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강력한 공적연금 필요성 강조
국가 시스템 돌봄 뒷받침 돼야

 

사진=1코노미뉴스,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1코노미뉴스,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연평균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에 정부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2006년부터 대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바닥을 향하고, 반대로 사망률은 증가해, 지난해 충격의 인구 데드크로스를 지났다. 노인빈곤율도 여전히 OECD 1위다. 여기에 1인 가구 급등으로 혼자 사는 고령 1인 가구 증가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 간다. 고도성장을 이끌며 단기간에 선진국 진입을 이뤄낸 장년층과 고령층,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1코노미뉴스]는 기획 시리즈 '노인을 위한 나라'를 통해 2편에 걸쳐 선진 복지국가로 전환점을 맞은 대한민국의 정책 현황과 방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배우 윤여정은 '미나리'라는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올라 "늙는다는 것은 그리 슬퍼할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에서 요란 피울 일도 아니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늙는다는 것은 달갑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싫든 좋든 대한민국 점점 늙어간다. 

통계청의 '2021 고령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473만 2000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인 가구는 166만1000가구(35.1%)에 달한다. 고령자 1인 가구 중 70대 비중은 44.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고령자 1인 가구는 2037년 현재의 2배 수준인 335만1000가구, 2047년에는 405만1000가구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노후 대비에 절실한 이유기도 하다.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후 소득 보장 체계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지만 대부분 노후대비가 충분치 않은게 현실이다. 특히 베이비부머(1955~1963년生)세대의 은퇴로 고령인구의 빈곤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문제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재정도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연금 급여를 낮추는 방식 등으로 해답을 찾고 있지만 위기는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령화로 받는 사람은 늘고 저출산에 낼 사람은 없어 재원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적연금과 함께 사적연금을 포함한 종합적 연금개혁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 회장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자리에서 윤 회장은 강력한 공적연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적연금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한국의 공적연금도 그동안 적지 않은 제도 개편 노력을 해왔다"라며 "이러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초고령 사회와 저출산이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도 개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사례를 예로 든 그는 "일본은 2004년 대대적인 연금제도 개편을 통해 사회·경제여건 변화를 연금 운영에 반영시킬 수 있는 연금재정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했다"며 "2015년에는 연금급여 수준 차이 등으로 인해 논란이 적지 않았던 민간부문 근로자 대상의 후생연금과 공무원 등 특수직역 종사자의 연금 지급률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공적연금 일원화, 즉 공적연금 통합운영체계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50% 이상의 연금 소득대체율이 유지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고 제도일원화를 통해 동일 규정 적용함으로써 관민격차를 해소했다.

일본은 민간 급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학공제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공제로 나눠져 있던 부분을 지난 2015년 10월 피용자연금 일원화법 시행으로 통합했다. 공통재원을 마련할 당시 기준을 일원화 전 후생연금 적립비율로 하고 있다. 

이날 학회 발표에 함께 참석한 후토시 이시이(Futoshi Ishii) 게이오대학교 교수는 "장기적인 인구 동향을 고려한 공적연금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후생연금 재정은 부과방식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인구의 연령 구성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노년종속인구지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출생과 사망에 대한 가정이 변했을 때 후생연금의 소득대체율에 대한 영향은 출생 수준 변동이 사망 수준 변동보다 크고 노년종속인구지수의 움직임과 정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의 수명 연장으로 장수화가 고령화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저출산뿐 아니라 향후 장수화가 공적연금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단순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아니라 1인 가구로 노후를 맞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를 차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1인 가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은 고령 인구로 1인 가구의 41.1%가 60세 이상의 노인이다. 특히 혼자 사는 고령 여성 (26.1%)의 비중이 고령 남성 (15.0%)보다 약 10% 높다. 이는 여성의 평균 수명 (87.3세)이 남성 (81.1세) 보다 길어 남편과 사별 후 혼자 사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고령 사회 돌봄 서비스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고령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지킴이 서비스 (見守りサービス, 미마모리 서비스)'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말 그대로 '지켜준다'는 의미에 미마모리 지킴이 서비스는 센서나 카메라, 전화 통화, 방문 등의 방법으로 고령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조기 발견해 조치할 수 있다. 

위급상황에서 고령자가 특정 버튼을 누르는 것이 힘든 경우도 많다. 결국 사람이 방문하거나 고령자가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일상생활의 움직임을 통해 건강여부를 확인하는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 산업 업계는 고령자 지킴이 통보서비스 시장이 2014년 142억엔에서 2025년 227억엔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는 "이미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일본의 경우 개인보다는 사회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라며 "다양한 인프라 구축으로 고령자들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마련돼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이 직접 방문하지 않고 비대면 돌봄서비스가 인기다. 돌봄 시스템 구축은 일본 내에서도 고령화 문제 대안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는 결코 정부 만의 숙제가 아니다"면서 "정부를 중심으로 모든 주체가 역할을 철저히 분담하고 상호 협조해야 한다. 그런 환경이 정착될 때 좀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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