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희정/디자인=안지호 기자
1인 가구 지원 정책이 쏟아지면서 '특혜'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혼자 산다는 이유로 지원을 해주는 것이 맞냐?' '혼자 살기 좋게 만들면 인구 부족은 어떻게 해결할 거냐?'는 불만의 목소리다. 그러나 이는  '혼삶'(혼자 사는 삶)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다. 1인 가구가 겪는 불편과 차별을 알지 못해서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1인 가구 관련 사회 시스템이 잘 갖춰진 주요 선진국에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 첫 단계로 현지에서 혼삶을 영위하는 1인 가구와 인터뷰를 통해 혼삶을 시작한 이유와 어려움, 해외 시스템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1코노미뉴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정희정 :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고 있는 정희정입니다.

▶1코노미뉴스: 해외 1인 가구 삶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혼자 거주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1인 가구로 살게 된 계기 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정희정 : 프랑스 파리에 처음 이사 왔을 땐 월세비를 아끼기 위해 하우스 메이트가 있는 집에 들어갔어요. 그 친구와 맛있는 것도 해 먹고 즐거운 생활을 이어가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사를 간 뒤로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는데요. 이제는 누구와 함께 거주하라고 하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1인 가구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1코노미뉴스: 프랑스 많은 지역 가운데 이곳을 거주지로 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임대료는 어떤 수준인가요? 

▷정희정 : 프랑스가 아니라 파리를 먼저 선택해서 오게 되었는데요. 임대료는 파리 내에서도 동네별로 천차만별입니다. 파리가 아닌 파리 주변부(방류)로 가면 같은 값으로도 두 세배 큰 집에서 살 수 있어요. 특히 임대할 시 보증인이 필요한데 외국인의 경우 보증인을 구하기 쉽지 않다 보니 프랑스인들보다 조금 더 높은 값을 주고 임대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혼자 사는 작은 스튜디오의 경우 임대료만 700~800유로(한화 약 95~109만원) 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디자인=안지호 기자

▶1코노미뉴스: 혹시 집을 알아볼 때,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삼았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니면 프랑스도 부동산 방문해서 거래를 하나요? 예비 1인 가구에게 '이 부분은 꼭 기억해라' 해줄 만한 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조언도 환영입니다.

▷정희정 : 저는 집 컨디션보다는 임대료가 저렴한 집을 먼저 찾았는데요. 그럼에도 제가 가장 중요하게 봤던 것은 동네 분위기입니다. 안전한 곳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낮에는 활발하면서도 저녁에는 시끌벅적하지 않은 잔잔한 그런 분위기의 동네를 선호했고 운 좋게도 그런 곳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방문해서 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 부동산을 찾은 뒤 원하는 컨디션을 말하면 부동산에서 비슷한 매물이 나왔을 때 연락을 줍니다. 하지만 부동산을 통하는 경우, 함께 집을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 프랑스인들인데요. 외국인을 선호하지 않는 프랑스 집주인이 많아서 집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외국인들끼리는 서로 커뮤니티를 이용해 부동산 없이 바로 다음 세입자를 이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1코노미뉴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마음에 쏙 드는 공간, 매일 이용하게 되는 공간, 혹은 아지트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들이 있나요? 주변 맛집, 혼밥 하기 좋은 식당, 거의 매일 들르게 되는 마켓, 친구 오면 꼭 가는 장소, 주말 아침에 가는 카페, 저녁 산책하는 공원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정희정 : 주변에 유명한 카페, 레스토랑, 바가 굉장히 많아서 평일 약속은 대부분 동네로 잡는 편입니다. 친구와 잠깐 이야기할 때마다 가는 카페는 서버와도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고요. 주말만 되면 단골 카페를 비롯해 주변 카페들이 다 관광객과 다른 지역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립니다. 그래서 저는 주말에는 다른 동네에 가는 편입니다.

동네에 정말 맛있는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 있는데 고기 질도 정말 좋고 가격도 합리적인 데다가 와인 리스트가 정말 많아서 고기 먹고 싶을 때 들립니다.

사실 파리는 어느 곳에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아요. 혼자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저는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집 앞 공원은 가끔 혼자 들리는 편인데요. 파리 어디나 그렇듯이 저희 집 앞에도 공원이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날이면 동네 맛집 빵집에서 빵오쇼콜라와 커피 전문점에서 플랫 화이트를 사다가 공원에 혼자 앉아 먹는데요. 신선한 공기와 함께 새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즐기는 와인./사진=정희정
파리 시내에서 즐기는 와인 한 잔./사진=정희정

▶1코노미뉴스: 집에 있으면서 느끼는 행복은 주로 어떤 순간에 찾아오나요?

▷정희정 : 저녁에 샤워한 뒤 제가 좋아하는 조명을 킨 후 침대에 제 DouDou(두두, 잠잘 때 안고 자는 인형)와 함께 누워있을 때인 것 같네요.

▶1코노뉴스: 반면 해외에서 혼자 살며 느끼는 외로움이나 일종의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다면?

▷정희정 : 아주 가끔씩 그런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갑자기 한국 음식이 그립고, 가족이 그리운 순간들. 몇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그러는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야'라고 위안을 삼습니다. 좀 심하다 싶으면 친구들을 불러서 테라스에서 와인 한잔하거나 맛있는 것 먹으면서 외로움을 달랩니다.

▶1코노뉴스: 1인 가구로 살면서 알게 된 나의 새로운 모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희정 : '내가 정리를 참 못하는구나, 내 물건이 정말 많구나'하고 새삼 느낍니다.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살 때는 학업이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대부분 가사를 어머니가 해주셨는데요. 그래서 요즘에는 물건을 새로 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주변인들에게 나눔 하거나 중고 물품 사이트를 통해 거래하고 있습니다.

▶1코노뉴스: 혼자 생활하면서 주로 음식을 해 먹는 편인가요? 자주 하는 요리가 있다면?

▷정희정 : 집에서 요리를 막 하고 싶은 시기와 밖에서 사 먹고 싶은 시기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약속이 많은 주간에는 대부분 외식을 하는 편이고,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 요리를 합니다. 프랑스도 코로나 이후 배달 문화가 굉장히 발달해서 거의 모든 레스토랑이 배달 앱을 통해 배달을 하지만 저는 배달음식은 거의 안 시키는 편입니다.

이탈리안 친구에게 배운 레시피들로 파스타를 자주 해 먹는데요. 타이 볶음면이나, 카레도 자주 합니다. 무엇보다 맛있으면서도 시간이 많이 안 걸리는 요리를 선호합니다.

가끔씩 볶음밥이나 잡채, 불고기 같은 한식도 만드는데요. 특이(?)한 건 저는 김치 없어도 잘 살아서 주변 유학생들처럼 김치를 담그거나 한인마트에서 김치를 사는 경우는 없습니다.

▶1코노뉴스: 코로나가 2년째 지속되고 있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삶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희정 :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 볼 때 BIO 같은 표시가 붙은 것을 주로 구입합니다. 야채, 과일 등 영양소 균형을 맞춰서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고요. 지난해에 거의 5개월이 넘게 락다운을 하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법도 배운 것 같습니다. 취미로 그림을 시작했는데 심신의 안정을 가져오면서도 재밌는 것 같아요.

▶1코노뉴스: 마지막으로 해외 생활을 꿈꾸는 예비 1인 가구에게 조언이나 알려주고 싶은 꿀팁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정희정 : 해외에서 혼자 산다고 신기하거나 대단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사람 사는 것은 어디에 살아도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먼저 현지 언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차근히 배워가면 되는 것이니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해외 생활이 대단히 이상적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녁시간 에펠탑의 모습./사진=정희정
저녁시간 에펠탑의 모습./사진=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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