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코노미뉴스 / 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1코노미뉴스 / 디자인=안지호 기자

#. 새벽 6시 30분. 경기도 외곽 골프 연습장을 방문한 직장인 A(33) 씨는 요즘 골프에 푹 빠졌다.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골프에서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A 씨는 "주말에 지인들과 스크린 한번 치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라며 "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만나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갔었다면 지금은 스크린골프를 하면서 서너 시간 운동도 하고 얘기를 나눈다. 골프가 의외로 재미있고 사람 사귀는데 좋은 수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가 지난달 소비한 골프 관련 지출만 50만 원이 넘는다. 

#. 서울에 사는 직장인 B(29) 씨는 평소 미뤄왔던 코 재수술을 위해 뒤늦게 휴가를 냈다. 5년 전 했던 코 수술이 맘에 들지 않았던 B 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재수술을 감행했다. B 씨는 "매년 해외여행으로 썼던 돈을 나를 위해 쓴다고 생각하니 아깝지 않았다"면서 "한꺼번에 거금이 나가서 지출에는 영향이 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에 소비 업종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업종별 온도 차가 나타난 가운데 실외 골프장과 테니스장 등이 주목받은 반면 집중 단속 대상이 된 유흥주점은 규모가 급감했다.

늘어난 소비 업종은 1인 가구 지출이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증가 및 코로나 확산으로 실외 업종이 인기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가 발표한 2019년 1∼9월과 코로나19가 유행 중이던 2021년 1∼9월의 주요 업종별 가맹점 신규 개설 현황을 비교해 본 결과 실외 골프장과 테니스장이 각각 131%, 174% 늘어나며 가장 큰 수혜를 봤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수치 결과다. 

실외 골프장은 다른 업종과 달리 코로나19에도 제약을 받지 않은 데다 해외 골프 수요까지 흡수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제주도가 공개한 2021 골프장 내장객 현황을 보면 올해 7월까지 내장객은 총 165만75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만7552명보다 37.3% 늘었다.

골프 이외 테니스도 수강생이 몰리면서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모양새다. 야외에서 활동하는 취미 생활 뿐만 아니라 혼밥과 대용식 관련 도시락, 베이커리, 떡 관련 신규 가맹점도 이 기간 각각 37%, 7%, 10% 늘었다.

집밥 수요 증가와 일상의 외주화 경향으로 반찬 가게도 23% 증가했다. 배달 수요가 많은 피자, 햄버거도 이 기간 43%와 78% 급증했다. 자동판매기 등 무인결제 신규 가맹점은 무려 440% 폭증해 코로나19에 따른 무인화 바람을 입증했다. 

또한 1인 가구 증가 및 재택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반려동물 및 식물 키우기도 소비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애완동물 신규 가맹점은 25% 늘었고 꽃집과 수족관도 각각 11%와 5% 증가했다.

독서실 프리미엄 1인실 수요 증가로 해당 시설을 갖춘 스터디카페 체인점이 늘면서 이 기간 관련 신규 가맹점이 31% 증가했다. 최대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성형외과도 성형 수요 등이 늘면서 이 기간 중 39%, 안과는 30% 각각 늘었다. 마스크 사용으로 색조보다 피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탓인지 피부·체형관리 관련 신규 가맹점 역시 4%의 증가세를 보였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로 심리적 불안이 커진 탓인지 무속·철학관과 심리 상담 관련 신규 가맹점이 각각 5%와 25% 늘었다.

반면 소비가 줄면서 매출이 줄어든 업종도 생기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치명타를 입은 업종은 여행업계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세계 각국이 문을 닫아걸면서 관광여행사 신규 가맹점은 70%나 줄었다.

일반 유흥주점과 룸살롱·단란주점은 신규 가맹점이 각각 52%와 53% 급감했다.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 구내식당, 푸드코트도 각각 63%, 48%, 48% 감소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면서 화장품 관련 신규 가맹점이 크게 줄어든 것도 주목할만하다. 화장품 방문 판매는 조사 기간 55%, 화장품점은 21% 감소했다.

밀집된 공간에서의 소비도 직격탄을 맞았다. PC방과 노래방, 당구장의 신규 가맹점은 이 기간 각각 68%, 42%, 43%가 줄었다. 사우나·목욕탕과 결혼 서비스도 각각 40%와 37% 감소했다. 되도록 접촉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결혼은 선택 , 나를 위한 선택은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경우 자기 투자에 적극적이고 소비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업계마다 희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코로나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에 소비가 늘어나면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분간 이런 소비 트랜드는 이어질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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