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리스트
정희선 칼럼리스트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상업시설들이 고전을 겪고 있는 중 최근 오프라인 점포의 대안으로서 이동식 점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고령화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이동식 점포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동식 점포가 무엇이며 어떻게 고령화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일본에서는 거동이 어려워 생필품을 사거나 장보기가 어려운 고령인구를 일컫는 ‘쇼핑난민’(買い物難民 또는 買物難民)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쇼핑난민 외에 쇼핑약자(買い物弱者 또는 買物弱者), 쇼핑빈곤자(買い物困難者 또는 買物困難者)라는 말도 쓰인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4명 중 1명이 이미 쇼핑난민이다. 농림수산성의 농림수산정책연구소는 2018년 6월 ‘식료품 접근이 곤란한 인구 추계’(食料品アクセス困難人口の推計)에서 “가장 가까운 소매점까지 직선거리로 500미터 이상 떨어져 있고, 자동차를 사용할 수 없는 65세 이상의 사람은 2015년 기준으로 전국에 824만6000여 명”이며 “이는 2005년에 비해 약 21.6%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외출자제까지 겹치면서 다양한 산업에서 이동점포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도쿠시마루’는 2012년부터 경트럭을 이용한 이동 슈퍼를 운영 중이다. 트럭은 냉장 시설도 갖추고 있어 신선 식품과 반찬 등도 판매가 가능하며, 약 400개 품목의 상품을 싣고 고령자가 많은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를 방문한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4월부터는 매출이 10~20% 증가하였다. 도쿠시마루는 2020년 10월말 기준, 총 629대의 트럭을 운영 중이나 3년 이내에 1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본의 대형 슈퍼마켓인 이온이나 이토요카도 또한 이동식 점포를 늘리고 있는데, 일반 슈퍼에 비해 제품의 단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많은 양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슈퍼에 비해 물건은 약 10~20엔 (100~200원) 정도 비싸지만 많은 고령자들이 집 앞으로 와 주는 트럭에 감사하다며 높은 가격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무인양품도 의류나 일용품의 이동판매를 시작하였다. 무인양품은 최근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다양한 활동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동트럭을 통해 무인양품을 방문하지 못하는 고령자들도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0년 6월부터 트럭을 개조한 버스 2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갖고 싶은 상품은 없는지 혹은 곤란한 일은 없는지를 묻는다. 야마가타현 사가타시에서는 공원 등 수십군데를 15분씩 체재하며 돌고 있는데,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주 2회에서 주 3회로 운영 회수를 늘렸다. 

단지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안경점을 운영하는 ‘메가네 슈퍼’는 앞으로의 신규 출점은 이동점포를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2021년까지 매년 트럭 3대, 밴 30~40대를 투입하여 2023년까지는 110대 정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메가네 슈퍼는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 채산성이 맞지 않는 점포의 정리를 진행하고 있던 차에 손님이 급감, 2020년 5월 이후에 53개의 점포를 닫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가네 슈퍼가 주목한 것은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자사의 이동점포이다. 메가네 슈퍼는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1월부터 트럭을 개조하여 시력 검사가 가능한 검안기, 렌즈를 깎는 가공기를 갖추고 양로원을 중심으로 이동식 점포를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100명 정도 양로원의 경우 평균 약 10명 정도가 트럭을 방문하고, 그 중 3~4명 정도가 안경을 구입한다. 눈이 약해진 사람이 많아서 비싼 렌즈의 주문도 꽤 많아, 하루 매상이 30만~40만엔 (약 300~400만원) 정도인 적도 있다고 한다. 반면 차량비를 포함해 초기 투자는 일반 점포의 20~30%정도로 해결되며 월세가 들지 않기 때문에 주 3회 정도만 가동하면 일반 점포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 

앞으로는 트럭보다 작은 사이즈의 밴도 활용할 계획이다. 고객의 성별이나 용도를 사전에 조사하여 안경의 프레임은200~300개 정도만 준비하여 방문한다. 직원 1~2명 정도가 하루에 약 2~3가정을 방문하는 것으로 계획 중이다. 양로원 뿐만 아니라 자택에서 요양하는 고령자들도 시력 검사와 눈 건강 관련 검사를 받고 필요한 경우 안경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트럭이나 밴을 이용한 이동식 점포는 초기 투자 비용이 적지만 이익률이 높아 최근 다양한 산업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집 앞까지 찾아가는 점포가 코로나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식 점포는 초고령화 시대, 그리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의 새로운 사회 인프라가 될 것인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