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년 60세'도 부담…재취업자 월소득 평균 264만원

국내 기업들이 중장년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건비 부담, 신규채용 부담, 저성과자 증가 등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근거로 기업들은 정년 65세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20대 청년층도 정년연장이 신규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대·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중장년 인력관리에 대한 기업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해 중장년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이 89.3%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그 이유로 '높은 인건비'(47.8%), '신규채용 부담'(26.1%), '저(低)성과자 증가'(24.3%), '건강·안전관리'(23.9%), '인사적체'(22.1%) 등을 꼽았다. 

'정년연장의 꿈', 중장년 1인 가구는 바라마지 않는 일이지만, 기업들은 반대 목소리를 굳히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도 심각해 사회적 논의조차 쉽지 않다. 

정년 65세 정책 실현은 멀고도 멀다. 따라서 '화려한 싱글'은 고사하고 '안정적 삶'을 지키려면 1인 가구의 재취업 준비 지원 강화가 요구된다. 

중장년 1인 가구가 '인생 2막'을 즐기려면 안정적인 생활자금 확보가 필수다. 연금 지원이 나오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 되기 전, 퇴직 시, 자칫 '소득절벽'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을 수 있어서다. 
 
장기근속한 일자리가 계속 유지된다면 이러한 고민은 불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모든 기업에 정년 60세 의무화가 적용됐지만, 정년 보장이 되는 기업은 흔치 않다. 중소기업에서는 보통 50대에 정년퇴직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직도 일부 기업은 40대 후반이 되면 각종 편법으로 조기퇴직을 종용한다. 

대한상의 조사를 보면 정년 60세 의무화와 관련해 대응조치를 취한 기업도 59.0% 수준이다. '조치하지 않음'이 41.0%다. 가장 많이 취한 조치는 '임금피크제 도입'(66.1%)이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조정'(21.4%), '조기퇴직 도입'(17.5%), '인사제도 개편'(16.3%), '직무훈련 및 인식전환교육'(15.2%) 등이다. 

중장년 재취업 유도를 위한 직무훈련 및 인식전환교육을 진행하는 곳이 15%란 것은 정년을 앞둔 개인 스스로가 살길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1000인 이상 대기업의 50세 이상 비자발적 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지원서비스 제공 의무화'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근로자가 정년·희망퇴직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이직할 경우 사업주가 이직일 직전 3년 이내에 진로상담·설계, 직업훈련, 취업 알선 등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의무 이행토록 했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재취업지원서비스조차 받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중장년 근로자는 퇴직 후 재취업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고, 근로소득 급감을 경험하고 있다. 벼룩시장이 40세 이상 중장년층 1141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퇴직 후 재취업한 응답자의 평균 소요기간은 13.8개월로 집계됐다. 입사 지원 횟수는 평균 7.5회다. 

연령대별로는 40대는 재취업까지 12개월, 입사 지원 횟수 8.1회로 조사됐다. 50대는 13.6개월간 7.3회, 60대 이상은 19.1개월간 6.4회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한 이들을 포함한 중장년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평균 264만원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40대가 289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50대 247만원, 60대 이상이 179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부 조사에서도 재취업 중장년의 근로소득 감소 실태는 드러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중장년층 행정통계를 보면 재취업 중장년 임근근로자의 62.5%가 월평균 근로소득 200만원 미만이다. 

각종 미디어에는 화려한 싱글을 즐기며 인생 2막을 사는 중장년 1인 가구의 삶이 부각되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개인택시 운전자인 김모씨(55)는 "이름만 말하면 알만한 대기업에서 30년을 일하다 퇴직했다"며 "아직 한창인데 미래가 뻔하니 희망퇴직으로 목돈 마련해서 택시업에 뛰어들었다. 서울 토박이에 무사고 운전경력이라 택시를 선택했다. 경력이 아깝지만 일자리가 없는데 어쩌겠나"라고 전했다. 

서울 중구 한 직업교육센터에서 만난 장모씨(56)는 "조기 퇴직하고 사업 실패하고 이혼도 하고 풍파가 많았다"며 "지금은 혼자 하루 벌어 하루 살아도 괜찮은데 더 늙으면 어쩌나 싶다. 그래서 자격증 좀 따서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가져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직업교육센터에 다니는 이모씨(51)도 "내가 다니던 회사는 40대 후반이면 다 잘린다. 버티면 지방으로 발령하고 온갖 압박을 주니 알아서 퇴직한다"며 "먼저 나온 선배 따라 하청사로 옮겼더니 거기서도 2~3년이었다. 나도 혼자 사는데 퇴직 후 경력을 살리니 뭐니 하는데 당장 먹고사는 게 문제다. 연금도 없고, 딸랑 퇴직금 들고 얼마나 버티겠냐. 결국 이것저것 한다. 나도 운송 관련 자격증이나 따서 개인사업자 내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재취업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된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 중심의 일자리 정책, 고령층 대상 공공근로 일자리 공급에 끼이면서 40·50대 중장년 퇴직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인구사회 구조의 변화를 봤을 때 심각한 손실이다. 또 청년층 취업난이 심각한데 정부가 중장년을 위한 일자리 공급을 늘리기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재취업 인식개선, 교육 강화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정년 60세 의무화의 여파가 해소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연장을 추진할 경우 MZ세대의 취업난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고용연장에 앞서 임금과 직무의 유연성을 높여 고용시장을 선진화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 방식 집계결과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총 664만3000가구다. 이 중 중장년층인 40대는 90만4000가구, 50대 103만9000가구, 60대 103만9000가구다. 전년 대비 40대는 3만2000가구, 50대는 4만가구, 60대는 10만6000가구 증가한 수치다.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신중년 인생 3모작 박람회에 참석한 관람객들./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신중년 인생 3모작 박람회에 참석한 관람객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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