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숲과 나눔 1인 가구 연구원
박민선 숲과 나눔 1인 가구 연구원

지난 11월 29일 서울시가 ‘시민이 뽑은 서울시 10대 정책’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투표는 향후 10년간 서울의 변화를 위한 '서울 비전 2030' 마스터플랜이 발표된 가운데 시민들에게 가장 기대되는 정책을 뽑도록 한 것으로, 시민 1만 5,440명이 참여한 가운데 1인당 최소 5개에서 최대 10개까지 선택해 총 10만 4,160표의 투표수를 보였다. 

1위는 ‘전기차 보급, 생활권 5분 충전망 구축’ 정책(6,298표)이, ‘서울형 스마트 헬스케어’(6,128표)가 2위를 차지했는데 투표결과에서 또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다. 10대 정책으로 뽑힌 대부분의 정책들이 전 연령의 서울시 내 전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었던데 반해, 1인 가구나 시니어 등 특정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도 시민들이 가장 기대하는 10대 정책 안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는 1인 가구만이 지원대상임에도 서울시의 향후 주요 정책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1인 가구가 수 측면에서도, 사회적 측면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집단으로 부상하였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생각된다.   

서울시의 1인 가구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과거 박원순 시장 때부터 현 오세훈 시장까지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정책들을 내놓았고, 1인 가구 조례 등을 통해 구체적인 근거까지 마련하는 등 안정적 지원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계속해왔다. 현재 서울시 각 구에서 올해 4분기에 준비한 1인 가구 관련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심리상담, 건강 프로그램부터 필요물품 제공, 사회적 교류 프로그램, 가사 지원이나 집수리 프로그램, 영양 및 요리·식단 프로그램, 안전과 치안을 위한 서비스까지 다양하고 유용한 프로그램들이 많다. 

서울시의 1인 가구는 2020년 기준 139만 명으로 전체 가구 수의 약 35% 비율을 차지한다. 이는 40년 전에 비해 16배가 넘게 증가한 수이다.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의 1인 가구는 다른 지역의 1인 가구와 성격이 다른 측면이 많다. 2030의 젊은 1인 가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1인 가구를 시작한 동기가 대부분 취업이나 학업, 직장과 관련되어 있다.

문화 및 사회 인프라 욕구도 높고, 소비 트렌드에도 빠르게 반응한다. 전라, 경상 지역의 1인 가구가 대부분 배우자 사별로 홀로된 고령 1인 가구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다른 점이다. 서울시 1인 가구의 또 다른 특징은 1인 가구 내에 임금 격차나 고용격차, 소득격차 등 사회경제적 여건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보통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사회경제적으로 부부나 부부-자녀로 이루어진 다인가족보다 형편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1인 가구는 다인가구보다 집단 내 편차가 더 큰 집단이다. 특히 고용 및 생산 자원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에는 소득이나 여건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다. 같은 30대 여성이라도 삶의 여유와 구매력을 갖추고 스스로의 만족감을 위해 비혼을 선택한 골드미스와 취업과 경제적 독립 등 여건을 마련하지 못해 당장 하루하루를 쫓기듯 살아가는 1인 가구가 모두 서울에 거주한다.

코로나 19의 여파는 사회 전 구성원들에게 미쳤지만, 특히 필요한 심리적, 사회적 자원을 집 밖에서 구해야 하는 1인 가구의 삶에 영향을 크게 미쳤고,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1인 가구일수록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최근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고독사의 10%가 30대 이하의 청년 1인 가구에게서 발생했다고 한다. 청년 고독사의 주요 원인은 1인 가구와 실직이다. 

이렇듯 1인 가구는 증가하고 정책과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변화무쌍한 1인 가구의 환경에는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인 가구 관련 서비스와 정책, 관련 통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서비스가 주민센터나 관련 홈페이지에 직접 찾아가 신청해야만 이용가능하고, 1인 가구 지원제도를 소개하는 지자체 정책들도 1인 가구가 직접 알아보기에 편한 형태로 제작, 배포되기 전에는 용어나 법률, 통계 등이 이해하기 어려워 이용하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 정책의 기획과 실행 만큼이나 정책의 성공에 중요한 것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러한 점에서 서울시가 지난 9월에 오픈한 1인 가구 포털사이트는 의미있는 시도이다. 1인 가구 포털은 1인 가구에 대한 각종 지원제도와 프로그램, 유용한 정보 등을 모두 모아 사용자가 이용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거주지역, 연령, 성별별로 1인 가구가 이용 가능한 서비스와 정책들이 한 번에 검색된다. 위치기반 및 주소기반 검색기능을 통해 시와 각 자치구에서 제공하는 1인 가구 관련 서비스들을 찾을 수 있고, 검색결과가 안전, 주거, 경제/일자리, 외로움, 질병, 기타 등 관심 카테고리별로 정리되어 있어 유용하다. 이 외에도 1인 가구 관련 뉴스 기사라든지 각종 유용한 최신 정보, 1인 가구 관련 지원을 하는 유관 기관들의 목록이나 홈페이지 주소도 이 사이트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최근 1인 가구 포털에 1인 가구 관련 정책아이디어 공모전, 포털 오픈 행사 등 1인 가구 관련 이벤트를 개최하여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개선점은 남아있다.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아 홍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든지, 1인 가구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다른 유관 제도와의 협력이나 연관성 하에서 이루어지는 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든지, 정보력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사각지대에 있는 1인 가구를 따로 선별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든지 등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1인 가구 포털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1인 가구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성장해가기를 기대해본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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