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쓴 무연고사망자 행정절차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당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만약 당신이 죽었을 때 2015년 대한민국 평균 장례비 1,300만 원을 부담해서 장례 할 사람이 있나요? 요즘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게다가 코로나 상황으로 조문객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일시금으로 부담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일시금’입니다. 신용카드로 할부를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장례비를 완납해야만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내어준답니다. 만약 당신이 죽었는데 장례 할 사람이 없다면 당신의 시신은 어떻게 될까요?

무연고 사망자 관련 행정절차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보건복지부는 해마다 「장사업무 안내」 지침을 마련하고 있고요. 법에서 규정된 무연고 사망자 행정절차의 핵심은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시신 처리’에 있고, 그 책임은 시장・군수・구청장(이하 ‘구청장’) 등입니다. 이들은 시신을 인도할 가족이 없는 경우 요즘은 통상 화장하여 산골(뿌리는 방식) 또는 봉안하고 그 결과를 공고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장사행정이라고 하는데, 그 절차는 연고자 파악, 시신 처리, 공고 등의 절차로 구분해 볼 수 있으니 하나하나 알아봅시다.

죽은 다음 30일을 기다려야 하늘로 떠날 수 있어요.

첫째, 가족 파악 단계부터 알아봅시다. 사망자 발생은 크게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와 집과 거리 등 병원이 아닌 곳에서 사망한 경우로 구분할 수 있어요. 우선 병원에서 사망한 때에는 의사가 사망진단서를 발급하지만, 만약 집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경찰이 범죄 여부를 수사하게 되고 이때 검안의사가 시체검안서를 발급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때 시신은 장례식장 안치실로 이동해서 가족을 찾을 때까지 이곳에 있어야 한답니다. 서울시의 경우 평균 30일이지만, 어떤 경우는 1년 또는 그 이상 안치실에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죽어도 편히 하늘로 떠날 수가 없겠지요. 이후 구청에 사망자의 가족을 찾습니다. 사망자의 가족관계증명, 혼인관계증명, 제적등본 등을 통해 가족을 찾고, 만약 앞에서 말한 공공문서에 가족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면 우편으로 공문을 발송합니다. 가족이 우편물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장례를 할 수 없다고 밝히면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됩니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아도 ‘기피’한 것으로 보고 역시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됩니다. 당연히 가족이 아무도 없다면 이렇게 긴 기간을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이 가족을 찾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거죠. 일반적으로 평균 사망 후 3일에서 5일 안에 화장을 마치는 것과 비교하면 서울시 평균 30일은 너무 가혹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사실 그사이 안치실이라고 하지만 시신은 부패가 진행되고, 지인 등이 제대로 애도할 수도 없습니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에 오시는 분들이 고인을 이렇게 오랫동안 냉동실(안치실)에 보관하면 어떻게 하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합니다. 안타깝지만 절차가 이렇게 하게 되어 있네요. 이렇게 우편물 발송하고 14일을 기다리는 건 법률에서 정한 바가 아니니 보건복지부가 합리적으로 변경해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요? 어쨌든 가족을 찾는 기간은 고인의 존엄성과 고인을 애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측면에서도 변화가 필요해 보이네요.

사진= 나눔과 나눔
고인 냉동 안치실 모습./사진= 나눔과 나눔

 

장례는 필수가 아닌 선택

둘째, 시신 처리 단계로 넘어갈까요. ‘처리’라고 하니까 왠지 물건 같은 느낌이 들지요. 법에서는 무연고 사망자를 ‘무연고 시신’이라고 부르니 ‘처리’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지 않나요? 그래서 이 단계에서 기본사항은 ‘시신 처리’입니다. 즉, 시신을 장례의식 없이 바로 화장하고 뿌리거나 봉안하고 끝난다는 말입니다. 

혹시 당신의 절친한 친구가 있나요. 언제 화장하는지, 어디서 하는지 누구에게도 부고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 친구는 당신이 죽은 걸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부터 업무안내 자료에 무연고 사망자도 장례식을 진행하라고 했지만, 권고 수준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조례를 만들어도 좋다는 정도라도 보시면 됩니다. 요즘 공영장례조례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사진= 나눔과 나눔
사진= 나눔과 나눔

 

사망신고도 가끔 누락될 수 있어요

셋째, 이제 화장까지 끝났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시신처리 결과 통보 및 공고 등의 단계입니다. 가족이 없다면 일간신문과 장사정보시스템에 공고하고요. 만약 가족이 시신을 포기했다면 그 가족에게 언제 화장에서 어디에 뿌렸다고 통보해 줍니다. 

아직도 안 끝났습니다. 절차가 남아 있어요. 사람이 죽었다면 서류상으로 죽었다고 표시를 해야겠지요. 그래서 사망신고를 해야 해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사망신고는 친족ㆍ동거자 또는 사망장소의 동장 또는 통ㆍ이장이 사망의 신고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구청장이 시신 처리를 했기 때문에 법적인 사망신고 의무자가 사망신고를 할 수 없어요. 사망신고를 하려면 사망진단서 원본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서류도 없고 구청에 모든 것을 위임했으니 구청에서 처리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구청 공무원들도 사망신고는 가족이 하는 거야라고 잘 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답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2014. 12월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사망신고를 하도록 법률이 개정되었어요. 하지만 이것을 아직까지도 모르는 공무원들이 있어서 여전히 사망신고가 누락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그러면 당신이 죽고 화장도 끝났는데,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처럼 서류에 남아 있게 되겠지요.

내가 살던 방과 내 유품은 누가 정리하지?

넷째, 정말 마지막 단계입니다. 여러분이 살고 있던 집과 유품은 어떻게 될까요? 원칙으로는 모든 재산은 매각해서 국고로 귀속되어야 하는데, 흔히 집주인이 유품을 폐기하고 여러분의 보증금을 그냥 갖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왜냐하면 유류금품을 국가로 귀속하려면 법원을 통해서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절차도 복잡하고 기간도 3년 이상 소요되다 보니 어려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이 부분도 절차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 같네요.

지금까지 당신의 장례를 할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단절과 고립으로 외롭게 살다 홀로 죽고, 죽은 다음 장례 할 사람이 없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모든 사람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 장례를 지원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무연고 사망자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을 잘 마련했으면 좋겠네요. 죽음의 순간도 인간다워야 하지만, 죽은 다음 시신에 대한 예의와 존엄도 인간다워야 하지 않을까요?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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