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인 가구의 50.3%, 여성 1인 가구
가정용 CCTV 지원 범죄율 감소 효과

사진=픽사베이/디자인=안지호 기자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지자체의 지원은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인 가구 전담 조직을 갖춘 서울시를 비롯해 수도권 주요 도시와 지방광역시 등은 '안심홈 세트' 지원, 셉티드(CPTED, 범죄예방디자인) 설계 도입, 특수형광물질 도포 등을 지원한다.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지속되면서 가정용 CCTV 지원 등을 통해 범죄를 예방해 보려는 노력이다. 안심홈 세트 등은 범죄율 감소에 효과가 있고, 이를 지원받은 여성 1인 가구 역시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덜어 안전체감도를 높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지원 규모다. 여성 1인 가구의 증가세를 감안하면 지원 예산의 증대는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40대 가구 배달원이 여성 혼자 사는 집의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있다가 해당 여성의 집에 침입 후 도주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 3일에는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베란다를 통해 같은 층에 거주하는 여성의 집에 무단침입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경찰의 구속영장을 검찰에서 기각한 것이다. 두 사건 모두 피의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와 한 동네에서 말이다. 

여성 1인 가구의 집을 몰래 들여다보는 '훔쳐보기'는 주거침입의 전조 단계다. 하지만 법적으로 처벌이 쉽지 않다. 경범죄처벌법에 이유 없이 상대를 지켜보거나 따라다님으로써 불안감을 조성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조항은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고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은 소름 끼치는 일이다. 가장 편안해야 할 주거공간에서도 불안감이 지속돼 평온한 일상을 침해받게 된다. 

오피스텔에 혼자 거주하는 A씨는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오다가 오피스텔 앞에서 통화 중 집 쪽을 올려다봤는데 비상계단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근데 사람이 이동 중인 게 아니라 한 자리에 서 있는지 같은 계단만 불이 나갔다 들어왔다 해서 층수를 세어보니 우리 집 계단이었다. 갑자기 무서워져서 경비실에 이야기하고 같이 올라가 보니 사람은 없고 누군가 담배 핀 흔적만 있었다. 며칠 후에 괜히 불안해져서 밤에 인터폰으로 외부 영상을 봤더니 누군가 후다닥 도망치는 모습을 봤다. 소름 끼치고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결국 급하게 집을 내놓고 이사해야 했다"며 훔쳐보기 피해사례를 토로했다. 

또 다른 여성 1인 가구 B씨도 유사한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B씨는 "집 뒤로 자그마한 야산이 보이는 지상 2층 원룸에 살았었다. 당시 창밖으로 산이 보이는 게 마음에 들어서 이사했다가 한 달도 못 살고 이사했다. 직업 특성상 재택근무를 하는데 창밖을 보다가 산 쪽에서 누군가 집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연이라 생각해서 무시했는데 며칠 후에 또 이쪽을 보더라 기분이 나빠져서 창에 커튼을 치고 지냈는데 낮에 외출하다가 주차장 한쪽에 그 사람이 와 있는 것을 봤다. 너무 놀라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특정할 수 없어서 처벌은 힘들다는 소리만 들었다. 순찰을 강화해주겠다고 했지만, 불안함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몇 주를 보내던 중, 한밤중에 누군가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났다. 경찰에 신고를 했고 CCTV를 확인해 보니 모자를 눌러쓴 누군가가 건물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모습만 찍혀 있었다. 집 앞에는 CCTV가 없어 이 사람이 어느 집에 왔다 갔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또다시 해결책을 찾지 못한 나는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금전적 피해를 보더라도 이사를 가야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훔쳐보기, 단순 주거침입 시도에 대한 법적 처벌은 미약하다. 경찰에 신고해도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다. 오히려 재범 또는 보복 가능성이 존재해 범죄에 노출된 여성은 회피성 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여성 1인 가구 수는 2020년 기준 333만9000가구에 달한다. 전체 1인 가구의 50.3%다. 10년 전보다 1.5배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이하가 30% 이상이다. 20·30대 여성 1인 가구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럼에도 여성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사회안전에 대한 전반적 인식도는 여성이 27.6%, 남성은 36.0%로 나타났다. 범죄 안전 항목의 경우 매우 또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답한 여성은 21.6%, 남성은 32.1%로 조사됐다. 안전에 대해 여성이 남성보다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10명 중 8명은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여성의 안전 체감도를 높이는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에 중점을 둔 정책 필요성을 제기한다. 주거침입 범죄, 훔쳐보기 등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 주거용 CCTV 보급 확대, 셉티드 설계 반영 확대 등이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늦은 밤 골목길에서 어떤 남자가 뒤에서 걸어오기만 해도 걸음걸이를 빨리해야 하는 상황이 한국의 여성들에게는 존재한다"며 "청년 여성에게 '안전'이라는 현실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큰 관심사가 됐다. 1인 가구시대로의 전환 속도를 감안하면 관련 처벌 규정 강화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사진= 영화 '도어락'
사진=영화 '도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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