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마음대로 켰다고…"
"자식인데 어떻게 신고해요. 그냥 참지"

국내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노인학대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식의 처벌을 걱정하거나 보복을 두려워해 신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0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지역 노인학대는 2018년 1316건, 2019년 1429건, 2020년 1800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특히 올해 6월까지 1279건이 신고되어 전년 동기간(879건) 대비 46% 증가했다.

노인학대는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건수는 6259건으로 집계됐다. 학대행위자 유형은 아들이 34.2%로 가장 많고, 배우자(31.7%), 기관(13.0%), 딸(8.8%) 순이다. 이처럼 노인학대 특징으로는 학대행위자 대부분이 가족구성원이었다. 재학대 비율도 2016년 이후 9.8%를 기록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대를 당한 노인들은 신고 이후 재학대를 두려워하거나, 자식이 형사 처벌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돼 신고하기를 꺼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고된 노인 학대 피해 중 경찰에 3회 이상 반복신고 된 학대 우려 노인 72명과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사례관리 중인 38명 등 총 110가구를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사례를 보면 2019년 50대 딸이 자신의 허락 없이 에어컨을 틀었다는 이유로 80대 노모를 향해 빨래건조대를 집어던지거나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했다. 경찰은 즉시 딸을 폭행 혐의로 입건했고, 노모와 분리조치 시켰다.

졸지에 독거노인이 된 80대 노모는 지금까지도 "딸이 다시 찾아와 때리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경찰은 가해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보호명령 요청과 각종 법률 지원, 기초생계비,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등 경제적 지원도 연계했다.

다른 사례의 경우 알코올중독에 빠진 40대 아들이 자신의 처지를 부친의 탓으로 돌리며 70대 부친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진술조사에서 아들의 형사 처벌을 걱정해 폭행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노보전 합동점검팀은 피해자를 설득했고, 피해 진술을 확보해냈다. 경찰은 아들을 존속폭행으로 입건하고 가해자가 주거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이처럼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노인학대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821만명으로 전년(775만명)보다 46만명 증가했다. 유엔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보고 있다. 그중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2000년 이후 고령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고령인구 비중은 16.4%로 고령사회에 속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노인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인학대 증가의 원인으로 경제 불안, 노인 빈곤문제, 사후관리 시스템 미흡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으로부터 노인학대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노인학대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심각성 인식 및 대책 마련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노인학대를 단순히 가정 내 문제로 여기는 인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범부처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노인학대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자치경찰 시대를 맞이해 기관의 입장이 아닌 '노인학대 예방'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위해 경찰과 서울시, 유관기관이 상호 협력해 서울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치안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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