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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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아(29. 가명)씨는 지인을 통해 이른바 '고액알바'를 소개받았다. 혼자 살며 경제난을 겪던 이씨는 일당 10만원이라는 말에 덜컥 일을 맡았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회삿돈을 같은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었다.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계좌로 송금을 하거나 다른 이로부터 돈을 전달받아 송금하기도 했다. 이씨는 본인 계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저 '경리' 업무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경찰이 이씨를 찾아왔고, 이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중간책으로 수사를 받게 됐다. 그리고 법원은 1심에서 이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기방조죄가 인정된 것이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고액 아르바이트를 위장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자금사정이 어려운 청년 취업준비생 등이 이러한 범죄에 연루되면서 중간책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범죄인 줄 몰랐거나, 가볍게 생각해 범죄 행위를 방조한 것인데, 그에 대한 책임은 무겁기만 하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우리 법원은 무겁고 단호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돈을 전달하기만 하면 고액의 알바비를 지급하고, 혹시 걸리더라도 초범은 괜찮다는 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법원은 설사 보이스피싱 범죄 사실을 모르고 단순히 돈을 전달하기만 했다고 해도 여러 가지 정황상 범죄 행위라는 것을 알았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사기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다. 

이는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계좌이체형'에서 '대면 편취형'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계좌이체형은 3만973건에서 지난해 1만822건으로 급감한 반면 대면 편취형은 2547건에서 1만5111건으로 크게 늘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방조죄가 인정되면 정범 사기꾼이 받는 형량과 비례해 형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정범이 편취한 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면서 기본 3년 이상 유기징역형을 받는다. 편취 금액이 50억 이상이면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자칫 5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원은 무조건 몰랐다고 주장한다고 이를 인정해 주지도 않는다. 수사 기관에서 범죄 사실을 몰랐다고 인정해준 경우는 드물다. 

혹여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게 된 경우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협조하고 범죄 행위임을 의심할 수 없었던 사유에 대해 법리적, 객관적 자료를 모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인이 법률적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단순가담, 사기방조에 대해 무거운 형벌이 내려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스스로 피해야 한다. 특히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보수가 많다면, 채용 과정이 극히 허술하고, 비대면으로 모든 지시가 이뤄진다면 한 번쯤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김진모 은평경찰서 경장은 "면접 자체를 메신저로 한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돈을 전달 만해도 징역형을 선고받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금까지도 변상할 수도 있다"면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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