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뉴스1 / 디자인=안지호 기자

"어르신께 특별히 싸게 드릴게요", "36개월 할부하시면 더 싸요"

파주시에 혼자 살고 있는 권혁도(72. 가명)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알아보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대리점을 방문했다. 직원은 권 씨에게 이벤트 행사 중이라며 최신형 스마트폰을 36개월 할부 계약과 6개월간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0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의 친절한 응대에 스마트폰을 구입한 권 씨는 며칠 후 찾아온 아들에게 구입한 최신 스마트폰을 보였다. 가입정보를 자세히 살펴본 권 씨의 아들은 잠시 뒤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권 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구입한 스마트폰은 이미 2년 전에 출시한 휴대폰이었다"라며 "심지어 할부기간이 길어질수록 매월 청구되는 5.9% 이자는 아예 모르시고 계셨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대리점을 찾아가 따졌지만, 대리점 측은 당시 아버지가 설명한 대로 충분히 이해하셨고 직접 사인하셨다. 이상 없다고 말했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고령소비자를 노린 이동통신 서비스의 불완전판매가 기승이다. 고령소비자들은 주로 판매사업자의 설명만을 믿고 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자료=한국소비자원

1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2019년~2021년 8월 기간 접수된 전체 이동전화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3268건이었다. 그중 65세 이상 고령소비자 피해 건수는 437건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이동전화서비스 피해건수는 2019년 143건, 2020년 157건, 2021년 8월 137건으로 감소하는 듯했지만, 전체 연령대에서 고령소비자의 피해 비중은 2019년 12.6%, 2020년 12.9%, 2021년 15.0%까지 증가했다.

피해구제로 신청된 437건 중 이동전화서비스 '가입단계'에서 발생한 피해가 287건(65.7%)으로 가장 높았고, '이용단계' 105건(24.0%), '계약해제·해지단계' 29건(6.6%) 순이다.

특히 이동통신기기의 활용성이 낮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고령소비자를 대상으로 신규단말기 구입을 유도하거나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해 체결된 계약에 대해 가족이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대문구에서 휴대전화 판매를 하고 있는 권동준(55·가명)씨는 "어르신들의 경우 휴대폰 기기에 대해 잘 모르거나 상품 가입 과정에서 용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동네 대리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어떤 어르신은 '본인이 잘 모르니 직원에게 알아서 해달라'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이러한 어르신들을 상대로 판매 실적을 올리려는 판매업자들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모든 내용이 정확히 기재된 약관에 직접 서명할 경우 판매자가 불완전판매를 강제했다는 증거를 주장하기 어렵다. 이에 통신사로 피해를 주장하더라도 보상을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통신사 측도 이러한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모든 민원에 대해서는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직영점과 대리점은 운영지침이 달라 관여하는데 한계가 있다. 대리점이 고객의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통신사와의 계약을 위반했을 경우 통신사 차원에서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리점의 경우 한 법인이기 때문에 사원 개인의 일탈을 통신사가 관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셀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셀스

이동통신기기 불완전판매가 증가하자 국회에서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단통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이 이용자에게 이용요금, 약정조건, 위약금 등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 또는 고지하도록 하고 ▲휴대폰 구입 및 이용계약에 관하여 광고를 하는 경우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구입비용 또는 이용계약의 내용을 명확하고 공정하게 전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에도 전기통신사업자가 이동통신 서비스 판매 시 이용자에게 중요사항을 고지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을 두고 있으나, 실제로 이동통신 서비스 거래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에서는 이를 규제하는 규정이 없어 이용자들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단통법이 개정되면 후속 조치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판매자들이 구매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 판매 시 이용요금, 위약금, 약정조건 등을 고지해야 할 내용을 구체화하고, 광고에 들어갈 중요사항을 확정하여 구매자들이 관련 설명을 실제로 받았다는 별도의 확인 절차를 마련하여 단통법 개정의 실효성과 집행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혜숙 의원은 "현재 이동통신 서비스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동통신 시비스 가입에 있어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향상시키고 선택권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매우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또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 시 주요 사항에 대해서 설명을 듣지 못하고, 판매자들이 추천하는 대로 구입하고 있다. 구매자들은 원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관련 내용을 설명받고 구매함으로써 공정한 거래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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