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폰타나, GS25리테일, 통계청/디자인=안지호 기자
사회·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역차별 해소를 호소하는 1인 가구의 목소리가 거세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1인 가구 맞춤형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1인 가구의 삶이 질이 떨어져서다. 올 상반기 발표된 각종 보고서와 통계 수치를 보면 이러한 실상이 드러난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1인 가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의미한 숫자를 통해 2021년 상반기를 결산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미혼 1인 가구 59.3% 월세 거주, 결혼 가치관 달라져  

1인 가구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서 결혼이 더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수치가 나왔다. 이는 청년 고용불황과 주거 불안이 겹치면서 자연스레 비혼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리다. 미혼 1인 가구 가운데 59.3%가 월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 따르면 미혼 1인 가구 59.3%가 월세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가에 거주하는 경우는 11.6%에 불과했다. 이는 통계개발원이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20% 표본조사)를 바탕으로 20∼44세 미혼 인구의 세대 유형을 조사한 결과다.

사진=통계청 자료
사진=통계청 자료

 

비혼이 늘어난 이유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조사 기준으로 30∼44세 미혼 여성 가운데 61.6%는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전문직이거나 고학력일수록 미혼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는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23.4%로 가장 높았다. 이밖에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가 19.3%,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가 12.4%를 각각 차지했다. 미혼 남성 역시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가 18.4%로 비혼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결혼 가치관 변화는 정부가 지난 2015년에 이어 5년 만에 진행한 '제4차 가족실태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0대를 중심으로 비혼독신이나 무자녀 등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벗어난 가족 개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나 혼자 시골 간다"... 귀농인 72%는 1인 가구

비혼을 선택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혼자서 귀농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간 귀농가구 중 72%는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작년 귀농인은 1만1504명, 귀농가구원은 1만6181명이다. 성별로 보면 남자가 7891명으로 68.6%를 차지했다. 여자는 31.4%였다. 귀농 가구의 72.4%(8264가구)는 1인 가구다. 1년 전보다 3.5%포인트 더 늘었다. 2인 가구는 18.6%였다.

눈에 띄는 점은 30대 이하 귀농 가구가 1362가구로 역대 최대였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농촌 생활에 관심이 많아진 데다 취업난으로 농업에서 기회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시골살이'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관련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충북 영농조합 농촌 지킴이 이원석 대표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귀농·귀촌이 대세다"라며 "이들 세대를 집중유치 대상으로 설정하고, 이들이 충북에서 안착해 생활할 수 있는 귀촌 지원형 청년일자리 창출 모델사업과 더불어서 채소, 과수, 특용작물 등을 중심으로 하는 귀농 지원형 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제2차 귀농·귀촌 지원 종합대책 사업에 공간을 기반으로 귀농·귀촌 희망자를 유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시책발굴과 더불어 현재 추진 중인 농시(農市) 조성사업을 국가정책에 반영해 나가도록 하는 전략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귀농을 택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꼈거나, 지난한 취업난에 새로운 희망을 찾아 귀농을 선택하고 있다. 

사진=미리캔버스,픽사베이/디자인=안지호 기자

◇1인 가구, 10집 중 4집 '백수'

지난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긴 가운데 1인 가구 중 40% 이상이 미취업 상태로 나타났다. 벌이가 있더라도 3가구 중 1가구는 월 200만원을 못 버는 등 경제 여건을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은 '2020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 현황'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취업 가구 비중은 59.6%로 전년 대비 1.2% 포인트 하락했다. 즉, 1인 가구 10가구 중 4가구는 백수라는 의미다. 1인 가구 임금근로자의 급여 수준을 보면, 월 100만원 미만이 12.4%, 100만~200만원 미만이 20.5%, 200만~300만원 미만이 35.7%, 300만~400만원 미만이 19.0%, 400만원 이상이 12.4%로 나타났다. 취업 가구 중 3분의 1은 월 200만원도 못 버는 셈이다.

연령별 취업 1인 가구는 50~64세에서 102만5000가구(27.7%)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30~39세가 81만6000가구(22.0%), 40~49세가 69만9000가구(18.9%) 순으로 나타났다. 30대·40대 취업 가구가 줄었다. 30~39세 취업 가구는 1만4000가구, 40~49세는 1만6000가구 각각 감소했다.

◇ 지난해 우리나라 사상 첫 인구감소…1인 세대 900만 늘어나

반면 지난해 세대수는 큰 폭으로 늘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1인 세대가 급증하면서 세대수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세대는 전년도보다 57만4741세대(6.77%) 늘어난 906만3362세대로, 처음으로 900만 세대를 돌파했다.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인 세대가 39.2%로 가장 높았다.

1·2인 세대를 합친 비중은 전체 세대의 62.6%에 이른다. 1·2인 세대 비율은 2016년 56.5%에서 5년 사이 6.1%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4인 이상 세대 비율은 2016년 25.1%에서 지난해 20.0%로 떨어졌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평균 세대원 수는 2.24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균 세대원 수는 2011년 2.53명에서 2014년 2.48명, 2017년 2.39명, 2019년 2.31명 등으로 줄곧 감소 추세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가족 개념의 변화가 세대 변동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가족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이는 주거·복지·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정책 방향이 수정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1인 세대는 1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혼자라서 자연스러운 일들이 많아지고 오히려 4인 세대 구성을 보기가 드물어질 것이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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