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미리캔버스 , 디자인 = 안지호 기자
사진 = 미리캔버스 , 디자인 = 안지호 기자
올해는 1인 가구 지원에 있어 첫 '걸음마'를 뗀 해다. 정부는 관련 정책 언급을 늘렸고, 1인 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도 늘었다. 서울시를 비롯해 발빠른 지자체는 이미 지원 사업을 시행하며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연말을 앞둔 지금, 1인 가구 대부분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원 사업이 있는지도 모르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타겟팅' 실패와 '홍보' 부족을 꼽는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지자체별 1인 가구 지원 사업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점검해 봤다. - 편집자 주

올해 서울시가 개최한 1인 가구 공감토크쇼에 참석한 이중식 '혼자 잘살기 연구소' 소장은 "각 지자체의 1인 가구 지원은 넘쳐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1인 가구 관련 사업의 현주소를 꼬집었다. 

1인 가구 지원 사업 수는 많지만, 1인 가구가 체감하고 필요로 하는 맞춤 사업은 부족하다는 의미다. 

실제 1인 가구 지원 사업 대상자인 1인 가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1코노미뉴스]는 장기간 홀로 생활한 수도권 20·30·40대 1인 가구 3명에게 질의응답 형식으로 1인 가구 지원 사업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자취 10년차 1인 가구 김기훈(38, 가명)씨

우리나라 1인 가구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글쎄요. 한 100만? 200만?

지난해 716만5788가구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10집 중 3집은 1인 가구라는 말입니다. 가늠되시나요? 가까이 있는 홍콩 전체 인구가 747만4200명입니다. 파라과이는 735만3038명이고요. 불가리아는 700만명을 밑도는 691만6548명입니다. 

-엄청나네요. 혼자 사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김기훈씨도 1인 가구시잖아요? 혼자 산 지 얼마나 되셨죠?

-네, 저는 대학교 졸업하고부터니까 10년 정도 됐네요. 서울 동대문구, 강북구, 마포구에서 전월세로 쭉 살고 있습니다. 

혹시 그동안 1인 가구 지원 정책을 받은 적이 있나요? 

-아니요. 혼자 산다고 뭔가 특별히 지원받은 건 없습니다.   

서울은 자치구별로 다양한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왜 참여하지 않으시나요?

-일단 있는 줄 몰랐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면 검색에서 걸리질 않으니까요. 강연이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크게 들지 않습니다. 

서울은 '1인 가구 포털'이 있습니다. 자치구별로 지원 프로그램 정보가 올라옵니다. 봐보니 어떠신가요?

-좋네요. 재무교육 같은 건 한번 받아보면 좋을 듯합니다. 반려식물도 좋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프로그램이 많네요. 

앞으로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실 의향은 있으신가요?

-한 번쯤 해볼 의향은 있습니다. 그런데 보면 다 선착순이자나요. 금방 찰 것 같아서, 쉽지 않아 보이네요. 직접적으로 알림이 오거나 하지 않으면 스스로 챙기기 어렵지 않을까요.

혹시 원하시는 정책이나 지원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정책이라면, 아무래도 공공임대주택이죠. 좀 더 나은 환경에 살면서,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게 삶의 질을 가장 확실하게 높이는 방법 아닐까요. 지원 프로그램은 취미생활이나 요리교실 말고 좀 더 장기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강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취 12년차 1인 가구 정은수(40, 가명)씨 

정은수씨는 혼자 산 지 얼마나 되셨나요?

-저는 한 12년 정도 됐습니다. 취업하고 3년 정도 목돈 모아서 서울에서 원룸 전세로 독립했으니까요.

혼자 살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살다 보니 1인 가구랄까요.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굳이 결혼이 필요한가 생각은 들어요. 오히려 어떻게 해야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을 계속 이어가며 살 수 있을까가 고민입니다. 

1인 가구의 삶, 모든 걸 홀로 해결해야 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불편이 왜 없겠어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문제가 없는데,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때, 당장 심리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어려움이 있습니다. 

1인 가구 지원 정책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적은 있으신가요?

-1인 가구 지원 정책은 모르겠네요. 그런 게 있나요? 강연은 참석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해 고양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하는 홈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딱히 없네요.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프로그램은 어떠셨나요?

-이런 이벤트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알려줘서 참여했었습니다. 당시 홈트가 유행이기도 했고요, 집에서 혼자하는 것보다는 좀 배워서 하고 싶어서 지원했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고요, 유익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다른 프로그램은 왜 이용하지 않으셨나요? 

-일단 매번 강연 일정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귀찮다고 할까요. 어쩌다가 생각나서 보면 이미 늦은 경우도 있고, 뭔가 많이 하는데 보면 1인 가구보다는 가족단위나 육아 관련 프로그램이 많더라고요.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이 늘어나면 참여할 생각은 있으신가요? 생겼으면 하는 프로그램이나 정책, 개선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이란 것 자체가 생소해서 모르겠습니다. 취미생활 관련 프로그램은 흥미가 있는데, 연령대나 관심사에 맞춰서 그룹을 형성해주면 좋을 것 같긴 해요. 그리고 프로그램을 할 때 미리 카카오톡 같은 DM으로 개별적으로 알림을 주면 좋지 않을까요? 정책은 혼자 사는 여성을 위한 안전·방범 정책을 확대해 줬으면 좋겠고요. 서울에는 병원 동행 서비스가 있다던데, 수도권 전역으로 넓혀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취 8년, 이사만 5번 김준호(29, 가명)씨

서울에서 8년간 5번이나 이사를 하셨다고요? 

-네, 월세는 1년 단위로 계약하는데요. 학교, 직장에 따라 거주지도 함께 옮기기도 하고, 월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일이 좀 겹치면서 이사를 자주 했습니다. 

주거 불안을 겪으셨겠네요? 어떠셨나요?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방 옮기는 게 말이 쉽지 생각보다 짐도 많고, 발품도 팔아야 해서 피곤합니다. 인턴인데 정직원 될 줄 알고 무턱대고 이사부터 했다가 붕 뜨기도 하고, 스트레스 엄청 받았습니다. 특히 월셋집이 갑자기 경매로 넘어간다고 해서 보증금이 1000만원인가 그랬는데 날릴까 걱정돼서 잠도 못 잤습니다.

혼자 살면서 가장 큰 불편이 '주거'였겠네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공공임대주택만 나오면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생활비 중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뭔가요?

-월세랑 관리비요. 고정비 중에 가장 큰 항목이니까요. 지난해에 전세를 알아봤었는데 대출받아서 이사했으면 감당 못 할 뻔했어요.

1인 가구 지원 정책을 이용해 본 적은 없으신가요?

-해봤습니다. 올해 청년월세지원금 받고 있습니다. 전세를 알아보려다가 이거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았는데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지금은 월세 부담이 상당히 줄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외에 다른 정책은 모르겠네요.

자치구별로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이 많은데요. 서울은 1인 가구 포털에서 관련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몰랐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프로그램이 있네요. 근데 딱히 듣고 싶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여유가 있을 때는 친구들과 만나고요, 주말에 일정이 비면 차라리 알바를 하는게 나을 것 같네요.

혼자 집에서 음식 해먹기 힘든데 요리강연을 들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집에서 거의 밥을 안 먹습니다. 요리를 못 해서라기보다는 귀찮은 게 더 큰 거 같아요. 퇴근길에 도시락이나 포장음식 사서 간단하게 먹거나 배달시켜 먹는 게 편하니까요. 

원하는 1인 가구 정책이나 지원 프로그램이 있나요?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청년월세도요. 생애 1회만 지원한다니 내년이 걱정입니다. 솔직히 1년 사이에 소득이 달라지는 것도 없고요, 월급이 올라봐야 얼마나 오르겠습니까.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은 좀 식상한 것 같아요.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더 다양한 1인 가구가 이용하려면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게 개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뷰어 3인은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랐다. 하지만 모두 학업·직장을 이유로 혼자 살기 시작했다. 1인 가구 지원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지했다. 몰라서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국민비서 구삐나 은평구청이 실시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는 카카오톡 알림서비스 같은 1인 가구 알림 서비스가 있다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의 다양성, 맞춤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올해 걸음마를 뗀 1인 가구 지원은 내년부터 한층 풍성해질 전망이다. 각 지자체에서 추진 중이거나 추진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정책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맞춤형 정책과 프로그램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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