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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리캔버스, 뉴스1 / 디자인=안지호 기자 
매년 2600여명이 만 18세가 되면서 자립능력과 무관하게 사회에 던져진다. 이들 대부분 원가족과 함께 생활하지 않고, 경제적 도움도 받지 못한다. 보호종료아동 10명 중 4명은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빈곤층 1인 가구로 전락한다. 심지어 직계가족의 소득이 인정되면서 수급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 없이는 이들이 빈곤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즉 정부가 '1인 가구 맞춤 정책'으로 보호해야 할 또 다른 1인 가구다. [1코노미뉴스]는 이달 기획시리즈를 통해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된 보호종료아동 실태를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보호종료아동들은 성인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냉혹한 사회로부터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보호시설 퇴소 시 이들에게 각종 지원금이 주어지지만 주거문제·생계유지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마저도 경제 개념이 부족해 돈을 막 쓰는 경우가 많고, 정서적인 지원 미흡으로 사회에 녹아들지 못해 각종 범죄에 연루되거나 심각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회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1코노미뉴스]는 보호종료아동이 겪는 어려움과 불편사항을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보호종료아동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불편은 주거생활이다. 단적으로는 주거 비용 부담이 크다. 이에 거처를 자주 옮기거나 비슷한 처지에 놓인 청년들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또 정부에서 마련한 주거 지원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와 의지 부족으로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 하는 일이 다반사다. 돈이 있다고 해도 균일한 식생활 등 가사를 이어가지 못한다.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다.  

보호시설 퇴소 6개월째라는 김원종(19. 가명)씨는 고시원에 머물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보호시설 퇴소 후 모텔방을 전전하다 최근 고시원에 들어갔다"면서 "먼저 퇴소한 형들한테 정착금을 다 뜯겼다. 지금은 원룸 월세라도 들어가고 싶어 돈을 모으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당분간은 고시원 생활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예원(21. 가명)씨도 보호종료아동들의 집 구하기까지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퇴소 후 부동산을 혼자 찾아갔었는데, 나이가 어리고 혼자니까 정말 허름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인가 싶은 데만 보여줬다"면서 "한 번은 월세 집주인이 출신을 밝혔더니, 대놓고 꺼린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요셉(23. 가명)씨는 얼마 전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주거지원 정책을 문의하기 위해 주민센터 관계자를 찾아갔지만,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주민센터에서 임대주택 지원에 대해 문의했지만, 관계자분도 관련 제도를 잘 몰랐다"면서 "상담내용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립 첫 단추인 집 구하기를 해결해도 하루하루 생계란 난관이 남아있다. 대체로 저학력자인 경우가 많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당장 먹고살 돈이 필요해 아르바이트 등에 매달리다, 결국 학업을 포기하는 일도 다반사다.  

경기도에 있는 택배물류창고에서 일하고 있는 우동민(22. 가명)씨는 최근까지 수입이 불안정한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해오다 지인의 소개로 일자리를 옮겼다. 우 씨는 "시설 퇴소 후 많은 일자리에 지원했지만, 학력이 낮아 모두 떨어졌다"면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김예지(24. 가명)씨는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직에 취직해 경제적으로 해결될 것 같았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김 씨는 "어렵게 취직한 일자리였지만 일할 때 사람들에게 치이고 집에 오면 혼자고, 그걸 오로지 혼자 버텨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 결국 그만뒀다"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말하는 한지희(27. 가명)씨는 이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한 씨는 "몇 년간 아르바이트 일만 해오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었지만, 결국 휴학을 이어가다 올해 자퇴서를 냈다"고 전했다. 

정서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간 관계 고민, 범죄노출, 자살 등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신병호(26. 가명)씨는 "처음 자립정착금을 받았을 때 갑자기 큰돈이 생기니까 막 쓰게 됐다"며 "두 달도 안 돼 지원금을 모두 써버려 끼니도 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운이 좋게 어느 사회복지사분을 만나 금전적인 도움과 조언을 받아 희망을 얻었다. 퇴소할 때 그런 조언이 있었다면 안 그랬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도재희(24. 가명)씨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모르는 것은 너무 많고 힘들 때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은 없었다"며 "힘들게 쌓아온 일들이 한번씩 흔들릴 때면 정신적으로 '나는 살아봤자 쓸모없는 존재인가' '이번 생은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민지(28. 가명)씨는 보호종료아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대부분의 사람은 보호종료아동이라고 하면 편견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로 인해 받는 피해, 마음의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돌봄 사각지대로 인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6월에는 자립정착금을 노린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보호시설을 퇴소하게 된 이민규(18. 가명)씨에게 앞서 퇴소한 시설 선배들이 찾아왔다. 기댈 곳이 없었던 이 씨는 선배들에게 의지하게 됐지만, 선배들의 목적은 오로지 이 씨의 자립정착금뿐이었다. 이 씨와 함께 유흥에 돈을 모두 탕진한 선배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선배들은 이 씨에게 돈을 벌어오라며 협박과 폭행을 일삼았고, 버티지 못한 이 씨는 결국 7층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보호종료아동들은 만 18세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사회생활을 맞닥뜨리는 청년 1인 가구다. 자립 기술이 현저히 낮은 상태에서 사회에 던져진 이들은 당황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호종료아동의 주거안전이 최우선적으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정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아동복지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원가족의 지지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보호종료아동 대부분은 사회 부적응, 빈곤, 조혼, 노숙, 범죄, 실업 등의 각종 위험에 노출된다"면서 "불안정한 주거는 위기와 탈위기의 반복을 초래하므로 학습, 취업, 진로 등 자립지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지원 효과를 극대화하여 자립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호종료아동을 주거취약계층정책 대상으로 편입해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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