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캡쳐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캡쳐

"두 눈의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고양이가 있어요. 구조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난해 4월 한 제보자는 동물권행동 카라로 두 눈을 다친 고양이가 있다며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앞서 제보자는 고양이가 안타까워 담요와 맨손만으로 잡아보려 했지만, 구조에 실패했다. 제보자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발견된 녀석을 확실하게 구조하기 위해 카라로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고양이는 어느 아파트 실외기 깊은 곳에서 발견됐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자, 카라 활동가는 포획틀을 설치하고 고양이가 스스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했다. 잔뜩 웅크린 채 경계하던 녀석은 몇 분간 실랑이 끝에 포획틀로 구조됐다.

서둘러 동물병원으로 이송된 후 살펴본 고양이의 눈은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빨갛게 부풀어 올라온 오른쪽 안구는 호흡을 따라 피부 사이로 빈 공간이 보이다 안 보이기를 반복했다. 왼쪽 안구는 돌출만 안됐을 뿐 빨갛게 짓물려있어 구조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고양이의 안구와 피부는 심각한 상황에 놓였을 것으로 예측됐다.

심각한 안구 돌출 상태의 흰둥이./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심각한 안구 돌출 상태의 흰둥이./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카라는 고양이에게 '흰둥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구조 당시 흰둥이의 나이는 7개월가량으로 앞을 전혀 볼 수 없다. 오로지 청각, 후각 등의 감각으로만 활동을 해야 한다. 이제 지금껏 지내왔던 길로 돌아갈 수도 없다. 흰둥이를 입양할 반려인도 나타날지 미지수다.

하지만 카라 활동가들은 주저없이 고양이를 치료하고 살려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흰둥이가 두 눈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돌출됐던 안구를 말끔하게 치료한 흰둥이는 카라 활동가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씩씩하게 자라났다. 평소 에너지가 넘치고 호기심이 많은 녀석은 앞은 보이지 않지만 작은 소리나 인기척에도 다가와 확인하기도 하며 활동가가 낚시대를 들고 놀아줄때 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장난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푹신한 곳을 좋아하고, 높은 캣타워도 무리없이 잘 올라다녔다.

고양이들은 영역싸움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다정한 성격의 흰둥이는 다른 묘사에서 넘어온 고양이들에게도 친절하며, 평소 장난도 잘 치는 활발한 고양이다. 그중 흰둥이가 가장 좋아하는건 단연 스크래쳐라고.

낚시 놀이를 즐기는 흰둥이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인스타그램 캡쳐
낚시 놀이를 즐기는 흰둥이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인스타그램 캡쳐

현재 흰둥이는 다정한 가족을 찾고 있는 중이다. 시각장애묘이기 때문에 다른 고양이보다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부분은 사실이지만, 영역을 모두 익힌다면 일상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용히 서로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장애묘에 대한 편견을 넘어 평생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흰둥이는 암컷으로 나이는 2살, 중성화 수술도 마친 상태다.

김나연 동물권행동카라 팀장은 "시력을 잃은 고양이이기 때문에 돌보는 것이 더욱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양이는 시각 외 다른 감각도 뛰어나기 때문에 가구를 자주 옮기지 않는 이상 흰둥이가 뛰어다니면서 놀거나 장난을 치고, 음식이나 물을 먹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흰둥이의 입양에 관심이 있다면 동물권카라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흰둥이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캡쳐
휴식을 취하는 흰둥이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캡쳐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