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칼럼] 「하우 투 비 싱글(how to be single」, 혼자 어떻게 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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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칼럼] 「하우 투 비 싱글(how to be single」, 혼자 어떻게 살고 계십니까?
  • 정재훈
  • 승인 2021.09.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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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통계로 볼 때 1인 가구 증가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아직도 혼자 사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대하지 못한다.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을 바라보는 음흉한(?) 시선이 있다. 젊은 남자가 혼자 살면 뭔가 모자라서 그런 듯 수군거린다. 혼자 사는 중장년은 이혼과 동일시된다. 혼자 사는 노인은 싱글이 아닌 ‘독거노인’이며 빈곤과 고독, 외로움의 대명사이다. 

숫자로는 분명히 대세가 되었지만 생활 속에서는 아직도 대하기가 자연스럽지 않은 1인 가구의 모습이 있다. 그러다 보니 1인 가구, 싱글 당사자도 이런 주변의 태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당황스러운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하우 투 비 싱글(how to be single」은 한국사회의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에 대하여 “그럴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앨리스(Alice; 다코타 존슨 Dakota Johnson)는 남자친구와의 오랜 동거 생활을 접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누군가와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다보면 내 생활이 그 사람 생활인지, 그 사람 생활이 내 생활인지, 우리의 인생이 내 인생인지 혼란이 올 수 있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인생을 찾기 위하여 앨리스는 싱글의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몸만 혼자일 뿐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한다. 혼자 만들어 가는 삶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또 다른 남자 데이비드(David; 데이먼 웨이언스 Damon Wayans)와의 관계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싱글의 삶을 시작하면서 앨리스는 진정한 웃음을 찾게 된다.

앨리스의 언니 멕(Meg; 레슬리 만 Leslie Mann)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오랜 인생 경험을 하면서 남자 없는 출산을 시도한다. 자신의 삶에서 남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원할 때 아이도 갖고 사랑도 얻으면 된다. “남자는 ~~~해야 한다.”는 맨박스(Man Box)에 갇혀 사는 대다수 남자들 중에서는 자신의 사랑을 찾을 수 없는 여성이다. 켄(Ken; 제이크 레이시 Jake Lacy)이 멕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한 행동들은 맨박스에 갇힌 전형적인 남성의 모습은 분명히 아니다. 켄이 만약 “나를 믿고 따르라.”는 식으로 멕에게 다가갔다면 두 사람의 결합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앨리스의 친구 로빈(Robin; 레벨 윌슨 Rebel Wilson)은 싱글일 때 맛볼 수 있는 삶의 재미를 모두 보여주는 인물인 듯하다. 매일 밤 파티와 원나잇스탠즈(one-night stands)의 연속이다.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그렇게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범의 상자에 갇혀 내 인생을 사는지 누구의 인생을 사는지 모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많은 사람들을 마치 비웃는 듯 던지는 로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우 투 비 싱글(how to be single」이라는 영화 제목만 놓고 보면 앨리스가 아니라 로빈 역할이 주연인 듯한 느낌마저 갖게 된다.

남 다른(?) 싱글의 삶이 아니라, 끊임없이 내 짝을 찾고 그래서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는 루시(Lucy; 앨리슨 브리 Alison Brie)도 있다. 여러 데이트 사이트를 옮겨 다니고 결혼을 목표로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 루시의 삶을 ‘전통적’이라고 깍아내리는 설정을 영화에서 보기 어렵다. 자신의 삶에 충실한 루시의 모습만을 볼 뿐이다. 

「하우 투 비 싱글(how to be single」에서는 다양한 모습의 싱글을 마주할 수 있다. 싱글의 삶에서 뽑아낼 수 있는 자유분방의 삶 그 자체 로빈, 남자가 없으면 안되는 삶에서 자신이 없으면 안되는 삶으로 변한 싱글 앨리스, 남자 없이 정자 기증을 받아 임신을 했지만 결국 아이 아빠를 만나게 된 멕, 내 정자가 만든 아이가 아니지만 내 아이로 받아들이는 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살아온 것처럼 평범하게 연애하고 결혼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고 그 결실을 거둔 루시가 있다. 참 잊을 뻔 했다. 앨리스와 루시 사이를 잠깐씩 왔다갔다 한(?) 바텐더 톰(Tom; 앤더스 홀름 Anders Holm)도 있다. 어떻게 왔다갔다 했는지 영화에서 확인해 보시라^^

영화를 보고 나면 대체로 뭔가 남는 것이 있다, 재미, 교훈, 문제의식, 몰랐던 사실 등등. 「하우 투 비 싱글(how to be single」은 그런 걸 남기지 않는다. 그냥 함께 한 느낌이다. 누가 혼자 어떻게 살든 그 모습 그대로를 전달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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