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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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어쩌겠어요. 가만히 있으면 100원이라도 생기나" 
"쉼터도 문을 닫았고, 지하철만 타면 공항 갈 수 있잖아요. 여기는 시원하니까 좋아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염·코로나 여파로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고령층이다.

수도권은 짧은 장마 기간 이후 최고기온 30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온열증상에 취약한 고령층의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65세 이상 노인층은 체온조절 기능이 많이 떨어져 온열질환을 겪을 위험이 크다.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4일까지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보면 온열환자 1092명 중 536명(49.1%)이 65세이 이상 노인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바깥으로 나온 노인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최고기온 34도를 기록했던 지난 5일, 오전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만난 독거노인 이동백(71.가명)씨는 폐지를 모으기 위해 수레를 이끌고 거리로 나왔다. 나무 그늘 밑에 휴식을 취하던 그는 "더워도 가만히 있으면 독거노인인 나한테 누가 돈 주나요? 이렇게라도 돌아다녀야 100원이라도 더 벌지. 나 말고도 폐지 줍는 노인 많아요. 늦으면 폐지도 없어"라고 말했다. 이 씨의 노령연금은 월 30만원이다. 이마저도 쪽방 월세, 병원비, 약값을 부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아울러 이 씨는 마스크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더운 날씨에 마스크까지 쓰려니 죽겠어. 이놈의 마스크 좀 확 던지고 싶다니까. 코로나가 왜 이렇게 애를 먹이는지"라며 호소했다.

더위 피해 공항 찾은 고령층./사진=뉴스1
더위 피해 공항 찾은 고령층./사진=뉴스1

코로나19 여파로 노인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경로당, 노인 쉼터 등이 대부분 폐쇄하면서 더위를 피해 공항을 찾는 노인들이 늘어났다. 

앞서 지난 7월 6일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서자, 정부는 7월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시켰다. 이로 인해 당초 올해 여름 폭염이 예상돼 노인들의 더위를 식혀 줄 무더위 쉼터가 개방될 예정이었지만, 거리두기 격상으로 대부분이 다시 문을닫았다. 소수 개방된 노인쉼터는 백신접종자이거나 인원이 제한되는 등 조건이 성립되어야 이용할 수 있다.

노인들이 더위를 피하고자 찾은 곳은 바로 다름 아닌 공항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공항은 24~26도 유지되는 쾌적한 환경과 볼거리가 많아 고령층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인천공항2터미널역을 찾은 김원록(72. 가명)씨는 "쉼터는 문을 닫았고, 지하철역이 공짜니까 아침에 공항으로 나와서 TV보고, 비행기 구경하면 시간 금방 가요. 여기는 깨끗하고 시원하니까 너무 더우면 자주 오죠"라고 말했다. 

6일 공항철도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27일까지 인천공항 1,2 터미널역을 이용한 승객은 28만9763명(승하차합계)로 지난해 같은 기간(27만9155명)보다 3.8%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65세 이상 시민의 수는 3만92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93명과 비교해 무려 93.3% 늘었다. 일일 평균 이용객수도 1453명으로 전년 752명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공항터미널 청소담당 직원 권민주(가명)씨는 "가끔은 힘들죠. 코로나19 때문에 취식이 금지인데도 어르신들이 간식을 많이 가져오세요"라며 "바닥에 그냥 버리는 경우도 많고, 규칙을 안 지키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호소했다.

또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진행 중인 가운데 공항을 찾은 노인들이 해외 입국자와 접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공사는 마스크 착용을 강화하고 음식을 섭취하거나 음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조치할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해외 입국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관련 기관들과 협의해 대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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