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니스트
정희선 칼럼니스트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3년에 한 번씩 건강수명을 발표한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하여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기간으로,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12월 20일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일본인의 2019년 건강수명은 남자 72.68세, 여자 75.38세로 이전 조사인2016년의 남성 72.14세, 여성 74.79세에서 더 늘어났다. 흡연률이 줄어들고 고령자의 사회 참가가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이다.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고령자가 거주할 집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점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전체로 살펴 보면 자가 주택을 소유한 고령자의 비율은 높다. 하지만 1인 가구로 한정해서 살펴보면 자가 소유가 아닌 임대 주택에 사는 고령 1인 가구의 비율이 약 30%에 달해 2018년 기준, 200만명을 넘었다. 계속 임대로 살았던 고령자도 있지만 자가 주택이 있더라도 자녀가 독립하거나 배우자가 사망한 것을 계기로 살던 집을 팔고 크기가 작고 교통이 편리한 장소의 임대 주택으로 옮겨 사는 것을 고려하는 고령자가 상당 수 있다. 가족이 모여 살던 큰 집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관리하기 힘든 이유도 있다. 

하지만 집을 빌리고 싶어도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일본 고령자의 현실이다. 집주인들이 고독사의 우려가 있는 고령 1인 가구에게 임대를 꺼려한다. 자신의 집에 입주하던 고령자가 사망하면  '사고 물건'이 되어 나중에 임대를 주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고령 입주자를 기피하는 집주인들은 많은 반면 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싶어하는 고령자는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비대칭은 언제나 비즈니스 찬스로 이어진다. 

우선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회사인 플랫 에이전시 (フラット・エージェンシー)는 작년 교토에 고령자 전용 점포인 '시모가모 히로바 (下鴨ひろば)'의 운영을 시작했다. 평균 연령 70세 이상의 베테랑 종업원만 배치하여 동년배의 시점으로 고령자가 집을 찾는 것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해당 점포는 오너로부터 집을 빌려 고령자에게 임대해주는 것과 병행하여, 입주 후 고령자 돌봄 서비스까지 진행함으로써 집주인의 불안감을 잠재운다. 또한 고령 입주자가 사망했을 때 방에 남겨진 소지품을 처리하는 사무 작업까지 진행한다. 고령자가 사망 후 소지품 취급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오너가 많다는 점에 착안, 소지품 처리를 수탁함으로써 입주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앞으로는 복수의 고령자가 동거하는 쉐어 하우스도 임차 방식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빈 집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2015년 사업을 시작한 도쿄의 R65 부동산 또한 65세 이상에게만 집을 중개하는 부동산 서비스 회사이다. 대표인 야마모토 (山本)씨는 80대 여성이 5번이나 입주를 거절당하며 임대 주택을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상황을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R65는 또한 민간 기업이나 지자체와 연계하여 노인들에게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렇듯 고령자를 위한 부동산 서비스는 단지 집을 구해주는 것을 넘어 돌봄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고령 사회의 인프라가 되고 있다. 

보통은 입주를 주저하는 사연이 있는 물건을 역으로 활용함으로써 고령자를 돕는 회사도 있다. 요코하마시에 위치한 부동산 회사 마크스(MARKS)는 사고 물건(事故物件, 살인이나 사망사고 등이 일어났던 물건)을 고령자에게 임대하는 사업을 작년에 시작했다. 입주 예정인 고령자에게 자살 등을 포함해 물건의 사건 정보를 공개하고 고령자가 납득하면 고령자의 돌봄 서비스 등을 추가로 더해 계약을 진행한다. 이용을 해 본 고령자 가운데 "입지나 방의 넓이 등의 조건이 좋고, 일반 물건보다 임대료가 저렴하다"며 노후자금을 절약하기 위해 사고 물건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집주인이 못 받은 월세를 보상하는 집주인을 위한 보험 상품도 등장, 집주인의 불안을 잠재운다. 동경해상일동화재보험 (東京海上日動火災保険)은 2015년 월세 보장 보험을 발매한 이후 계약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보험 내용을 강화했다. 올해 10월, 입주자의 고독사 등의 원인으로 오너가 집세를 받을 수 없게 될 경우 집세를 보상하는 기간을 1년에서 최대 3년으로 연장한 것이다. 동사는 "리스크 헷지가 가능하게 되면 고령자의 입주 촉진으로 연결된다고 본다"며 의도를 설명한다.

국토교통성은 금년 6월, 고령 1인 가구가 사망했을 때 임대차 계약의 해제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의 모델을 공표하는 등 국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주자가 사망 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대리권을 가진 제 3의 '수임자'를 입주시에 정하는 것이 골자이다. 수임자에게는 방에 남은 소지품 처리를 맡길 수도 있다. 

부동산 컨설팅의 사쿠라 사무소는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독사 등의 고령자 임대 물건의 리스크에 대응하는 제도가 갖추어지기 시작했지만 고령자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려는 동기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가 집주인로부터 물건을 빌려서 고령 입주자에게 임차하는 등의 새로운 유통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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