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코노미뉴스,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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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연평균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에 정부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2006년부터 대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바닥을 향하고, 반대로 사망률은 증가해, 지난해 충격의 인구 데드크로스를 지났다. 노인빈곤율도 여전히 OECD 1위다. 여기에 1인 가구 급등으로 혼자 사는 고령 1인 가구 증가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 간다. 고도성장을 이끌며 단기간에 선진국 진입을 이뤄낸 장년층과 고령층,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1코노미뉴스]는 기획 시리즈 '노인을 위한 나라'를 통해 2편에 걸쳐 선진 복지국가로 전환점을 맞은 대한민국의 정책 현황과 방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미 고령사회에 있고, 2024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동시에 1인 가구 수가 늘면서 이미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섰다. 부부, 부부+자녀 가정의 수보다 혼자 사는 사람이 더 많다.  

인구사회구조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정부도 중장기 로드맵을 설정하고 이와 관련한 대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문제는 성과다. 출산율을 늘리려는 노력은 사실상 실패했고, 노인 빈곤율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1인 가구 종합 대책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에 우리 사회는 노인 정책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노인을 위한 나라'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첫 인구 데드크로스를 경험했다. 올해도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 2년 연속 인구 데드크로스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월간 출생아 수는 27만2337명이다. 반면 사망자 수는 동기간 30만4948명을 기록했다.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무려 23개월째 이어진 결과다.

연령별 인구를 봐도 15~64세가 3713만3000명, 65세 이상이 853만7000명, 0~14세, 615만2000명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이 0~14세보다 많다. 이러한 현상은 2017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는 2020년 166만1000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의 35.1%를 차지했다. 2037년에는 현재의 2배 수준인 335만1000가구, 2047년에는 405만7000가구(36.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다. OECD는 최근 10년간 고령인구 증가율(2010~2020년 65세 이상 인구 연평균 증가율) 비교 결과 한국은 4.2%로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2.1%)보다 두 배가량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2045년 한국은 고령인구 비중 37.0%로 일본을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고령인구가 비중은 16.5%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국민 10명 중 3명은 노인이고, 노인 10명 중 3명은 독거노인이 된다. 사회가 이들을 부양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은 세계 1위다. 

전문가들은 연금, 돌봄, 일자리 3요소를 중심으로 노인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연금 불신·사적연금 외면

한국경제연구원은 한·일 양국 고령층 연구수령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금 체계 변화 필요성을 시사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개인 가구 기준 한국의 65세 고령층 중 공적연금을 수령하는 비율은 83.9%, 사적연금 수령  비율은 21.8%다. 일본은 공적연금 수령 비율 95.1%, 사적연금 수령 비율 34.8%다. 

연금 수급액은 개인가구 기준 한국의 공적 및 사적연금 합산 수급액은 월 82만8000원, 일본은 164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연금 수령액이 일본의 50.4%에 불과해 격차가 심각한 것이 확인됐다. 부부 가구의 경우에도 한국은 138만4000원으로 일본(272만6000원)의 50.8%에 그쳤다.

한국의 고령층이 생각하는 적정 생활비 수준은 월 172만5000원이다. 연금 소득이 적정 생활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인 빈곤율이 높은 이유다. 부족한 생활비 마련을 위해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적연금만 놓고 보면 한국은 개인가구 66만9000원, 부부가구 118만7000원이다. 일본은 개인 135만3000원, 부부 226만8000원이다. 한국에 비해 약 2배 많다. 

한경연은 그 이유에 대해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일본의 후생연금 요율이 소득의 18.3%로 한국(9.0%)에 비해 약 2배 정도 높아서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더 내고 더 받는’ 공적연금 체계가 구축돼 있어 노후에 안정적인 소득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더 받을 수 있도록 개편하면 된다. 그런데 국민연금 인상에 우리나라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뢰도가 떨어져서다. 국민연금을 또 다른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고, 노후에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인사가 정부측 낙하산으로 채워지는 등 독립성 강화가 이뤄지지 못해서다. 일본의 후생연금 경영위원회는 총 10명 중 이사장을 제외한 9명이 투자·금융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기금을 정부가 마음대로 쓴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독립성 강화와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 증대를 위한 전문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사적연금 시스템도 취약하다. 한국의 사적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개인가구 15만9000원, 부부가구 19만7000만원이다. 일본은 개인 29만1000원, 부부가 45만8000원이다. 이 역시도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한경연은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지원율에서 원인을 찾았다. 우리나라는 세제지원율이 19.7%로 일본(31.0%)보다 낮았다. OECD 평균인 26.9%보다도 낮다. 그 결과, 15~64세 인구 중 사적연금 가입비율은 24.0%에 불과하다. 일본은 50.8%가 사적연금을 들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기능인 연금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복지분권으로 선진 돌봄사회 실현해야

우리나라는 노인 정책을 꾸준히 펼쳐 왔다. 예산 역시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복지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독사 등 복지 사각지대 역시 여전하다. 노인빈곤율도 높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선진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노인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한 배경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나누는 복지분권이 실현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복지서비스가 이뤄지려면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복지서비스가 이뤄져야 해서다.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는 복지분권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자리에서  이주하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정부 역할 정립 ▲지방정부 역량을 고려한 포괄적 권한위임 ▲정치-행정-재정 사이에 균형 잡힌 권한과 책임 부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은 복지분권 실현에 앞서 재정분권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초지자체 사회복지예산 중 자체사업 예산 비중이 8.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정부의 보조사업 예산으로 이뤄지는 지금의 형태가 '비효율적' 복지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이 지적하는 비효율성은 사업관리 취약, 지역 자율성 제약, 중복사업 발생이다. 그는 "보편적 소득보장 급여는 국가가 부담하고, 노인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 사업의 재원은 포괄적으로 지자체에 이전해 지자체가 주도해야 한다"며 "국가는 해당 사업의 성과만 관리하고, 지방자치단체 통합돌봄기금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부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도 복지 정책 변화가 시급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지향하는 복지가 과거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 지원에 머물러 있다. 이 목표에서는 정부가 핵심 주체로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지금은 복지 성격이 바뀌었다. 경제·신체·정서·교육·문화까지 지역사회 일상 안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복지가 지금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것이다"라며 "이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기능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국고보조사업, 포괄보조화, 지방이양의 과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지고,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 전면 재정비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정부의 복지정책이 시대에 뒤처졌다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또 촘촘한 복지체계로 선진 돌봄사회를 완성하려면, 국민과 보다 밀접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지자체들도 과거보다 돌봄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등은 매년 역대 최대 예산을 배정하며 돌봄서비스 개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1인 가구 지원서비스 확대에만 1070억원을 편성했다. 

◇노후 생계안정 최선은 '일자리'

초고령사회에 진입에 대비해 우리 정부는 노인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 노후 생계안정을 실현하고, 노인 빈곤율 저하, 국가 경쟁력 제고 효과를 노릴 수 있어서다. 

앞서 언급했든 우리나라는 연금만으로 노후 생활을 감당하지 못한다. 즉, 노후에도 일해야만 한다. 생계수단을 잃어버린 대다수의 노인은 빈곤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통계 자료에도 우리나라의 주된 일자리 은퇴 연령이 49.3세인데 실질 은퇴 연령은 72.3세인 것으로 나온다. 무려 20년이나 차이가 난다.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한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노인일자리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올해 82만개, 내년에는 84만5000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현재 노인 인구가 854만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일자리사업이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수준인 공공형인 것도 문제다. 노인 개개인이 아닌 소득 보전 역할에만 치중됐고, 단기적인 일자리 수 늘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노인일자리를 공급한다는 정책 목표는 맞지만, 구체적인 실현 과제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빈곤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진, 숫자 늘리기식 일자리 공급이 아닌, 노인에게 맞는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 기존의 삶과 연결고리를 이어갈 수 있는 일자리를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초 학력이 높고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노하우와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에 맞는 일자리 대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혼자 사는 고령자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노후 준비를 하는 고령 1인 가구는 전체의 33.0%에 불과하다. 3명 중 2명이 노후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고령 1인 가구가 스스로 돈을 벌며 노후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고령 1인 가구 중 취업자는 44.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부 및 사회단체, 자녀 또는 친척에게 의지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늘리기, 지금의 방식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목표다. 정부가 주도하는 재정 일자리는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재정 투입형 일자리는 저소득자, 자산이 없는 노인에 집중하고, 직업훈련제도 개선·세제지원 등 민간기업 인센티브 강화로 노인 인구의 역량 강화와 안정적 일자리 확보가 요구된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문제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독일 역시 적극적인 직업훈련으로 고령층의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또 법인세율을 낮추고, 고용보험료율을 하향 조정해 고용주의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고령자 대상 양질의 민간 일자리 확충 대책으로 파견·기간제 규제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와 직무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 정착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정년퇴직을 연장하는 형태는 신규 채용을 막고, 기업의 경영효율성을 저하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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