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1코노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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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고립감, 우울감과 불안감은 한껏 치열해진 경쟁사회에서 현대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코로나19 확산, 1인 가구 증가는 이러한 불안 요소를 더욱 확대시켰다. 이제는 국민 개개인의 '마음'을 돌보는 정서적 돌봄이 중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9월 기획으로 자살예방의 중요성과 정부 정책의 나아갈 방향을 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9월은 자살 예방의 달이다. 그만큼 자살의 심각성을 일깨우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22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자살사망자 수는 36.1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자살률은 25.7%로 2019년 29.6%와 비교하면 3.9% 하락했다.

보건복건부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두가 함께 자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설립된 목적도 이 때문이다. 국가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중앙자살예방센터, 중앙심리부검센터 및 지자체 자살예방센터를 설치하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1996년 이후 OECD 평균을 상회한 자살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지지 않았고, 2018년 1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하여 전 부처적・범 사회적 자살예방을 추진하게 됐다. 

1990년대 초 우리나라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잘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보다도 자살률(인구 10만당 자살률)이 현저히 낮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나서 불과 1년 후인 1997년, IMF 외환 위기로 자살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OECD 회원국 평균 자살률 수치를 훌쩍 넘어 OECD 자살률 1위 '자살공화국'이라는 타이틀을 얻게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리나라는 재단 설립과 함께 다양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자살률이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이 쏠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이수비·신예림·윤명숙)을 보면 연구팀은 전문여론조사기관 K에 의뢰해 지난 2월7~14일 전국 19~39세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웹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성별, 연령, 거주지역이 수도권인지 여부, 부채 여부, 경제활동 상태, 1인 가구 여부, 가구소득, 개인소득, 상대적 박탈, 미래전망, 사회적 고립, 자살 위험성 등의 변인 간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조사 결과 '사회적 고립'이 자살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고립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1인 가구 정은영 (28.가명)씨는 최근 극단적 시도를 했다가 친구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됐다. 정 씨는 "그때는 뭐가 씐 거 같았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도 않고 하고 싶은 생각도 안 들더라. 친구가 없었다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관할 센터를 통해 주기적으로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자살공화국 대한민국' 오명 못 벗는 이유

 

◇해외 사회적 고립 어떻게 예방하나

해외에서는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 다양한 자살 예방 정책이 마련돼 운영 중이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국가가 계획으로 자살예방국가전략(NSSP)을 수립하고 자살예방 관련 사회적 인프라 강화를 위한 법제적인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자살예방과 관련된 법을 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중보건서비스법(USC)과 참전군인 자살예방법, 원주민법, 원주민 청소년 자살 예방법, 자살 예방기금지원법 등 특정 대상을 위한 자살예방 관련 법을 정하고 있다. 

또 영국은 2018년 1월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이 나올 정도로 국가가 사회적 고립을 관리한다. 이는 잉글랜드의 경우 매년 4500여 명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45세 이상의 경우 주요 사망 원인이 자살로 꼽힐 만큼 사회 문제로 대두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국에서는 외로움이 흡연, 음주보다 훨씬 위험한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자살의 근본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 고립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을 고민 중이다. 

자살공화국이라 불렸던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인 1997년 금융위기, 2003년 취업 빙하기, 2008년 리먼 사태 등 국가적 경제 위기를 겪었고 그때마다 자살률이 급증했다.

일본 내 자살예방 NPO(민간) 단체들과 전국 신용카드, 빚 피해자 연락 협의회와 같은 금융복지 민간단체 들의 노력으로 정치권을 움직이게 했고 일본 정부는 자살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2007년 1차 자살종합대책대강이 마련됐고, 2012년 작성된 2차 자살종합대책대강이 나왔다. 자살예방 관련 민간단체들은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자살시도자 발견 후 질병이나 육체적 문제가 있을 경우 병원에 치료를 받게하고 무료로 법률을 상담할 수있는 민간단체로의 연결 체계가 만들어졌다. 

정희선 일본전문 칼럼니스트는 "일본은 2012년 인구 10만당 자살률 28.1명이였지만 수년간의 노력으로 2018년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다. 이는 사회 구석구석에 빈틈없이 자살시도자들에게 희망의 연결선을 제시하며, 돈이 한 푼도 없더라도 정부와 사회, 시민단체들이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심어줬기 때문"이라며 "이는 자살률 30% 감소와 자살지수 7년 연속 감소의 배경이 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2017년 OECD 회원국 기준으로 자살률 9위, 인구 10만당 자살률 16.8명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 "자살 위험자 국가차원 예방조치 필요"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자살 예방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전문의는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에 대해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국가 차원의 예방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자살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1인 가구도 그중 하나다. 좀 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상심리학 박사 고선규(46) 마인드웍스 심리상담 대표는 "자살은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다. 사회적인 관심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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