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산' 평균 부채액 전년 대비 20% 급증
진선미 의원 "1인 가구 중 청년·노인 유동성 취약"

사진=뉴스1, 픽사베이./디자인=안지호 기자

#. 서울 은평구 연신내에 사는 자영업자 김석호(37, 가명)씨는 코로나19 이후 은행 대출이 더 늘어났다. 운영하는 호프집 장사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빚이 늘어난 것이다. 김씨는 "깜깜하다. 그간 벌어둔 돈도 다 까먹었다. 임대료 내려고 대출을 더 받는 상황이다. 10년간 혼자 살면서 간신히 원룸 탈출해 투룸 전세로 옮겼는데 보증금이라도 빼야 할 판"이라며 하소연했다.

#. 프리랜서 스포츠강사 신지혜(34, 가명)씨는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일거리가 줄면서 수입이 급감해서다. 신씨는 "필라테스 강사 수입이 있어서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월수입이 반토막난 것은 사실"이라며 "아껴 쓰려고 해도 오피스텔 월세에 카드 할부금 나가면 생활비가 간당간당하다. 코로나19만 끝나면 수입을 회복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일단 마이너스통장을 개통해서 생활비를 충당하려 한다"고 전했다. 

1인 가구 10명 중 4명꼴로 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 이후 1인 가구의 평균 부채액이 급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서울 강동갑・정무위원회)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1인 가구 중 채무자의 비율은 39.9%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수치로, 2019년에는 2018년에 비해 0.17%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이후 채무자의 비율이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가구원수별 채무자 증감률과 비교하면 1인 가구의 채무자 증가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1인 가구의 부채 증감률은 3.00%로 다인 가구(2~5인 이상 가구)의 채무자 증감률 평균(1.32%)보다 2배 이상 빠르게 늘고 있다. 

1인 가구의 평균 부채액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9년 2089만원이었던 1인 가구 평균 부채액은 2020년 2521만원을 기록하며, 20.68% 급증했다. 2019년에는 2018년과 비교해 1인 가구 평균 부채액이 오히려 3.78%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을 기점으로 1인 가구의 부채액이 갑작스럽게 상승한 것이다.

1인 가구의 부채액 증가율은 다른 모든 형태의 가구 중에서도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 기준으로 가구원수별 평균 부채액 증가율을 집계하면, 2인 가구 6.02%, 3인 가구 4.28%, 4인 가구 9.52%, 5인 이상 가구 2.63%이다. 1인 가구의 평균 부채액 증가율이 20.68%인 것을 고려하면, 그다음으로 빠르게 상승한 4인 가구의 부채액 증가율보다도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 수입을 홀로 감당하는 1인 가구가 다인 가구 대비, 소득감소에 대한 영향이 커 부채액 증가폭이 큰 것으로 분석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액이 늘면 그만큼 이자 부담 역시 커진다. 결과적으로 1인 가구의 빈곤은 갈수록 심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전체 가구의 31.7%(2020년 기준)가 1인 가구다. 가구수로는 664만3354가구에 달한다. 고령 가구에 집중됐던 1인 가구는 최근 20·30대에서 크게 늘고 있다. 따라서 1인 가구 부채 증가는 청년층의 부채 심화로도 해석할 수 있다. 취업난에 생계위협까지 받는 청년 문제 해소에서 세부적으로 청년 1인 가구를 살필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새로 가계대출을 받은 신규 차주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49.5%에서 2020년 3분기 58.4%로 증가했다. 대출금액 기준으로도 청년층 비중은 동기간 42.4%에서 55.3%로 치솟았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청년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자) 대출 중 청년층 비중은 전년 대비 16.1% 증가한 130조원을 기록했다. 부실위험 등 악성 대출 가능성이 높은 20대 카드론 대출 잔액도 8조원으로 16.6% 늘었다.  

청년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은 23.9%포인트나 높아지며 크게 악화했다. 모은 연령대 통틀어서 가장 높다.

진선미 국회의원은 "고령화 및 미혼자 증가 등의 사회적 여건 변화로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부채 또한 급증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1인 가구 중에서도 청년층, 노년층 등 빚을 지기 쉬운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맞춤형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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