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겪은 이야기"
광진구 화양동 80% 1인 가구

사진=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제가 모두 겪은 문제들이에요. 16년째 광진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자 혼자 살면서 느껴야 하는 공포를 저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누군가는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얘기라서 이렇게 알리고 있어요"

바쁘게 움직이는 출근 발걸음 끝자락에 이나리 정의당 광진구 위원장이 서 있다. 

29일 이른 아침, [1코노미뉴스]가 만난 이나리 정의당 광진구 위원장은 건대입구역 1번 출구에서 광진구 여성 1인 가구 안심조례 제정을 의회에 요구하기 위해 1인 시위 중이었다. 여성 1인 가구가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조례 제정을 알리는 게 골자다.

광진구는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1인 가구 가운중 4번째(41.0%)로 높은 자치구다. 광진구 화양동의 경우 1인 가구 수가 80%에 이른다. 그중 여성 1인 가구의 비율이 절반 이상이라는 게 이 위원장 말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는 여성 1인 가구 안전 문제에 대해 깊이 나서지 않고 있다. 여성 1인 가구로 16년째 살고 있는 이 위원장이 거리로 뛰쳐나온 이유기도 하다. 

이나리 정의당 광진구 위원장이 광진구 여성 1인 가구 안심 조례 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1코노미뉴스
이나리 정의당 광진구 위원장이 29일 광진구 여성 1인 가구 안심 조례 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1코노미뉴스

 

"최소한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고 특히 청년 여성 1인 가구에 불평등하다지만 그런 것들을 다 배제하고서라도 적어도 내 집에서는 편하게 잠잘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지 못한 게 지금 현실이에요. 무척 안타까운 일이죠"

비용 문제도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여성 1인 가구가 안전을 위해 남성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적인 예로 자신의 집에 택배 송장을 처리하기 위한 '파쇄기'를 직접 샀다고 털어놨다. 

"전 집에 종이 파쇄기도 사비로 샀어요.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죠. 예전에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신발장에 놓여 있던 구두가 한 짝 씩 없어지는거예요. 임대인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집 안에 신발장을 둬라'는 얘기였어요. 만약 무슨 일이 벌어지면 누가 날 지켜주지?라는 생각을 하니깐 앞이 캄캄하더라고요. 여성 1인 가구가 느끼는 불안 요인 1위가 '안전'이라는 말을 실감했어요. 여성 청년 1인 가구 중 주거침입 피해 가능성은 남성의 11.2배 높다는 점만 보더라도 심각한 거예요. 1인 가구 활동하다 보면 많은 여성 1인 가구가 범죄 경험을 털어놔요. 정말 심각해요"

자치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중구난방(衆口難防) 1인 가구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더 실효성 있는 여성 1인 가구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많은 지자체에서 여성 1인 가구 안전 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대부분 단발성·소규모 사업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이번 광진구 여성 1인 가구 안심조례가 제정되면 ▲여성 안전 사업으로 통합 전담 부서 및 인력배치▲여성안전 핫라인 구축▲안전물품 지원 사업 대폭확대▲불법촬영 감시 시스템 강화▲1인 가구 밀집지역 마을경비원제도 상시 운영▲젠더폭력예방 교육 및 홍보사업 확대 등 다양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대부분의 자치구가 각자 1인 가구 정책이 있다보니 지역 정치권이나 혹은 시민사회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나서지 않는 것이 답답해요. 1인 가구 문제는 지역 사회 문제인데도 말이죠. 50% 이상이 1인 가구인데 지자체나 시민 사회가 다 달라붙어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무척 안타까워요"

향후 이 위원장은 현재 광진구 여성 1인 가구 안심조례제정운동본부, 광진구 1인 가구 네트워크 자조모임을 구상 중이다. 아울러 내년 2월 구의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서명 운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광진구 1인 가구 네트워크를 통해 임대차 문제, 1인 가구가 겪는 부당한 일에 대해 고민 상담하는 지역 내 창구 역할을 할 계획이다. 

 

29일 광진구 여성 1인 가구 안심 조례 제정을 위해 이나리 정의당 광진구 위원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1코노미뉴스
29일 광진구 여성 1인 가구 안심 조례 제정을 위해 이나리 정의당 광진구 위원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1코노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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