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낮 12시,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제1 빈소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부산 동구 쪽방촌 주민 김모(남.56세)씨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모인 것이다. 영정사진 양 옆으로 흰색과 노란색 조화가 간소하게 놓였다. 흔한 화환 하나 없었지만 조문객들은 조용히 김 씨의 명복을 빌었다. 김 씨는 무연고 사망자다. 동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그는 30년 넘게 가족과 연락하지 않았다. 사망 후 가까스로 친족을 찾았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대개 무연고 사망자는 곧장 화장장으로 옮겨지지만 김씨의 경우 동구쪽방주민모임인 '하나두리'에서 동구청에 공영장례를 신청했고 구청이 이를 받아들여 장례가 이뤄졌다. 김 씨처럼 가족이 있지만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는 대부분은 장례 비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인천에서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된 10명 중 8명은 연고자가 있음에도 비용 때문에 시신 인계를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7,637명이다. 이중 70.46%(5,381명)는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한 경우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무연고 사망자 2,656명 중 1,850명(69.65%), 지난해 3,052명 중 2,165명(70.93%), 올해 8월까지 1,929명 중 1,366명(70.81%)이 연고자가 있었다.

무연고 사망자의 46.9%가 65세 이상 노인으로, 최근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가 증가하고 있어 무연고 사망자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도 2017년 63명에서 2018년 76명, 2019년 81명, 지난해 10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는 1인 가구 증가 등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시신 처리는 장사법 제12조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맡고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연고자를 배우자, 자녀, 부모,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 순서로 규정하고 있다. 연고자가 통보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시신 인수나 처리 위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처리 의무를 거부한 것으로 간주한다. 

허 의원은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연고자들 대부분은 '장례 비용이 부담스럽다', '왕래가 끊겼다'는 이유를 든다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라며 "장례의식 없이 바로 화장되는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늘어나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연고 시신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공영장례가 치러지고, 해당 절차가 전국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조례제정 및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례 의식 지원은 무연고자 뿐만 아니라 연고가 있어도 치를 여력이 없어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지원대상을 넓혀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혈연이나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애도하고 싶은 사람이 연고자가 되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김완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는 "무연고 사망자들 대부분은 이혼이나 별거 등으로 가족이 해체된 비자발적인 1인 가구가 많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나눔과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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