에 필요한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보호종료아동 지원 정보의 적극적 제공방안 마련, 주거환경 개선, 자립지원전담기관 설치 확대, 자립지원전담요원 확충, 실용적 생활기술 교육 확대, 중·장기적 직업훈련 프로그램 마련, 취학지원 확대, 개별적 맞춤형 정신 건강 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 심리적 안정 지원 등을 권고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열악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효과적 정책수립과 체계적 지원을 위해 정확한 실태파악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매년 수천명의 보호종료아동 1인 가구가 생긴다. 하지만 이들이 사회적 가족으로 재탄생하는 현실을 보기 어렵다"며 "현금 얼마를 손에 넣어주는 보여주기식 사업은 그만둬야 한다. 특히 이들이 번 돈 때문에 지원을 축소하고 끊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준비 없이 홀로서기한 아이들에게 심도 있는 지원이 필요한데, 정작 아동양육시설 한 곳당 자립지원요원은 1명 수준이다.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자료사진./사진=픽사베이
자료사진./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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