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진의 리더십 읽기 -삼국지편④

디자인=안지호 기자
세상이 복잡하다고 느낄 때 다시 꺼내어 보는 것이 역사다. 그것을 들여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보이고 앞으로 어찌 되어갈지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극이 인기를 끈다. 춘추전국시대와 삼국지 이야기는 그 중 으뜸이다. 삼국지는 망해가는 한나라가 배경이다. 난세에는 망하게 하는 인물과 세상을 구하는 스타가 함께 등장한다. 조조 유비 손권은 최후의 승자이고, 초기에 두각을 나타낸 대권주자들은 따로 있다. 그들은 모두 대권 경쟁에서 실패하고 사라졌다. 원소, 원술, 공손찬, 유표, 여포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배경이나 세력 능력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고 도리어 더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왜 승자가 되지 못하고 무너졌을까? 역사의 패자들을 살펴보면 엄격한 경쟁 속에서 실패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삼국지 초기, 원소의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지방 호족 가문의 배경을 가진 그는 비록 가문의 서자 출신이었으나, 풍모와 개인적인 자질로 적자인 동생 원술을 압도해 지위를 공고하며, 청류파의 세력을 이끌다시피 했다. 초기 근거지를 확보한 뒤에는 고속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그러나 원소의 세력 확장과 여양 전투 과정에는 몇가지 실책이 드러난다. 

첫째, 급속한 외형 성장이 조직에 도움이 됐는가다. 

성공의 결과로 조직은 커지게 된다. 그런데 규모의 성장과 조직의 발전이 같은 뜻이 아닐 수 있다. 커진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낭비와 비효율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되고 결국 조직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조직이 반짝 성공으로 커진 다음 커진 몸집을 감당하지 못해서 포물선을 그리며 몰락한다. 원소도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사람이 모이는 조직이 있고 떠나는 조직이 있다.

조직은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원소 진영에도 인재가 많았다. 원소의 명망과 선두주자라는 프리미엄 덕에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최고들이 모인 집단이 최고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원소의 리더십이 문제였다. 다양한 능력과 바탕을 가진 인재들을 잘 결합해서 시너지가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그 역할을 잘 수행해서 구성원들의 협력과 생산적 경쟁으로 건전한 긴장과 활력이 생겨날 때 최고의 조직이 된다. 최고의 조직은 지식과 첨단 기술, 완벽한 방법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인재 이탈은 위험 신호다. 성장하는 조직이라면 더 심각하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그 원인이 리더라면 치명적이다. 그렇게 떠난 인재 중에 원소 몰락의 결정적 공헌자인 순욱과 곽가가 있었다.

셋째, 사람 몇이 떠났다고 조직이 무너지지 않는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그 영향을 없앨 수 있다. 그런데 원소 진영은 결정적 순간(여양 전투)이 왔을 때 협력하지 않고 도리어 서로 방해해서 능력이 발휘되지 못했다. 주요 지휘 계층이 갈등해서 조직의 기능도 불안한데 리더마저 갈팡질팡했으니 최악라 할 수 있다. 경쟁 우위 확보 기회를 아들의 병간호와 맞바꾸는 리더라면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아들 병간호는 제안 거부를 위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내부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기회를 살릴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고 전략을 제안한 전풍이 원소의 기분을 거스르거나 반발심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성격이 강직해 윗사람의 뜻을 거스를 것’이라는 인물평을 보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공손찬 정벌 때 전풍은 성과 없이 1년 이상 시간만 끌었는데 심배 장군이 투입되어 간단히 마무리한 적이 있다. 군사전략 측면에서 썩 유능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전풍이 말하는 전략이 미덥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리더는 의사 결정할 때 주관적인 판단이나 환경적 요소를 배제할 줄 알아야 한다. 거부를 한다 해도 정당한 평가와 판단이라야 한다. '막내아들의 병간호'라는 이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리더는 조직에서 배출된다. 그런데 리더가 조직을 이끄는 순간 리더는 조직의 상한선이 된다. 어느 조직도 리더의 수준을 능가하지 못한다. 정신적 수준은 더 그렇다. 원소 진영의 한계는 원소였다. 정사 삼국지편 저자는 원소에 대해 '겉으로는 대범하고 온화한 척하나 속으로는 유능한 부하를 질투하고 모략 쓰기를 좋아했다'고 평가했다. 이것만 봐도 조직 내 수뇌부의 갈등과 비협조는 원소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인재가 떠나는 조직, 서로 갈등하며 협력하지 못하는 조직, 급속한 성장에 취해 내부의 능력을 다듬어 높이지 못하는 조직, 구성원이 협력하고 생산적으로 경쟁해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는 조직은 지금 거두는 커다란 성과가 우주의 별이 불에 타 소멸하기 직전 아주 잠깐 내뿜는 밝은 빛일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조직의 몰락은 언제나 성공의 정점에서 시작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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