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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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행된 1인 가구 지원 대부분은 시범사업 수준이다. 예산도 정책 고민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시작이 반이란' 말처럼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서울시 등 지자체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700만명이 넘는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1인 가구 정책은 아무도 하지 않았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찾는 것부터 난제였다. 그리고 지금도 '1인 가구 지원이 왜 필요한가?'란 부정적 의견에 정책 수립부터 예산 확보까지 고난의 연속이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연말을 맞아 2022년도 서울시 1인 가구 정책을 점검하며 맞춤 정책의 중요성을 제고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여성가족부는 이달 초 '1인 가구 등 다양한 가족 지원을 위한 가족센터 기능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244개 가족센터를 중심으로 1인 가구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가족센터에서 1인 가구 병원동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1인 가구 관련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자조모임을 지원해 사회관계망 형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1인 가구에는 상당히 익숙한 정책이다. 서울시와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어서다. 병원 안심동행, 안심마을보안관, 경제자립·관계형성 지원(1인가구지원센터), 전월세 안심계약 등은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정책이다. 

이미 운영 기간이 1년 넘은 것도 있고, 1년 미만인 것도 있지만, 높은 시민 참여와 체감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 정책은 1인 가구 수요 분석을 통해 탄생한 맞춤형 정책이란 공통점이 있다. 

1인 가구 정책 모범 사례로 서울에서 전국으로 확산하게 된 '스타 정책' 그 면면을 살펴봤다. 

서울시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 현장./사진 = 서울시
서울시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 현장./사진 = 서울시

◇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

대표작은 역시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이다. 지난해 11월 1일 서비스를 시작해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수 7800명을 넘어섰고, 지난 18일에는 누적 이용자 1만54명을 기록하며 인기 급상승 중인 정책이다. 

월 이용자 수만 1000명이 넘어 1인 가구 의료고충 해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의 성공 요인은 정책 수요층의 요구에 정확하게 답한 서비스 내용, 저소득층·고령층으로 지원 기준을 제한하지 않은 점, 비용 부담을 덜어낸 점이 꼽힌다. 

1인 가구가 홀로 살면서 가장 곤란할 때 1위가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다. 119구급대를 부를 정도로 응급상황이 아니고, 통원 치료 때마다 주변 도움을 받기 어렵거나 부담스러울 때 아주 유용한 서비스다. 

청년, 중장년, 노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중위 소득 100% 이하는 무료로 제공되니 문턱 역시 높지 않다. 

연령별 이용자 현황을 보면 70대 이상이 60%로 압도적이지만, 40~60대도 37.5%, 30대 이하는 3.5%를 차지했다. 중장년층과 청년층 역시 혜택을 받고 있단 의미다. 

이용 유형도 진료나 입퇴원 등 단기적인 부분이 약 60%로 높지만, 투석·검사·재활치료 등 정기적 이용도 40%나 됐다. 서비스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40대 1인 가구 김모씨는 이석증에 걸려 집 앞 병원도 가기 힘들었지만,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을 이용하면서 안전하게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30대 1인 가구 최모씨도 허리를 심하게 다쳐 움직일 수 없었는데 병원 동행 덕분에 입원이 가능했다. 최씨는 "당장 도와줄 사람도 없고, 119를 불러야 하나 고민하다가 혹시나 해서 연락했더니 집에서 병원까지 데려다주고 수속까지 도와줘서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는 지난해 시범운영 후 올해 본격화했으며 지난 9월부터는 퇴원 후 일상회복 안심동행서비스도 시범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병원동행부터 일상회복까지 공백 없는 돌봄 지원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인 가구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서비스./사진 = 서울시
1인 가구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서비스./사진 = 서울시

◇ 1인 가구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서비스

1인 가구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서비스도 전국구 1인 가구 정책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지난 12일, 누적 1810건을 돌파했다. 20·30대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끈 결과다. 

이 정책은 서울시 주거안심매니저가 1대 1 대면 또는 전화상담, 집보기 동행 등을 1인 가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5개 자치구에서 시작돼 현재 14개 자치구에서 44명의 주거안심매니저가 활동하고 있다.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86%가 '전월세 구할 때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고 90% 이상은 '지인에게 추천하겠다'고 답하며 호평을 받았다. 

실제 이용자 의견을 보면 "매니저님이 궁금했던 부분을 모두 해결해 주고 필수 체크리스트 등도 말씀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 "서울에서 첫 자취방 구하는 사람에게 강추" "더 많은 지역에서 서비스가 시행되면 좋겠다" "직접 동행해 줘서 너무 고맙고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또 이용할 것이다" "정말 좋은 서비스다. 전국구로 확대되길 바란다" "급박한 일정에도 빠르게 대응해줬고 별도 문자로도 챙겨줘 좋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불확실한 정보가 아닌 전문가 상담이라 큰 도움이 됐다" "전문가의 편향되지 않은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심사숙고해 좋은 방을 선택할 수 있었다" 등 호평이 많다. 

반대로 불만을 이야기하는 글도 보인다. "배정된 공인중개사가 전세보증보험 안 되면 들어가지 말라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끊었다" "등본이나 부동산 서류를 보고 분석해 주거나 주변 평판 등을 이야기해 줄 줄 알았는데 인터넷에 다 나오는 전세계약 주의점만 말해줘서 시간낭비란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방문해서 상담했는데 첫 마디가 내가 원하는 지역에 대해 본인은 잘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하면 대충 시세 알 거라는 말에 내가 여기 왜 왔을까 시간이 아까웠다" 등이다.

불만보다 호평이 더 많은 정책인 만큼 서울시는 내년 15개 자치구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계획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20·30대 1인 가구가 계약 상담, 집보기 등 주거 마련에 현실적 어려움과 불편을 느끼는 만큼 짧은 운영기간에도 많은 호응이 있었다"며 "1인 가구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현장의견과 수요 등을 반영해 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중장년 1인 가구 '행복한 밥상' 현장./사진 = 서울시
중장년 1인 가구 '행복한 밥상' 현장./사진 = 서울시

◇ 중장년 1인 가구 '행복한 밥상' 고독감 해소 ↑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중장년(만 40~64세)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행복한 밥상' 사업을 시행 중이다. 식생활 개선으로 건강을, 관계망 형성으로 고독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목표를 지녔다. 

'행복한 밥상'은 소셜다이닝 서비스다. 경기도, 부산시 등 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공동부엌과 유사한 서비스다. 

소셜다이닝은 참가자 만족도가 높은 1인 가구 맞춤형 정책으로 꼽힌다. 다만 타 지자체의 경우 사업 대상이 대부분 고령층이었다. 경로당, 노인복지회관 등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그 방식도 도시락 등 음식을 다 같이 모여서 먹는 형태에 그쳐 실효성 부분에서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런데 서울시는 중장년 1인 가구 정책으로 소셜다이닝을 도입했다. 실태조사 결과 중장년 1인 가구가 '혼자 밥 먹기 싫거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고 '귀찮거나 요리에 대한 불편'으로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는 점이 드러나서다. 

정책 시행결과는 성공적이다. 10개 자치구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나섰는데, 6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1000명을 돌파, 이달 초 기준 1365명을 기록했다.  

행복한 밥상에 참여한 50대 1인 가구 Y씨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과 알아갈 기회가 없어 아쉬움을 느꼈는데 행복한 밥상이 이웃과 교류하는 계기가 됐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50대 1인 가구 J씨도 "수업에서 배운 요리를 집에서도 해 먹는다. 입맛과 건강 상태에 맞게 식사를 챙길 수 있게 됐다"며 "혼자서도 건강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60대 1인 가구 K씨는 "수업을 들으려고 일정을 짜고 외출을 준비한다. 요리교실 덕에 하루를 활기차게 보낸다"며 "은둔하듯 집에서만 지내다 행복한 밥상에 참여하니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성북구에서 사업에 참여한 50대 1인 가구 L씨는 "마지막 수업날에 요리 봉사가 예정돼 있었다. 여기서 받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생각에 참여자들 모두 힘을 냈다. 서로의 삶과 즐거움을 공유하니 활력이 생기고 내 인생을 산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참여자들은 요리교실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감은 물론 사람들과의 교류 자체에 대한 만족감도 표현하고 있다. 시가 목표로 한 건강과 고립감 해소 모두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시는 내년 참여 자치구를 15개로 늘리고 1회성 요리교실로 끝나지 않고 참가자간 유대감·소통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조모임으로 연계할 계획이다. 

김선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중장년 1인 가구의 사회적 단절과 건강 악화 문제가 심각하다. 행복한 밥상은 이들의 식생활 개선 기여, 사회적 관계망 회복에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장년 1인 가구가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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