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만 괜찮아"·"재충전 기회"…1인 가구, 혼추에 긍정적

 

코로나19 확산 이후 맞는 두 번째 추석이다. 연일 2000명 안팎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방역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악화했다. 방역당국과 지자체의 '고향 방문 자제' 목소리에 올해도 1인 가구 상당수는 '나 홀로 추석(혼추)'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1코노미뉴스]는 어쩌다 보니 혼추를 겪게 된 1인 가구를 위해 혼자서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직장인 강혜련씨(36)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부모님이 지난 설 연휴에 이웃마을에서 코로나19가 퍼진 일이 있어, 올 추석은 건너뛰자고 하셔서다. 강씨는 "서울에 혼자 살면서 일이 바빠 부모님 뵌 지 오래다. 연휴가 길어 고향에 가려 했더니 먼저 오지 말라고 하셨다. 누구 만날 사람도 없어, 혼자 명절을 보내려니 외로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 세종시에 홀로 거주하는 김신우씨(29)는 긴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다. 하루 세끼를 혼자 해 먹는 것도 문제지만, 온종일 집에 있을 걸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다. 김씨는 "고향에 가면 오랜만에 부모님도 뵙고, 고향 친구들과 만나 한잔하는 즐거움이 있는데 사택에 혼자 남아 있을 걸 생각하니 갑갑하다"며 "여행 계획은 없고, 같은 처지의 회사 동료와 자전거 등 취미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서울에 사는 박삼순씨(71)는 올 추석은 혼자 보내기로 했다. 3년 전에 혼자가 된 박씨는 슬하에 자녀 2명이 있지만 한 명은 전남, 한 명은 부산에 있다. 그녀는 아직 백신 접종도 완료하지 못한 자녀들이 코로나 확진자도 많이 나오는 서울에 올라왔다가 자칫 감염이라도 될까 두려워 자식들에게 연휴 끝나고 10월에나 다녀가라고 말했다. 박씨는 "나는 주사(코로나19 백신)도 다 맞았지만, 명절에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오가는 게 문제라 온다는 걸 그만두라고 했다"며 "자식들과 손주들 얼굴이야 보고 싶지만, 당장 안 본다고 무슨 일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애들 좋아하는 음식 못 해주는 게 아쉽고, 성묘를 못 가니 씁쓸한 거지 뭐 별거 없다"고 전했다.

올해도 1인 가구 상당수가 추석 연휴를 홀로 보내게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추석 연휴인 17~23일 가족 8인(수도권은 백신 접종 완료자 4명 포함)까지만 모임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추석 연휴 후 대규모 코로나 확산을 우려하며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각 지자체도 부모님 건강을 위해 가급적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백신 접종을 완료하거나 진단검사를 받은 후 최소한의 인원만 방문할 것으로 요청하고 있다. 

두 번째 '혼추'를 맞은 1인 가구의 모습은 예년과 달라졌다.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영상통화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연휴를 슬기롭고 보내기 위한 계획을 짜거나, 혼추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기에 오히려 반기는 이들까지 있다. 이미 한 차례 겪어봤던 만큼 혼추 자체가 대수롭지 않은 모습이다. 
 
[1코노미뉴스]는 서울 시내 주요 대학가와 학원가, 업무지구에서 '혼추족'을 만나봤다. 직장인의 경우 자기계발, 취미활동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 취준생, 대학생들은 지인과 사적모임, 아르바이트 등으로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대구가 고향인 이미선씨(33)는 혼추가 오히려 반갑다. 이씨는 "명절 때 친척들이 모이면 꼭 듣기 싫은 잔소리가 나온다. 연애도 하고 있고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어 아쉬울 게 없지만 명절에 가면 자존감 떨어지는 소리만 듣는다"며 "명절 지나고 부모님만 뵈러 내려갔다 올 계획이다. 연휴 때 '호캉스'를 즐기며 내 삶에 충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진호씨(39)는 올 추석에 집에만 머물 계획이다. 김씨는 "여름이 성수기인 직업이라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만 했다. 코로나가 난리인데 남들 다하는 재택근무도 못 해봤다"며 "마침 부모님이 내려오지 말라고 먼저 말해주셔서 이참에 푹 쉴 계획이다. 지금 마음으로는 연휴 기간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싶다. 그저 연휴 기간 뭘 먹어야 하느냐는 걱정만 있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인 임초롱씨(27)는 혼자 보내는 추석이 특별할 것 없다는 반응이다. 임씨는 "원래 코로나19 전에도 혼자 명절을 보내곤 했다"며 "인강 듣고 알바하고, 친구들 만나면서 머리 좀 식히고, 평소랑 같다. 명절 당일에는 좀 외로운 기분이 들긴 한다"고 말했다. 

5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인 정아름씨(29)도 비슷한 반응이다. 정씨는 "명절 연휴가 주는 들뜨는 기분이 있긴 하지만, 인강 듣고 알바하면서 보낼 예정"이라며 "할머니 뵌 지 오래라 올해는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코로나가 심각한 서울에서 시골에 가는 게 오히려 민폐일 수도 있어 생각을 접었다. 연휴에 특별한 일정은 없고 네이버밴드로 스터디 잡힌 게 있어서 그거나 참석할까 한다"고 답했다.

지난 16일 추석을 앞두고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건물 외벽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고향 방문 자제 현수막./사진=뉴스1
지난 16일 추석을 앞두고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건물 외벽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고향 방문 자제 현수막./사진=뉴스1

저마다의 계획을 가지고 홀로 추석을 보내려는 젊은층과 달리 중장년과 고령층은 '혼추'가 반갑지 않은 분위기다.

50대 돌싱남인 아이디 '비처럼'씨는 한 1인 가구 커뮤니티에 "친척들이 비대면으로 차례를 지내자고 하면서 갑자기 혼자 명절을 보내게 됐다"며 "섭섭하고 외롭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교통상황 봐서 혼자 성묘라도 다녀와야겠다"고 글을 올렸다. 

아이디 '봄향기'씨도 "지난 설에 손주 왔다고 떠들썩한 이웃을 보니 괜스레 쓸쓸해지고 했는데 이번 추석에도 혼자 보내게 됐다. 서울에 있는 아들한테 괜찮으니 오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명절에 좋아하는 갈비도 해주고 북적북적 보내고 싶긴 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홀로 추석 명절을 보내는 1인 가구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예년과 달리 갑작스러운 혼추에 당혹감을 보이는 이들은 적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예견된 상황이었던 만큼 미리 계획을 잡고 슬기롭게 추석을 보내려는 이들이 많았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7일 추석 연휴 기간 코로나19 방역·응급의료체계 시행안을 발표했다. 

전국 응급의료기관·시설은 추석 연휴 기간 24시간 운영된다. 당직의료기관 및 휴일 지킴이 약국도 지정·운영되며 이는 오는 18일 오후 12시부터 포털사이트에서 ‘명절병원’으로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수도권·제주 등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자를 포함한 8명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단 집안 모임에 한하며 미접종자가 최대 4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 외식 시에는 기존 인원 제한 지침에 따라 6명 모임까지 가능하다. 성묘의 경우 백신 접종·미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 4명까지 가능하다.

비수도권 3단계 지역은 ‘모든 장소’에서 백신 접종자 4명을 포함 최대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요양병원은 오는 26일까지 입원환자와 면회객 모두 백신 접종자일 경우 접촉 면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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