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1코노미뉴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꿨다. 그 중 하나가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욜로, 플렉스를 찾던 1인 가구가 계획적인 소득·자산 관리에 집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성향을 보이게 된 것이다. 삶의 질을 중시하고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 방향성은 같지만, 그 방법이 달라져서다. 1인 가구의 40% 이상이 'N잡러'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N잡러 1인 가구의 목소리를 통해 달라진 1인 가구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으로 'N잡러' 열풍이 불고 있다. 시간을 쪼개서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경제적인 여유를 맛보기 위함이다. 이같은 N잡러 열풍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최근 40세 이상의 중장년층까지도 N잡러에 뛰어드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내 부업을 하는 인구는 2020년 47만 명에서 2021년 56만 명, 올해 5월 기준 약 63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경우 미래를 오롯이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부업에 적극적이다. 

1코노미뉴스가 만난 3명의 N잡러 역시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우선 인터뷰에 응해준 대학원생 이모 씨(32)는 자신이 원해서 N잡러가 됐다고 했다. 이 씨는"동기들은 이미 취업해서 일찌감치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하나만 선택하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었다"라고 말문을 텄다. 현재 이 씨는 낮에는 한 대학 조교로 일하고 남은 시간에는 그림을 그려 올리는 웹툰작가로 활동 중이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가끔 정해진 규칙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한 우물만 파고드는 것보다 여러 곳을 알아보고 인생에 참맛을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박모 씨(42)는 지난달부터 퇴근 후 틈틈히 배달을 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연 2.8%였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연 4.5%로 올랐다는 문자를 받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혼자 살다보니 시간이 남는 데다 최근 들어 돈을 모으기가 빠듯해졌다고 느껴 'N잡러' 생활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매달 부수입으로 버는 돈 200만 원가량을 고금리 예·적금이나 개인연금에 넣어 저축하고 있다. 박 씨는 "갈수록 물가나 금리가 많이 올라 지금 받는 월급으론 여윳돈을 모으기 힘들 것 같아 부업을 시작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고용불안으로 인해 도태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요즘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없듯이 한살이라도 젊을 때 모아야 노후가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단순 부업이 N잡러는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 박 씨는 "가끔 주말에는 골프 레슨을 하면서 부수입을 낸다.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골프에 입문했지만 사고로 손을 놨다. 즐길 수 있는 실력은 된다"고 말했다. 

한가지 직업이 아닌 다양한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냐고 묻자 그는 "혼자 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씨는 "어느날 갑자기 목돈이 필요하게 되면 어디에 손 벌리겠냐. 여유 있을 때 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미도 살리고 돈도 버는 경우도 있다. 보험설계사 구모 씨(48)가 그렇다. 구 씨는 보험설계사 이면서 여행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대학생때부터 취미로 찍기 시작했던 사진이 반응이 좋았다. 구 씨는 "2년 전부터 한동안 잊고 살았던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은 삶의 활력소가 됐다. 보험설계사 일도 더 잘 풀렸다"고 말했다. 구 씨는 N잡러가 된 이유에 대해 '자유로움'을 손꼽았다. 

다인 가구에 비해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N잡러를 선택하는 요인으로 경제적인 부분이 압도적이다.

실제로 1인 가구가 대체로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 가치관을 바탕으로 소비에 치중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이들은 오히려 저축을 늘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29세 남녀 1인 가구 2천명 대상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42%가 "복수의 직업 활동을 한다"고 답했다. N잡러의 배경으로는 여유·비상자금 마련(31.5%), 시간적 여유(19.4%), 생활비 부족(14.1%) 등으로 나타났다.

 

박성준 상명대학교 공학심리학 조교수
박성준 상명대학교 공학심리학 조교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사회현상이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심리적인 영향으로 경제적인 안정을 원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의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박성준 상명대학교 공학심리학 박사는 "1인 가구이자 N잡러 삶을 살고 있다. 사회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은 가속화된다. 여기서 오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다른 또 다른 일을 선택 할 수 밖에 없다. 여유를 원해서 선택한 길이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아니다보니 고충이 많다"라며 "그럼에도 N잡러가 더 늘어나는 이유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조직적인 생활은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생산성은 낮아지는데 억지로 하는 것 보다 원하는 시간에 맞춰서 일하는 것이 더 능률적이다. 좋은 점이 부각되면서 N잡러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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