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진 = 민주노총 서울본부

19일 국회 앞에서 도심제조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 보장과 올바른 지원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 속에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도심제조노동자를 위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도심제조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대기업과 유통재벌의 수직 하청구조에서 불공정거래에 시달리고, 비공식노동자 비중이 높아 정확한 규모조차 확인되지 않은 사회보험과 정부 지원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장도 노동자도 되지 못한 이들이 기본마저 무너진 현장에서 일하며 버티고 또 버티는 삶을 살고 있는 노동현실을 돌아봐 줄 것을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도심제조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 보장과 지원책을 요구했다. 공동요구안으로는 4대보험 전면 실시, 코로나19 긴급 대책 마련, 노동자와 영세사업주 참여형 노정교섭 실시 및 협의체 구성을 내놨다. 업종별 요구안으로는 ▲제화는 제화밀집지역 노동자 쉼터제공, 노동환경개선 ▲봉제 노동이력증빙 방안 마련 ▲주얼리 유해물질·작업환경 개선 및 특수건강검진 지원, 노동자 쉼터 제공 ▲인쇄 노동자·영세사업주 참여 보장하는 협의체 마련, 특구 내 인쇄인 지원방안 마련 등이다. 

김태을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도심제조업 노동자들이 전국에 100만명이나 된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서 이들은 버려져 왔다. 정부가 호명한 소상공인에 '소공인'은 없었다. 국회도 지난 3년간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도시형소공인이 언급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며 "소상인들이 매출이 끊겼다는 것은, 소상인들이 팔아야 할 물건을 만드는 소공인과 노동자들의 물량도 끊겼다는 의미다. 100만원도 안 되는 월수입으로 몇 개월을 버텨야 하고, 일감이 없어 문을 닫는 날이 일상이다. 기본마저 무너진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이다.

철이 들고, 아님 10대던, 20대 초반이던, 사회생활 초년부터 봉제나 제화나 인쇄, 세공 기술을 배웠다고 칩시다. 살다보니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결국은 평생의 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기술을 배우며 노동자로 산 것이 무슨 죄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세월이 흘렀어도, 밥은 먹고, 아니면 사람답게 살아야겠다는 기본적인 요구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입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성실하게 사회구성원으로서 노동을 해 왔고, 이제까지 그러면 기본 생활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심지어 노동자로도, 사업주로도, 이 사회의 현실 제도로는 제대로 된 이름조차 갖질 못하는 처지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또 너무나 당연한 일 일지는 몰라도, 도심제조업에 종사하는 우리의 생계를 이 사회가 보장해 주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것에 매우 심각하게 부당함을 느끼고 있으며, 그 부분을 개선하고자 어제도 오늘도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도심제조노동자들이 놀고먹는 것이 아닌데도, 실제로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죽어라고, 장시간 노동을 해왔지만, 사회는 우리가 처한 이 꽉 막힌 것 같은 현실을, 우리 도심제조 노동자들의 상황이 그러하니 그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라고 했습니다. 4차 산업이 어쩌고 떠들면서,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인 이 현실에 대해, 사회는 결국 우리 같은 노동자들에게 어쩔 수 없으니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겠습니까. 우리도 받아들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니 어쩝니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왜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화는 눌러지지가 않는지 아십니까?

산재든, 고용보험이든, 월에 50억은 죽던지, 다음 생에 태어나던지 언감생심이라고 쳐도, 적어도 밥은 먹고 살게 해 줘야지, 월 수입 100만원 미만으로 도대체 어디까지 버티라는 것입니까? 거짓말인거 같습니까?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러고 사냐 싶습니까? 최저임금은 받게 해달라고, 점심 밥값은 달라고 한 달째 파업하고 있다면, 아직도 그런 곳이 있냐고 되물을 겁니까? 우리가 그러고 삽니다. 제화공이라고 불리고, 미싱사라고 불리고, 인쇄밥, 기름밥 먹고사는 우리가 그러고 살고 있습니다. 

도심제조업, 특히 봉제나 제화는 나이 먹은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남 탓, 사회 탓하기도 남사스럽습니다. 그래서 참고 살려고 했지만, 이러다 진짜 죽을 거 같아서, 그래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인쇄나 주얼리 업체에서 일하는 젊은 노동자들은 어떤지 아십니까? 70년대 80년대 다큐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이 사회에서 굶어 죽는 것이 남 일이 아닌 사람들이 바로 도심제조노동자들입니다. 빚에 빚을 지고, 대출에 대출을 끼고 살다보니, 사업하다가, 아님 일을 하면서도 이러다 어쩌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습니다. 국가가 이런 건 좀 살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회 제도가, 업계 관행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건 생계의 벼랑 끝에 선 사람들 앞에서 너무 무책임한 태도 아니겠습니까?

도심제조 노동자, 도심형 소공인, 뭐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어차피 사장이고 노동자고 구분이 무의미한 처지에 형식적인 규정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다만, 사람 위에 제도와 법을 두고, 먹고 사는 인간사 문제를 알아서 하라고 내팽개치는 사회라며는 뭐라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가지고 살겠습니까? 적어도 민주주의라 불리는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사업주를 지원하는 법이나 제도라면, 좀 더 가진 것이 없거나, 좀 더 작은 작업장의 애로사항을 들여다볼 문제이고, 종사자인 노동자에 대한 고민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수백억원의 군사장비를 들이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대선판을 좌지우지 하는 정치적인 이슈가 되는 문제는 아니더라도, 작지만 하나하나 국민들, 노동자들을 위한 부분이라면 세심하게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국정감사 이후에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진실 된 후속조치가 따르길 기대해 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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