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선언한 프랑스./ 사진=정희정
위드코로나 선언한 프랑스./ 사진=정희정

 

홀로 무계획 여행을 떠났다. 파리에 온 뒤 처음이다. 파리 생활을 하면서 여행을 자주 다닌 것도 아닐뿐더러 언젠가부터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는 여행을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락다운으로 1년 중 3분의 1을 집에 갇혀 지냈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팬데믹은 많은 이들의 자유를 앗아갔다. 필자는 막연하게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자리했다.

프랑스는 백신 보급이 신속하게 이뤄져 상반기에 이미 많은 이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데다가 유럽연합국들의 하늘길은 올여름부터 이미 열려있었다.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다.

홀로 떠나고 싶었다. 파리 오기 전에 즐겼던 나 홀로 훌쩍 떠나는 그런 여행. 딱히 가고 싶은 곳은 없었다. 유럽 국가들 중 가보지 않았던 나라들 위주로 비행기 표를 알아봤다. 여름 바캉스 시즌이 지난 10월인데도 티켓이 비쌌다. 나처럼 늦은 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포르투갈 포르토나 체코의 프라하 등 물가가 비교적 저렴한 국가들을 검색해 보니 비행기 표가 평소보다 높은 편이라고 나왔다. 이곳저곳 검색을 하다가 왕복 100유로가 안 되는 곳을 찾았다. 지중해에 위치한 섬나라 몰타(Malta)였다.

영국식 영어를 사용해 한국인들에게 영어 교육으로 잘 알려진 자연이 참 아름다운 작은 섬나라 몰타. 왕복 70유로였다. 저가 항공인 라이언에어이기에 짐을 추가해야 하고 파리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 라이언에어 항공 전용인 보배(Beauvais)공항까지 가야 하지만 몰타행 비행기 표를 구매했다.

몇 년 전에 대학 친구가 몰타에서 회사를 다녔는데 엄청 좋은 곳이라며 꼭 한 번쯤은 여행해야 하는 곳이라고 입이 마르게 칭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바닷가와 자연 속에서 일상 고민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쉬다 오는 거야!’ 하는 마음이었다.

숙소는 구글 검색 뒤 20대 때 자주 애용했던 도미토리 게스트 하우스로 정했다. 에어비앤비나 호텔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홀로 떠났을 때 마주했던 우연한 만남은 항상 긍정적이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려 12인이 함께 사용하는 도미토리로 예약했다. 몰타를 잘 모르기에 숙소 위치 선정이 어려웠지만 해당 숙소의 리뷰들이 좋고, 몰타는 워낙 작으니 이동에 큰 문제가 없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위드코로나 선언한 프랑스./ 사진=정희정
위드코로나 선언한 프랑스./ 사진=정희정

 

출발 당일, 가장 작은 캐리어를 하나 챙겨 보배 공항으로 향했다. 파리 주변에는 샤르 드골(Charle de Gaulle), 오를리(Orly), 보배 이렇게 세개의 국제공항이 있다. 이 중 보배 공항은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때문에 비행기 출발 약 4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했다.

여권과 백신을 맞았다는 증명서인 보건 패스, 몰타 입국 시 필요한 간단한 온라인 서류가 필요했다. 코로나 전 시대라면 여권 하나면 충분했겠지만 지금은 유럽연합국가라고 하더라도 각 나라별로 여행객들에게 요구하는 서류가 있을 수 있으니 여행 전에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다. 필자는 공항에 도착해 검색대에 들어가기 직전에 해당 서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몰타 어디에서 얼마나 머물 것인지 등 5분이면 완료할 수 있는 정도의 간단한 서류를 작성했다.

필자의 여행 스타일은 세월이 지나면서 180도 바뀌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는다. 옛날에 여행할 당시는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등 리스트를 만들어 시간대별로 나눠 하루하루를 꽉 채웠다. 온 종일 걷고 또 걷고, 먹고 또 먹어야 제대로 여행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여행은 이제 좀 지친다. (때문에 해당 서류의 존재도 모른 채 공항에 도착했지만 큰 문제는 없어서 다행이었다.)

여행 전 해당 국가와 도시에 대해 간단한 사전적, 역사적 지식만 파악한 뒤 모든 것은 그 땅을 밟은 뒤부터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한다. 그래도 식도락을 워낙 좋아해서 혹시라도 놓치고 못 먹고 오는 것이 있으면 서운할 테니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식당 검색에 들어갔다.

위드코로나 선언한 프랑스./ 사진=정희정
위드코로나 선언한 프랑스./ 사진=정희정

 

몰타는 물가도 꽤 저렴했다. 맛있는 식당들도 참 많았다. 그중 한곳을 골라 예약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 분위기는 식당 예약을 권장하는 추세다.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한 데 모여 줄을 서는 것을 피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파리의 유명 식당이나 카페는 주말에 긴 줄이 늘어선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예약 안 되는 식당을 찾기 힘들 정도니 웬만하면 예약하는 것이 기다리는 시간도 아끼고 좋다.

필자가 찍은 식당 홈페이지에는 최소 2명 이상부터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기에 전화를  걸어 한사람 식사 예약이 가능한지 물었다. ‘No problem’ 몰타 도착 다음 날 점심에 갈 곳이 생겼다.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몰타 요리 전문 식당이었다.

신이 났다. 올해 이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다른 도시 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홀로 떠나는 무계획 여행은 5년만 이었다. 일주일이 채 안 되는 5일간의 여정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고 흥분됐다.

보배 공항에서 동갑인 파리지앤느(Parisienne) 클로에(Cloé)를 만났다. 출장으로 몰타에 가는 중이었다. 신기하게 비행기 좌석도 같은 라인이었다. 클로에 덕에 늦은 밤 도착한 몰타 공항에서 숙소까지 택시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우연한 만남은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위 글은 시민기자 작성 기사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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