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니스트

며칠 전 발표된 일본 총무성이 실시한 2020년 국세조사 결과, 일본 전체의 생산연령인구 (15~64세)는 2020년 7509만명으로 생산인구가 가장 많았던 1995년의 8716만명에 비해 13.9% 줄었다. 25년만에 1200만명의 생산인구가 감소한 것이다. 생산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59.5%로 1950년 이후 70년 만에 60% 이하로 떨어졌다. 고령화율 또한 28.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15세 미만 인구 비율은 11.9%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앞으로도 증가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고령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일본 기업과 사회에 있어 커다란 과제가 되고 있다. 

가전제품 양판점인 노지마 (NOJIMA)는 2021년 10월, 80세 상한이었던 고용 제한을 철폐하였다. 본사와 점포에서 일하는 3000명의 정규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노지마에는 현재 75세가 넘은 직원이10명 근무하는데, 이들은 본인이 원하면 언제까지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직원 뿐만 아니라 80세가 넘는 고령자도 신규 채용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루 5시간, 주 4일 정도 매장에서 일하면 월급은 약 12만엔 (약 125만 원)이다. 

2020년 7월, 노지마는 65세 정년 후에도 80세까지 임시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었지만 80세가 넘어서도 일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렸다고 한다. 노지마는 다른 가전 양판점과 다르게 제조사의 판매원이 접객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가전 양판점인 비쿠 카메라에서는 각 가전 제조사에서 사원을 파견하여 접객을 담당하며, 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사의 제품을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지마는 제조사의 직원이 아닌 노지마 소속 직원들이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 지식을 습득하고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제품을 객관적으로 추천해준다. 따라서 노지마는 현장에서 오랜 기간 고객을 상대해 온, 풍부한 상품 지식을 가진 사원이 기업의 자산인 것이다. 

고령층의 고용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일본 사회의 고질적인 일손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노지마는 2022년 봄 입사 예정인 신입사원을 870명 모집하였지만 700명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후생노동성이 작년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66세 이상이 되어도 일할 수 있는 기업이 일본 기업의 33%에 달했다. 일본의 YKK 그룹도 정규직의 정년을 폐지, 원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미츠비시 케미칼도 정년 철폐를 검토하고 있다. 2021년 3월, 일본에서는 기업이 종업원의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하거나 다른 업체로의 재취업, 창업 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신 (新) 고령자고용안정법’이 시행되었다.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법안으로 인해 70세 정년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자신의 전문성과 경력을 살려 일하고 싶은 고령자 중에는 지방으로의 이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기간을 정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여 자신의 경험을 지자체 및 기업에 제공하는 고령층이 최근 눈에 띄기 시작한다. 

“후쿠시마현과의 연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보건사로서 현장에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에 응모에 망설임이 없었다” 

일본 닛케이 신문이 인터뷰한 마츠다씨는 후쿠오카현 후쿠지쵸 동사무소에서 보건사를 시작으로 복지 과장으로 근무했었다. 이번 해 3월, 약 30년간 근무한 후쿠지쵸를 퇴직하고 후쿠시마현으로 이주했다. 지금은 후쿠시마현의 오쿠마쵸에서 파견 보건사로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오쿠마쵸에는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사고로 마을 주민 약 1만명 중 4560명이 아직도 피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보건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 케어 매니저 등의 자격도 가지고 있는 마츠다씨의 업무는 고령화가 진행되는 주민의 심신 케어와 간병이다. 시내에서 열리는 주민 교류회에 나가서 건강관리방법을 조언하거나 교류회에 참가하지 않는 고령자의 집을 방문, 지원이 필요한 사항이 없는지 점검한다. 

여기에 더하여 마츠다씨는 신입으로 들어온 보건사에게 행정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이나 건강 관련 정보를 시스템 내에 어떻게 보존 및 활용하는지 등을 지도하며 자신이 관리직으로서 일한 경험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고령층이 지방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현상은 민간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독일 보쉬의 일본 법인은 정년을 맞은 설계나 개발, 생산, 품질관리 등의 전문가를 그룹 내나 외부 기업에 파견하는 제도를 금년부터 시작하였다.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대상자가 살고 있는 현주소에서 벗어난 기업도 파견을 소개한다. 도쿄마린니치도 화재보험 (東京海上日動火災保険)도 정년 도달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기한을 정해 지방의 지점이나 영업소에 배치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이미 쿠마모토현에서 근무하는 고령자가 있다. 고령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며, 심각한 일손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연결될 수 있기에 정부도 반기는 분위기이다. 

타지역에서 활약하는 시니어에게 공통으로 발견되는 점은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서 이주를 마다하지 않는 강한 의욕이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면, 신체가 허락하는 한 보건사를 계속하고 싶다”며 위에서 소개한 마츠다씨는 현재 1년 기한인 계약을 연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80세가 넘어서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가지는 것은 고령자 개개인 심신의 건강 뿐만 아니라 일손부족문제,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한국보다 한 발 앞서 초고령화 사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 준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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