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추'에 거리 나온 독거노인…"혼자 살면, 사람이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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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추'에 거리 나온 독거노인…"혼자 살면, 사람이 더 그립다" 
  • 지현호 기자
  • 승인 2021.09.24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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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심해서 이번에는 자식들한테 오지 말라 했지.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고, 동네나 한 바퀴 돌면서 이렇게 담소나 하는 게 다야. 여 경로당 열릴 적에는 모임도 있고 했는데 그런 거 못 한지 한참 됐다."

추석 당일인 지난 21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공원에는 홀로 나온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고령 1인 또는 2인 가구 어르신이다.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참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을 명절 아침, 어르신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 만난 노인들은 하나같이 "자식들에게 코로나19가 심각하니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고 입을 모았다. 

임순례(72)씨는 "아침 먹고 동네 한 바퀴 돌면서 이렇게 만나고 앉아서 이야기 나누고 돌아가는 게 일상"이라며 "요 앞 노인복지관에서 자주 보던 사람들인데, 죄다 문을 닫아서 이렇게 나와야 만난다"고 말했다. 

이어 임씨는 "명절에 멀리 있는 손주도 보고 복작복작 보내고는 싶은데, 그랬다가 뭔일 나면 어쩌나 싶어서 다 오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고 내내 집안에만 있으면 심심해서 못 사니까, 우린 다 주사(코로나19 백신)도 맞았고 해서 이렇게 얼굴만 본다. 마스크도 다 썼고"라고 전했다. 

함께 나온 정일순(69)씨 역시 "우리가 원래 복지관에서 이것저것같이 하면서 매일 보던 사이"라며 "난 혼자 사는데 하루종일 집안에만 있어봐라, 뭐라도 해야지 답답해서 죽는다. 딱히 갈 곳도 없으니 나무 그늘에 앉아 있기라도 하는 거다"고 말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서울 은평구 봉산 자락에 마련된 쉼터에는 운동 나온 어르신 여럿이 눈에 띄었다. 가벼운 차림으로 운동 삼아 산에 올랐다는 이들 역시 우울감을 표시했다. 

고령 1인 가구인 김정출(75)씨는 "명절에도 혼자 보냈지. 자식들 다 모이면 좋지만 병 걸리면 어쩌나 싶어 오지 말라 했다"며 "온종일 혼자 있다 보면 답답함만 쌓이니 이렇게 산에 올라와서 바람도 쐬고 지나다 만나는 동년배랑 말도하고 한다"고 전했다. 

이덕구(73)씨는 "기억이란 게 무섭다. 원래도 혼자 사는데 명절에 가족끼리 모이던 게 있으니 괜히 기분이 씁쓸하고 안 좋더라. 방구석에만 있으면 좀도 쑤시고, 동네도 돌고, 산에도 가고 그런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 전에는 종로까지 다니곤 했다. 나이 먹으면 더 사람이 그립고 그런다. 밑에 노인정이나 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황에서 추석 명절을 보낸 홀몸 어르신들은 미소 속에서 우울감을 내비쳤다. 대인만남 기회가 사라지면서 느끼는 고립감이 증대되고 노인복지관 등에서 진행하던 여가활동이 사라지면서 삶이 무료해진 탓이다. 

실제로 복지부가 조사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울 평균점수는 5.7점으로 2018년 지역 사회 건강조사(2.3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고령층인 60대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14.4%, 자살생각은 10.0%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400명대로 줄어들며 비교적 안정적인 시기였던 지난 6월 조사에서도 우울, 자살생각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우울 평균점수는 5.0점을 보였고 60대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13.5%, 자살생각 비율은 8.2%로 나타났다. 

조사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 일상회복 기대감이 무너진 점을 고려하면 고령층의 정신건강 상태는 악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이어진 모임 활동 중단, 노인복지관 등 노인시설 폐쇄가 독거노인의 사회적 고립감을 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신건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노인 마음건강 회복을 위한 일부 대책을 실행 중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돌봄서비스 역시 거동이 불편하거나 저소득층 등에 집중돼 있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동록센서스 방식 집계결과를 보면 지난해 만 65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는 전국에 166만1000가구가 있다. 이는 일반가구의 7.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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