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민간, 770개 프로그램 운영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정신건강'은 1인 가구 정책에서 빠지지 않고 강조된다. 자발적 1인 가구와 달리 비자발적 1인 가구는 '혼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에 취약한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로 1인 가구의 자살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 1인 가구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1코노미뉴스]는 오는 10월 10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알아봤다. 

매년 10월 10일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정신건강의 날'이다. 법정 기념일로 지정해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국민 스스로 자기주도적 정신건강 관리를 실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정신건강 홍보주간'을 운영한다. 이 기간 정부, 지자체, 민간 등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은 770여개에 달한다. 

정신건강 프로그램은 크게 4단계로 구분해 참여할 수 있다. 1단계 내 마음 살피기, 2단계 힘들다고 말하기, 3단계 전문가 찾아가기, 4단계 함께 극복하기다. 

단계별 프로그램은 오는 31일까지 정신건강 홍보주간 전용 누리집에 접속하면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지자체, 민간이 각기 참여형 이벤트, 토크콘서트, 팟캐스트, 심포지엄, 마음건강교실, 공연 등을 운영한다. 정신건강에 관심이 있는 1인 가구라면 전용 누리집에 접속해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도 괜찮은 7가지 이유를 주제로 제작한 웹툰이 배포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온라인 채널에서는 참여형 퀴즈이벤트가 진행된다. 오는 8일에는 정신의 날 기념행사와 부대행사로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미래 사회 정신건강분야의 공공 부문 역할을 주제로 포럼이 진행된다. 

지자체에서는 서울은 코로나19 정신건강강좌, 부산은 카카오톡채널을 활용한 '기적의 우체통' 프로그램, 대구 자가검진 및 상담 서비스, 경기도 퀴즈 이벤트, 전북 버스 및 정류장에 자가검진 홍보 및 정보 제공, 강원 심리극 '소시오드라마', 전남 대학교 이동 상담실, 광주 전문의 정신건강상담, 인천 즉흥연극 영상 '별별고민 이야기 마당', 세종 시민참여형 공모전 '코로나 끝나면 뭐할래' 등이 열린다. 

민간에서는 안티카가 개최하는 '매드 영화제', 송파정신장애인동료지원센터가 여는 '따로, 또 같이' 페스티벌, 대한정신건강재단의 온라인 강연회, 한마음의 집 제작 영화 '한 끗' 상영, 자매정신요양원의 '만세 시스터즈' 프로그램 작품 전시회 등이 펼쳐진다. 

사진=보건복지부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 정신건강에 집중하는 것은 최근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가 정신건강에서 발생해서다. 여기에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정신건강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선진국 수준의 인식 개선과 관리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해졌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올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행복지수는 여전히 하위권을 못 벗어나고 있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지난 3월 공개한 ‘2021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 95개국 가운데 50위다. 

자살률도 높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의적 자해(자살) 사망률(인구 10만명 당)은 25.7명이다.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 당)과 비교하면 평균(10.9명)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순위로는 세계 1위다. 

더 심각한 부분은 연령별 자살을 보면 30대 이하 청년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자살의 주요원인은 정신건강과 경제문제인데 취업난과 경제적 빈부격차가 청년층에서 심각하게 발생해서다.  

고독사 현황을 엿볼 수 있는 무연고 사망자 추이에도 심각성이 드러난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10~30대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7년 63건에서 2019년 81건, 2020년 100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혼자 사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우울증, 불안장애 등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고 본다. 사회적 관계망이 얕아진 고령 1인 가구는 물론 청년층도 마찬가지다. 특히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경제난을 겪으면서 쉽게 삶을 포기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 초기에 정신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인식개선과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서울시 1인가구지원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을 보이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그중에는 의외로 20·30대가 많은데,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며 "그나마도 자가검진 수준에 그친다.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1인 가구가 정신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구조의 문제로 전환하는 과정이 불과 4~5년 걸렸다. 그 속도만큼 청년의 좌절도 커졌다"며 "청년 1인 가구가 겪는 정신적 문제는 심각성을 더해가지만, 정신질환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은 여전히 바닥이다. 보다 능동적으로 1인 가구의 마음건강을 챙기는 복지 정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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