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을 이사철에 '대출난민' 신세가 된 1인 가구의 숨통도 트이게 됐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주요은행 등과 전세·집단대출 등 실수요대출 관련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금융당국은 서민층 실수요자의 전세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전세대출을 총량관리 한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4분기 중 전세대출의 한도와 총량을 관리하는 데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전세대출 증가로 총량이 6%대 이상으로 증가해도 용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6.99%다. 

금융당국의 입장 선회는 전세대출 중단으로 서민층 실수요자의 피해가 확산하면서 불만이 쏟아진 탓이다. 

실제로 정부가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지난 8월부터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이 연달아 대출 중단 또는 한도 축소에 나선 바 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신용대출, 가계대출 등 일부 대출을 중단해 서민층의 대출 창구를 막았다. 

이에 따라 이사철을 앞두고 자금 유동성이 부족해진 1인 가구의 피해 호소가 이어졌다. 

한 1인 가구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직장인 김지원(가명)씨는 "11월에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말했다. 보증금 인상분만큼 추가 대출을 받을 계획인데, 전세를 옥죈다는 이야기가 들리니 불안해진다"며 "사실 지금 사는 가격에 주변에 다른 전세가 없어, 만약 쫓겨나면 출퇴근 1시간 내에서는 갈 곳이 없을 거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오수연(가명)씨도 "지난달 마음에 들던 집을 발견해서 전세계약을 진행하려 했는데 대출이 막히면서 놓쳤다. 혼자서 발품 팔면서 어렵게 찾은 집인데 놓쳐서 황당하고 화도 나는데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더라"고 글을 올렸다. 

혼자 사는 직장인 김소연(가명)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집값이 급등해서 불안을 해소하고자 작은 집이라도 살까 생각했는데 대출이 막히면서 다시 전세를 찾게 됐다"라며 "그마저도 막혔다는 소리가 들리니 걱정"이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다행히 전세대출 규제는 이번에 풀렸다. 따라서 당장 4분기 전세계약을 계획 중인 1인 가구의 숨통은 트이게 됐다. 

가장 먼저 빗장을 걸었던 NH농협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전세자금 대출을 재개한다. 신한은행도 대출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을 5000억원으로 제한한 바 있다. 기존에는 모집인 대출총액 한도가 없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를 우려해 가계대출 제한에 나선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실시하는 영업점별 가계대출 한도를 유지하지만 전세대출 한도는 추가로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전세대출을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만 내주는 방침을 오는 15일부터 진행한다. 최근 일반 전월세보증금대출을 중단한 카카오뱅크와 신규 전세대출을 중단한 BNK경남은행과 BNK부산은행 등도 전세대출을 재개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기존 기조에는 변함이 없어 가계대출 증가세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 1인 가구는 10가구 중 6가구가 전·월세에 거주하는 세입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인 가구 전체의 38.0%는 보증금 있는 월세, 9.3%는 보증금 없는 월세(사글세, 연세, 일세), 15.8%는 전세에 거주한다. 주거유형은 단독주택(일반단독주택, 다가구단독주택, 영업겸용 단독주택 포함)이 45.4%로 가장 많고, 아파트 31.3%, 연립·다세대 11.1%, 주택이외 거처 10.2%, 비거주용 2.0% 순이다.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부동산 매물 전단지./사진=뉴스1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부동산 매물 전단지./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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