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선 기자 

자연의 순리는 거스르는 법이 없다. 입추(7일)가 지나자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한 풀 꺾인 모양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방안 깊숙한 곳까지 닿길 바라는 마음에 창문을 열어둔다. 각종 소음이 썪여서 귀까지 전달된다. 그중 오토바이 굉음이 제일 크다. 배달업체 라이더들이다. 쉴새없이 밀려드는 주문에 신호도 무시하고 내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기자 마음까지 덜컹 내려앉는다. 

코로나19로 인해 플랫폼 산업이 급성장 중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배달 음식을 포함한 국내 모바일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올해 2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 시장 전망도 밝다. 덩달아 편리함과 신속함을 무기로 장착한 배달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물건이든 음식이든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만 하면 문 앞까지 배달되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이런 신속하고 편리함은 누군가의 힘든 노동과 희생의 대가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배달 노동은 코로나 시기 사람들의 언택트 생활을 보장하고 있지만 정작 라이더들은 노동권은 고사하고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플랫폼과 라이더의 관계, 현 배달 시장의 플랫폼 역할 등을 보면 라이더는 플랫폼 발전에 가장 기본 토대지만 플랫폼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플랫폼 시장이 커질수록 문제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저기서 책임론을 제시하자 플랫폼 업체도 라이더들의 노동권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19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KB손해보험, 스몰티켓과 시간제 이륜자동차보험 상품을 개발해 라이더의 보험 가입을 지원했다.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도 라이더의 서비스 지원을 위한 보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라이더 갑질 피해에 대한 업체 측의 적극적인 대응이다. 정작 이 부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나온다. 

정치권에서 라이더의 인권 보호를 위해 나섰다. 정의당 11명의 의원은 18일 라이더 보호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배달 사업자 등록제를 도입하고 배달 노동을 통제하는 알고리즘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기준 조정을 합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생활물류서비스 안전배달료를 도입한다. 또한 라이더 노동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이륜차 수리비가 공정하게 부과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도 개정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 사회 필수 노동자들의 역할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일자리와 안전을 위한 법"이라며 "헐값에 위험을 짊어진 코로나 필수 노동자인 택배. 배달 노동자의 안전은 바로 시민 안전과도 직결된다. 라이더 보호법안이 조속히 개정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앉아서 편안하게 누리는 배달이 누군가의 값진 노동으로 이뤄진 결과라면 아무리 재화를 지불 했더라도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사람과 사람간의 '예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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