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리스트
정희선 칼럼리스트

최근 액티브 시니어 (active senior)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굳이 풀이하자면 ‘활동적 장년’이라는 표현으로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를 즐기며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고령층을 의미한다. 2020년 기준,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시장 규모를 삼성경제연구소는 약 125조원, 통계청은 약 14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들은 넉넉한 자산을 바탕으로 자신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이는 옆나라 일본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일본의 고령층은 국가 전체 소비의 약 40%를 차지하며, 금융자산의 약6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최근 고령층의 건강 수명 또한 늘어나면서 액티브 시니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액티브 시니어들은 지금, with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불필요한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영역의 배움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이 많아진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우선 악기를 배우는 시니어들이 증가하고 있다. 예전부터 악기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고령자들 혹은 젊은 시절 악기를 잠시 배웠다가 도중에 그만 둔 고령자들 중 “자유시간이 늘었다”며 배움을 재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실이 활성화되고 있다. 악기를 배우고 싶지만 밀집되는 환경과 대중 교통 이용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지도를 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고령자는 피아노 강사와 일본의 국민 메신저인 라인을 이용하여 일주일에 2번 피아노 레슨을 받는다. 이들 중에는 비싼 피아노를 살 엄두를 내지 못하다 작년 5월경에 지급된 코로나 지원금 (1인당 약 100만원)을 받은 후 그 돈으로 전자 피아노를 구입한 고령층도 있다. 

피아노 뿐만이 아니다. 젊을 때부터 꿈꿔왔던 드럼을 배우고자 문의하는 시니어층이 증가하고 있다. 드럼은 대부분 개인실에서 지도와 연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적고 더불어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 분출이 가능하기에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확산 후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활동에 시간을 쏟는 시니어들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고령층의 인터넷 이용 인구는 증가 추세에 있었다. 일본 총무성의 2019년 조사에 의하면 60대의 91%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70대는 74%, 80세 이상에서도 58%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80세 이상의 인터넷 이용은 전년 대비 무려 36포인트나 상승한 수치이다.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고령층이 증가함에 따라 유투버에 도전하거나 화상 회의를 통해 교류를 넓히는 등 온라인 세계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령자들이 모여서 교류하는 살롱이나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 동영상 제작법, 디지털 기기 강습 등도 속속 개설하고 있다. 고령자들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는 시니어 유투버 100명 육성을 목표로 주제 선정부터 편집까지 배울 수 있는 유투브 과정을 개강할 예정이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외국어를 배우는 시니어들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가 잠식되면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며 그 때를 대비해 영어 회화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상에서 중고거래를 시도하는 시니어들도 많아지고 있다. 일본 최대의 중고품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메루카리 (mercari)에 의하면 최근 중장년층 회원의 증가율이 높다고 한다. 특히 60대 이상의 이용자가 1년 전에 비하여 40%나 증가하였으며, 60대 이상 고객이 메루카리에 출품하는 제품 수는 월 평균 6개로 20대의 약 2배에 이른다. 고액품의 거래도 젊은 층보다 많아 고령층 고객의 거래 건수와 거래 금액이 상승세에 있다. 

코로나 확산 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 안을 정리하고 쓸모 없어진 물건을 메루카리를 통해 팔면서 종활 (終活,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 을 하는 고령자들도 많다. 

이에 따라 메루카리는 고령층이 쉽게 메루카리에 출품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지원한다. 지역의 신문배달원이 고령자의 집을 방문해 메루카리의 다운로드부터 출품 방법까지 가르쳐 주는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메루카리 교실’이라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메루카리 앱의 사용법을 가르쳐 주거나 사진 촬영법, 물건이 잘 팔리도록 하는 팁 등도 전수한다. 

이러한 고령층의 사회와의 적극적인 교류 및 배움 활동은 고령자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부담해야할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킨다. 또한 고령자들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은 기업들에게는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 앞서 소개한 메루카리의 경우 40대 미만의 메루카리 이용은 이미 성숙기에 달해 성장할 여지가 적은 반면 40대 이상, 그 중에서도 60대 이상 고객에게 서비스가 침투할 여지는 크다고 보고 고령층에게 적극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찾거나 혹은 고객 그룹을 확장하고 싶은가? 액티브 시니어들을 한 번 들여다 보는 것은 어떨까.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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