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 =뉴스1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 =뉴스1

#. 서울에 혼자 사는 안승호(32)씨는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집에 내려갔다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셨다. 과음을 하지는 않았지만, 음주운전을 할 수 없었던 안씨는 대리운전회사에 전화했고, 대리운전기사 ㄱ씨에게 차량을 맡겼다. 그런데 ㄱ씨가 운전 중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이로인해 차량 일부가 파손되고 안씨 역시 상해를 입었다. 사고 원인은 대리운전기사의 과속이었다. 안씨는 손해배상책임을 대리운전회사에 해야 할까, 대리운전기사에게 해야 할까 고민이다. 

대리운전기사로 인한 교통사고는 종종 발생하는 부분이다. 이에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 관련 규정이 있다. 해당 내용을 보면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의 의미를 따져야 한다. 판례를 보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서 정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란 자동차에 대한 운행을 지배하여 그 이익을 향수하는 책임주체로서의 지위에 있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운행지배는 현실적인 지배에 한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간접지배 내지는 지배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4다10633 판결). 

또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 정한 '다른 사람'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 및 당해자동차의 운전자를 제외한 그 외의 자를 지칭한다. 동일한 자동차에 대하여 복수로 존재하는 운행자 중 1인이 당해자동차의 사고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사고를 당한 그 운행자는 다른 운행자에 대하여 자신이 같은 법 제3조에 정한 '다른 사람'임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운행자의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에 비하여 상대방의 그것이 보다 주도적이거나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어 상대방이 용이하게 사고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경우에 한해 자신이 '다른 사람'임을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다87221 판결).

따라서 안씨는 대리운전회사와 대리운전기사 모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대리운전회사가 대리운전기사를 통해 안씨의 차량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독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서다. 안씨는 대리운전회사에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의 운행자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를, 실제 운전자인 대리운전기사에게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한편 사고 처리 과정에서 대리운전회사 및 대리운전기사측이 안씨에게 동승자의 주의의무를 들며 과실상계를 꺼내기도 한다. 이 경우는 어떨까. 결론은 '과실상계를 할 수 없다'이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자동차대리운전회사와 대리운전약정을 체결한 자는 차량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없고 차량의 단순한 동승자에 불과하다"고 나와 있다(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다25755 판결). 

법원은 안씨가 해당 차량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또 자동차의 단순한 동승자에게 운전자에 대해 안전운전을 촉구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해서도 대법원은 "자동차의 단순한 동승자에게는 운전자가 현저하게 난폭운전을 한다든가,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사고발생의 위험성이 상당한 정도로 우려된다는 것을 동승자가 인식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자에게 안전운행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다48675 판결).

즉, 안씨와 대리운전회사와 관계에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음이 전제되어야 신의칙의 견지에서 그 배상액을 감경할 수 있는데, 단순한 동승자인 안씨는 해당하지 않는다. 또 안씨가 대리운전기사에게 안전운전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도 없어,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과실상계를 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