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정책 시급한데…젠더 갈등에 발 묶인 '건가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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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정책 시급한데…젠더 갈등에 발 묶인 '건가법 개정안'
  • 지현호 기자
  • 승인 2021.09.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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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맞춤 정책의 첫 단추로 꼽히는 '가족' 개념 확대가 젠더 갈등에 휩싸여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가족 개념 확대 방안을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담았는데 여기에 동성혼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이 있어 법안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어서다. 

건가법 개정안은 현행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에 있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정의한 조항을 삭제하고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동시에 법무부도 민법 779조를 손질해 법률상 가족개념에 1인 가구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1인 가구를 가족 개념에 포함해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건가법 개정안은 1인 가구만을 특정하지 않았다. 이성간 사실혼 관계가 아닌 단순 동거나, 동성 동거도 가족 개념에 포함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건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종교계를 비롯한 각종 단체 등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건가법 개정안 반대 청원글은 10만명 넘게 동의자가 나왔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10만명 이상 동의하면 해당 청원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동성혼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첨예한 대립이 이뤄지는 극히 민감한 내용에 1인 가구를 엮어놓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인 가구만을 위한 대책을 주문했지만 여전히 1인 가구를 끼워 파는 대책만 나온다.

이대로라면 1인 가구를 가족 개념에 포함해 맞춤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고 역차별을 해소하다는 계획은 사실상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나라 법과 정책이 '가족'을 단위로 삼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1인 가구 맞춤 정책은 '수박 겉핥기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인 가구 대책이라고 나오는 정책은 교육·모임 프로그램 확대가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쥐꼬리만 한 예산으로 극히 일부만 지원받는 수준이다. 

여성가족부가 2022년 가족정책 예산을 전년 대비 19.8%나 증가한 8859억원을 편성해 놓고 1인 가구 관련 예산은 단 6억원을 배정한 것만 봐도 한계가 드러난다. 

여가부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1인 가구를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강조했지만, 실상은 전국 12개소에서 6억원을 가지고 교육·모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수준이다. 

예산 규모를 봤을 때 각 지자체에서 수없이 많이 선보이고 있는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2020년 기준 664만3000가구에 달한다. 전체 가구의 31.7%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1인 가구 수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2047년에는 37.3%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로 고독사, 여성 1인 가구 대상 범죄 등 각종 사회 문제가 부각되고 있고, 관련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 1인 가구만을 위한 특혜가 아닌 다인 가구 중심의 사회구조와 정책으로 인한 역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1인 가구 지원은 장려냐 아니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큰 사회현상에 대한 선제적이고 통합적 지원체계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1인 가구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니즈를 반영한 종합적인 정책을 긴 호흡으로 하나씩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은숙 부산진구 구청장은 "1인 가구를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가족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 기존의 소극적 접근을 탈피하고 긍정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선 숲과나눔 1인가구 연구원도 "1인 가구의 증가는 가족문화의 변화, 사회구조의 변화를 일으키는 거대한 흐름이다. 그런데 1인 가구는 행정의 사각지대에 있다. 일반 가구 형태로 포함되지 못해서다"라며 "단편적 제도를 중앙에서 지자체로 뿌리는 탑다운식 지원형태를 벗어나 1인 가구가 주체적으로 서비스를 선택, 향유할 수 있는 셀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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