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3.8% 소멸위기 지역 1위
독거노인 돌봄서비스 제공할 인력조차도 없어

사진=미리캔버스,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정부가 처음으로 소멸위기지역을 지정했다.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청장년층 이탈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자생력을 잃어버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지역경제활성화 정책으로는 해당 지역을 살리기 힘들다고 본 정부는 대규모 예산 투자를 발표했다. 소멸위기 대탈출을 돕는다는 계획인데, 당장 현재 남겨진 노인들의 독거율 심화 등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정부는 금일부터 전국 89개 시·군·구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원한다. 

지정된 지역은 ▲부산 동구 서구 영도구 ▲대구 남구 서구 ▲인천 강화군 옹진군 ▲경기 가평군 연천군 ▲강원 고성군 삼척시 양구군 양양군 영월군 정선군 철원군 태백시 평창군 홍천군 화천군 횡성군 ▲충북 괴산군 단양군 보은군 영동군 옥천군 제천시 ▲충남 공주시 금산군 논산시 보령시 부여군 서천군 예산군 청양군 태안군 ▲전북 고창군 김제시 남원시 무주군 부안군 순창군 임실군 장수군 정읍시 진안군 ▲전남 강진군 고흥군 곡성군 구례군 담양군 보성군 신안군 영광군 영암군 완도군 장성군 장흥군 진도군 함평군 해남군 화순군 ▲경북 고령군 군위군 문경시 봉화군 상주시 성주군 안동시 영덕군 영양군 영주시 영천시 울릉군 울진군 의성군 청도군 청송군 ▲경남 거창군 고성군 남해군 밀양시 산청군 의령군 창녕군 하동군 함안군 함양군 합천군이다. 

정부는 이 지역에 국고보조사업 등 재정지원과 특례 부여 등 제도적 지원을 추진한다. 또 연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 국고보조금 등 재원을 패키지 형태로 투입해 지역의 인구감소 대응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일자리 창출, 청년인구 유입, 생활인구 확대 등 인구활력 증진사업이 포함된다. 또 각종 재정, 세제, 규제 등 제도 특례를 적용할 예정이다. 

사진 = 행정안전부
표 = 행정안전부

다만 인구감소지역 지원안에 재정·제도적 지원은 있지만, 소멸위기지역 주민이 겪는 생활난에 대한 대응안은 담기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소멸위기를 겪는 지역일수록 노인 독거율이 높고, 이들의 고립 역시 심화하고 있어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소멸위기지역일수록 고령자 1인 가구 비중이 높다. 2020년 기준 지역별 만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율은 전남 13.8%, 전북 11.5%, 경북 11.7%, 강원 10.6%, 경남 9.8% 순으로 집계됐다. 모두 전국 고령자 1인 가구 비중인 7.9%를 상회한다. 

이들 지역은 인구 순유출이 이어지는 지역이다. 지난해에도 강원, 전북, 전남, 경북, 경남은 시도 간 순유출을 기록했다. 인구 이동 연령은 생산연령인구인 15~64세가 전체의 82.5%를 차지한다. 고령인구는 8.4%에 불과하다. 

소멸위기지역의 고령화와 1인 가구화가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부족하다. 2021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개요에 따르면 독거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안전점검 및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2020년 3682억원에서 올해 4137억원으로 단 45억원 증액됐다. 지원규모는 50만명으로 전체 노인 수 대비 5.8%에 불과하다. 이러한 지원은 소멸위기지역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독거노인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조차도 없다. 

여기에 인구가 줄면서 의료기관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지역이 수두룩하다. 일부는 지역 내 응급실조차 없다. 경찰서를 비롯한 행정기관도 옮겨가면서 지역이 통째로 방치된 곳도 나온다. 따라서 지역 발전을 위한 경제 회복 정책과 함께 부족한 사회서비스로 고립되고 있는 독거노인을 위한 지원 정책 강화가 시급하다. 대표적으로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다. 

표 = 통계청
표 = 통계청

인천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어머니 홀로 고향인 충북 옥천에 거주하시는데 집에서 시내에 나가려면 차로 30분은 걸린다. 버스는 배차 간격이 1시간도 더 된다. 동네에 남아 있는 이웃들을 합쳐야 10가구도 안 되니, 지자체에서 거의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하다"며 "매일 전화를 드리지만, 혹시라도 어디 아프시면 당장 가까운데 병원도, 보건소도 없어 늘 걱정이다"고 전했다. 

귀촌 1인 가구인 정진우(37세)씨는 "귀촌하고 좌충우돌하면서 동네 어르신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제는 내가 자식보다 낫다고 농담처럼 말하시는 분들도 계시다"며 "이곳만 해도 윗마을, 아랫마을 합쳐야 한 15집 정도에 불과하다. 4집가량이 혼자 산다. 당연히 병원은 물론이고 은행도 가게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은 혼자 사시는 할머님이 그날따라 안 보이셔서 집에 찾아가 보니 방 안에서 거동을 못 하고 계셨다. 급히 119에 전화했지만, 출동시간이면 차라리 내가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게 빨라 직접 모셔다 드렸다. 이런 시골은 이웃이 챙기지 않으면 홀로 사시는 분들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박민선 숲과나눔 1인 가구연구원은 "1인 가구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실태조사와 지원방안마련은 1인 가구 개인의 삶을 풍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향후 우리 사회 인구정책의 성패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서울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 농촌까지 전 지자체에서 1인 가구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농어촌 인구소멸 등에 대한 대책도 이러한 조사에 기반해 지역 간 연계하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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