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 내 식당가 앞, 고령 어르신 두 분이 키오스크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식사를 주문하고 싶은 듯, 키오스크를 수차례 조작해 보지만 주문에 실패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두 분의 주문을 도와드리며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황희순(68. 가명)씨는 "날씨가 추워서 실내로 들어왔더니 직원도 없고 가게에서는 이걸로 주문하라는데 할 줄 알아야 말이지. 편리한 것도 좋지만 노인네들 생각도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경숙(71. 가명)씨도 "내가 까막눈은 아닌데 당황하니까 봐도 모르겠고, 무섭다. 나는 혼자 사는데 이런 거 자식들이 가르쳐주지 않으면 알리도 없다. 안 도와줬으면 그냥 다른 데 갈까 했다. 아마 이제 안 올 듯싶다"고 전했다. 

방역패스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 두 어르신에게 백신 접종 완료자란 것을 증명하는 법을 아는지 물었다. 

황씨는 "지난달 목욕탕에 갔다가 거기 주인이 휴대폰으로 해줬는데 지금은 까먹어서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정씨는 "휴대폰으로 하는 건 모르고, 딸이 스티커를 하나 발급 받아서 붙여준 게 있다. 그거 보여주면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주민센터나 마을회관에서 단체로 교육을 받은 바 없는지 묻자, 두 분 다 "없다"고 답했다. 황씨는 "날 추워지면 밖으로 잘 안 다니는데 노인회관에서 뭔가 해주기는 하는데 자주 가는 사람만 가니 나 같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급격한 디지털화가 혼자 사는 고령 1인 가구의 사회 단절을 키우고 있다. 최근 음식점, 커피숍,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키오스크 적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조그마한 동네슈퍼가 있던 자리에는 무인상점이 생겼고, 은행은 영업점을 줄이다 못해 이제는 무인점포(디지털라운지)로 전환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20·30대 젊은세대에게는 익숙한 환경, 40·50대에게는 어색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환경, 60대 이상에는 불편한 환경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6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 음성확인제도)가 다중이용시설로 확대 적용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란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출입하지 못하는 실내다중이용시설이 확대된 것이다. 

목욕장업 등 감염위험시설에만 방역패스가 도입된 상태에서도 고령인구는 '혼란'을 겪었다. 아무도 그들에게 백신 접종 완료자란 것을 증명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서다. 휴대폰 앱을 통한 간단한 인증만으로 증명이 가능하지만, 고령층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고령층에 대한 체계적인 디지털 교육 확대 조치도 없이, 방역패스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이어진다면, 방역패스 도입 시설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화 교육은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황씨의 경우처럼, 동주민센터 자치회관이나 노인 대상 공공시설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이들의 경우 심각한 디지털 소외로 고립감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인천에서 곰탕집을 운영하는 김인철(54)씨는 "아무래도 노인 손님이 많은데 QR코드 찍어달라고 하면 10명 중 8명은 잘 못 한다. 나이 많으신 분들은 글을 읽을 줄은 아는데 쓸 줄 모르는 분이 많아서 수기로 작성하는 것도 싫어한다. 요즘에 그나마 전화인증이 나은데 이것도 사기(스팸)가 많아서 의심스러워하는 분이 많다"며 "방역패스까지 확인할 거 생각하면 깜깜하다. 홀 업무가 안 돌아갈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를 위해 디지털화의 흐름을 늦출 수는 없지만, 이들을 소외계층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또 방역패스가 효과적으로 도입되려면 고령층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인 디지털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스마트폰 QR체크인, 방역인증, 키오스크 사용 등은 직관적으로 구성돼 사용에 대한 두려움과, 몇 번의 경험이면 고령층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어서다. 

고령층이 디지털 기기 사용을 꺼리는 이유도, '필요성'과 '두려움'이 크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의 고령소비자 전자상거래 실태 설문조사에서도 디지털기기 사용의 두려움과 낮은 이용동기가 원인으로 꼽혔다. 고령자들은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직원을 통해서 사는 것이 편해서(47%),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39%), 이용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27%), 시도해본 적은 있지만 너무 어려워서(15%), 주문시간이 길어져 뒷사람에게 불편을 줄까 봐(12%) 등을 꼽았다. 또 전자상거래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방법이 어려울 것 같아서(49%),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39%), 매장을 방문해 구매하는 것을 즐겨서(25%), 시도해본 적이 있지만 너무 어려워서(22%) 등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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