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코노미뉴스, 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서울의 모 대학가 인근 주택가, 이곳에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이른바 '원룸촌'이다. 한 개업공인중개사 직원은 보이는 창문 하나에 원룸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세련된 외관의 한 4층 건물 앞에 선 중개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관리비 10만원 별도)인 방을 보여주겠다며 건물 내로 안내했다. 반 층 정도 계단을 오르자 3개의 문이 보였다. 그중 2개는 호실이 적혀 있는 원룸이었다. 나머지 1개 문을 열자 긴 복도가 나왔다. 그리고 나란히 2개의 문이 더 있었다. 바로 불법 쪼개기 원룸이었다. 본래 투룸을 각각 원룸으로 개조한 집이다. 

마침 원룸 거주자가 있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최모씨(29)는 "여기서 2년째 살고 있다. 첫해에는 옆 방이 웬 아저씨였는데 최악이었다. 집을 뺄까 했는데, 돈이 없어서 그냥 버텼다. 지금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며 "살면서 측간소음이 얼마나 힘든 건지 처음 알았다. 고시원 저리 가라 할 수준이다. 거기에 양쪽 방에서 세탁기를 동시에 돌리면서 샤워라도 했다가는 하수구 역류를 볼 수 있다. 심지어 겨울에는 보일러 주도권 싸움이 벌어진다. 복도 한번 봐라 방은 두 개인데 보일러 조절기는 하나다. 생활비도 부족한데 겨울에 보일러 빵빵 틀고 그걸 나눠 내야 한다. 그래도 여긴 창문도 크고, 주차도 할 수 있어서 취업할 때까지는 버티려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씨만 겪는 문제일까. 다른 원룸 몇 곳을 더 돌아보니 세 집 걸러 한 집은 쪼개기 원룸이었다. 불법행위가 만연해 있지만, 단 한 집도 단속에 대한 걱정은 없는 듯하다. 그나마 단속에 걸려도 벌금만 내면 되니 세입자를 늘리기 위한 방 쪼개기가 성행하는 것이다. 

이날 안내를 해준 중개인은 "월세 여유가 있다면 쪼개기 원룸은 피하는 것이 좋다. 등기부등본을 떼서 확인하고 방문에 동호수가 적혀 있는지, 전력과 냉난방 사용이 개별인지, 옆 방과 사이 벽 두께는 충분한지 두드려보는 식으로 쪼개기 여부를 알 수 있다"며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주거기본법이 있다. 1인 가구의 최저주거기준은 총주거면적 14㎡ 이상, 개별 침실, 부엌,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 쪼개기 원룸 대부분은 최저주거기준을 하회하는 수준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 방식 집계결과를 보면 1인 가구의 33%는 다가구·다세대주택에 거주한다. 주택이외 거처에도 10.9%나 산다. 또 1인 가구의 63%는 전월세에 거주한다. 

1인 가구 상당수가 쪼개기 원룸 피해를 겪고 있거나 겪어 봤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인 가구 정책 수요 조사에서도 '주택 정책'에 대한 요구도가 높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1인 가구를 위한 주택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대부분 1인 가구 맞춤형 주택 공급(공유주택 포함)이나 주거환경개선 서비스 제공이다. 그러나 주택 공급 정책은 실행까지 장시간이 소요된다. 당장 1인 가구 수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데 말이다. 

이제 전문가들은 불법 쪼개기 원룸을 뿌리 뽑기 위한 제도개선 등 즉각 실현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유형별 일상생활과 정책 욕구' 보고서를 통해 "1인 가구 대상 주거지원 정책은 세대별 수요를 반영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타부처의 협력이 필요하며 선도적으로 주도할 1인 가구 지원과를 신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1인 가구의 삶이 자발적 선택이 아닌 비자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안정적 주거와 사회적 관계망 유지라는 인생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쉽다"며 "우리 사회는 지금 당장이라도 비자발적 1인 가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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