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고령자 불완전판매 민원 급증
고령층 의사결정능력 저하 이용한 보험 사기 늘어나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1인 가구 증가와 급속한 고령화로 홀몸어르신의 보험 피해가 사회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령층의 금융계약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관련 민원 역시 늘어서다. 여기에 고령 1인 가구의 증가도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KIRI리포트의 '고령층 보험계약 증가와 보험회사 과제'를 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 고령자인 가계의 금융자산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5.1% 증가했다. 

또 동기간 생명보험 신규 계약 건수는 연평균 19.8% 증가했다. 질병보험 판매가 32.4%, 종신보험이 13.4%나 늘었다. 동기간 60세미만의 신계약 증가율이 2.8% 감소한 것과 상반된다.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고령층의 보험가입이 늘어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고령층은 의사결정능력이 쇠퇴하는 시기다. 해외 연구에서도 고령 소비자의 의료보험 선택 과정에서 이해력, 실행력이 감소하는 것이 나타났다. 

고령층의 보험계약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국내의 경우 금융투자업권의 60대 이상 고령층의 환산민원 건수가 지난해 7.4건으로 2018년 대비 4.1배나 늘었다. 타업권과 비교해도 증가폭이 가장 크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민원이 2.64배나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또 고령층의 의사결정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이용한 보험사기도 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70대 홀몸어르신 A씨는 보험설계사 B씨로부터 1년 새에 5개가 넘는 보험을 가입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월 보험금만 60만원 이상을 내게 됐다. 이렇다 할 수입도 없는 A씨는 1년 넘게 저축해 놓은 자산을 까먹으면서 보험금을 냈다. A씨의 자녀들은 뒤늦게 이를 확인하고 보험사에 민원을 넣었다. 

고령 1인 가구의 보험금을 노린 사기행위도 종종 일어난다. 광주에서는 50대 요양보호사가 독거노인 C씨를 대상으로 사기행위를 벌여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자신이 돌보던 독거노인 C씨에게 돈을 빌려주면 매달 100만원을 갚겠다고 속인 것이다. 당시 C씨는 자녀 사망 보험금을 받아 목돈을 지닌 상태였다. 범행을 저지른 요양보험사는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C씨에게 큰돈이 들어온 것을 알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해외에서는 고령층 보험계약 증가와 관련한 문제가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와 관련 조치가 이뤄졌다. 계약체결 과정에서는 보험판매 행위 규제를 통해 계약자에게 적합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계약관리에서는 고령계약자와의 연락 두절로 인한 보험금 지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와의 연락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했다.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는 대다수 국가에서 보험금 청구사유가 발생 시 개인이 보험회사에 통보하도록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NAIC Model Low 적합성 원칙에 따라 보험모집을 규제하고 계약자의 자발적 연락요청 방식으로 계약관리를 하고 있다. 영국은 취약고객 지원을 위한 영업규칙을 마련해 보험모집을 규제한다. 프랑스도 FFA 윤리규범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은 친족 동석, 복수모집인 확인 등으로 보험모집 과정에서 고령층 피해를 예방한다. 

보험금지급 과정에서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이 보험금 청구 권장 형태로 주의 환기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보험회사가 피보험자 사망 인지 시 수익자 확인 후 보험금을 지급한다. 일본은 수취인 연락처를 사전에 확보해 보험금 지급 사고를 예방한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보험회사는 고령자를 위한 보험상품 공급과 함께 고령자의 합리적 보험가입 의사결정 지원, 보유계약 관리를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희선 일본 칼럼니스트는 "일본은 이미 초고령화가 됐다.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다"며 "고령 1인 가구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발생하는 보험금 지금, 유산 정리 등을 사전에 정리해 놓은 유언신탁부터 고독사 후 발생하는 빈집에 대한 처리 문제까지 다양한 상품이 등장해 사회문제를 해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혼자 사는 고령층의 경우 질병 사망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아무래도 사망률을 보면 암, 허혈성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이 많아 보험 가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디지털화가 이뤄지면서 손쉽게 가입이 가능해져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크다. 이에 회사차원에서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한 징계 강화·교육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계는 있다"고 말했다.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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