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 분출 손으로 막고 있으니 비닐봉지 주더라"

지난 1월 13일 오후 2시 20분께 경기 파주시 월롱면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해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 사진 =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지난 1월 13일 오후 2시 20분께 경기 파주시 월롱면 A사 공장에서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해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 사진 =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지난 1월 독성물질 유출로 근로자가 사망한 파주 공장 사건의 진실이 드러났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에게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재해조사 의견서가 공개됐다.

7일 [1코노미뉴스]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재해조사 의견서를 확보했다. 해당 조사서에는 재해발생과 비상대응 실패 요인이 원청인 A사에 있다고 나왔다.

당시 사고는 6명의 작업자가 독성물질에 노출됐고 이 중 1명은 목숨을 잃는 심각한 중대재해였다. 이에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A사와 관련 협력사 등 관계자와 면담·진술, 현장 확인 등을 근거로 재해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이번 재해는 TMAH 누출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임에도 배관 수정 작업을 강행하면서 발생했다. 먼저 작업 전 안전조치를 작업 중에 실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작업은 신규 탱크와 간섭으로 기존 TMAH가 공급되는 배관 일부를 잘라내고 배관 구성을 수정해야 했다. 따라서 작업 전에 모든 TMAH 밸브를 닫아야 했지만,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밸브를 닫았다. 

또 TMAH 제거가 부적절하게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장비 또는 배관 철거 시 Turn Off는 배관 내부 약액 제거까지 완료하도록 절차서에 나와 있으나, 이번 사고 시에는 밸브를 잠그는 것만으로 Turn OFF 완료가 이뤄졌다. 따라서 배관 내에 남아 있는 TMAH에 작업자가 접촉될 위험이 있었다.

심지어 작업자들은 TMAH 밸브 위치도 몰랐고 밸브가 모두 6개인지도 몰랐다.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작업에 나섰다는 의미다.

조사서에는 사고 후 A사의 비상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담겼다. 

A사는 TMAH 누출 직후 작업자를 즉시 대피시키고, 세척 등 응급조치를 신속하게 해야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십여분 이상 작업자들이 독성물질에 접촉된 이후 대피시켰다. 또 대피 후 세척과 같은 응급조치 후 병원 이송을 해야 했지만, 협력사 작업자들은 본인들끼리 세척을 하다가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A사는 협력사 작업자의 안전보다는 TMAH 공급밸브를 닫기에 급급했으며 누락 밸브 위치도 몰라 약 30분간 독성물질이 그대로 노출되는 등 신속한 누출 차단도 실패했다. 

여기에 협력사 작업자들이 누출된 TMAH를 손으로 막고 있던 상황에서 대피 대신 비닐봉지를 가져다줬다는 진술도 나왔다. 

당시 작업자들은 "TMAH가 급성독성물질임을 알지 못했다. 원청으로부터 위험성 교육을 받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원청인 A사가 현장 감독·관리 의무를 불성실하게 해 온 정황도 드러났다.

TMAH와 같은 급성독성물질 관련 작업임에도 작업계획서 작성이 필요 없는 긴급작업허가서로 편법 발행이 이뤄졌다. 협력업체 주도로 현장 안전조치가 이뤄지고 절차를 무시한 채 현장에서 공사 진행 업체가 바꾸기도 했다. 

독성물질 유출 사고를 겪은 협력사 직원은 "누출된 배관을 재연결하려다가 너무 많은 약액이 묻어서 제가 스스로 샤워시설을 찾으러 갔기에 원청 측 직원이 대피하라든가 하는 애기를 들은 적은 없다"며 "TMAH가 냄새도 안 나고 색깔도 없어서 위험한 물질인지 몰랐다. 그래서 배관 재연결을 도와달라는 말에 약액이 분출되는데도 가서 작업을 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누출된 물질이 위험한 물질인지 몰랐기에 사고 당시 손으로 막고 있었다. 위험한 물질이면 원청 담당자들이 바로 사고 장소에서 나가도록 초지 했어야 했는데 비닐봉지를 가져다주고 하니까 저희가 막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위험한 물질인지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재해조사 의견서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라 답변이 어렵다"며 "당사는 파주 공장 사고 이후 안전관리 혁신 대책을 발표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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