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재 CTP Company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CTP Company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새로운 미장원을 개발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통창의 미장원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주방이 개방되어 믿음이 가는 음식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장은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내 머리모양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제안해 주었다.

"원장님에게 가족이란?"

"울타리, 사랑, 음..... 희생."

원장은 내 질문을 받고 울타리라는 대답을 했다가 잠시 눈을 굴리며 고민하다가 희생이라는 단어를 찾아냈다.

요즘 우리 집에서도 이런 질문을 아내와 주고받는다고 말했더니 원장이 참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질문 하나를 더 했다.

"원장님에게 남편이란?"

“측은지심.” 

질문과 동시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측은지심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처음부터 측은지심이었나요?”

"음, 처음엔 사랑, 그다음에 아이들의 아빠, 지금은 측은지심인 것 같아요."

머리를 만지는 손은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진지하게 대답했다. 

"남편과 좋은 친구로 지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손님들을 보면 정말 무늬만 부부로 사는 사람이 참 많아요." 

나는 원장의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40여 년 가까이 쌓인 미장원 현장 고객의 데이터에 근거해 추출한 결론이니 말이다.

어느새 머리 손질이 끝났다. 이발비를 건넸더니 만 원만 받고 나머지 돈은 돌려주셨다. 이렇게 질문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재미있었다며 오천 원을 깎아주었다.

"내게 미장원이란?"

기쁜 나머지 서비스로 원장에게 질문을 하나 더 해드렸다.

"내 인생이에요
지금까지 미장원을 한 번도 쉰 적이 없어요
미장원은 내 인생 자체예요."

아내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사랑을 지나 지금은 아이들의 아빠에서 측은지심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집에 가서 물어봐야겠다.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했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