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1인 가구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지켜볼 수만도 없는 변화다. 저소득층, 다인(多人) 가구, 가족 중심의 현재 사회·복지 체계는 1인 가구를 품을 수 없고, 자살·고독사·고립·저출산·지역소멸·삶의 질 저하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다.

1인 가구 수 700만시대,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인구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미래를 준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는 정초부터 약자 동행, 제도 개혁 의지를 내비친 만큼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신년기획]으로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1인 가구 정책 현황과 과제를 대담형식으로 다뤘다. 

대담에는 박민선 숲과나눔 연구원, 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모니터링센터장, 안현찬 서울연구원 박사,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 1인 가구 수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세계적 추세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독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민선 연구원 :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사회변화를 겪고 있는 국가입니다. 1인 가구 증가를 포함한 인구변화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구조변화와 가족에 대한 인식변화, 여성의 사회적 참여증가, 가족 내 역할변화에 따라 늘어난 비혼과 저출산 증가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보편화와 맞물리면서 가속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변미리 센터장 : 빠른 도시화와 경제발전 속도, 사람들의 가치와 의식 사이의 지체나 격차 등이 급격한 1인 가구화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사회발전 정도와 남녀의 고정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의 더딤(가부장제 문화의 지속성), 저성장 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일자리의 재구조화와 청년실업,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고령자의 빈곤심화, 수도권의 인구밀집성(전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사는 사회)에 따른 주거이슈 등이 결합하면서 1인 가구 급증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현찬 박사 : 너무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원인은 자발적인 차원과 비자발적인 차원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자발적인 차원은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스스로 1인 가구가 되길 원하는 경우입니다. 비자발적인 차원은 별거, 이혼, 사별 등으로 불가피하게 1인 가구가 되는 경우입니다. 한국은 자발적 차원과 비자발적 차원 모두에서 1인 가구가 이전보다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다만, 최근 신3고(물가, 금리, 환율)와 같은 경제적 위기 상황은 비자발적인 차원의 1인 가구가 더욱 늘어날 우려가 있습니다.

윤성진 부연구위원 : 혈연이나 혼인관계에 기초한 가족 구성에 대한 압력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혼인에 대한 절차 및 비용에 있어 명시적·비명시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만혼 및 비혼, 학업 및 직장, 가족과 지내는 것이 불편한 이들에게 비혈연·비혼인 가족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남은 선택지는 1인 가구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높은 도시화율로 인해 도시적 생활양식이 나타나는 점이나, 학교 및 직장의 수도권 밀집으로 인해 원가족 유지가 어려운 점 등 도시문제와 연결된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통계적 측면에서 향후 1인 가구의 급증은 주로 고령인구의 증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별 및 이혼으로 인한 고령 1인 가구의 증가가 주된 증가 요인입니다. 

정재훈 교수 : 1인 가구 증가가 모든 연령대에서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의 경우 취업과 학업을 이유로 서울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하는 경향이 다른 어떤 국가보다 뚜렷합니다. 중장년은 최근 들어 증가 추세가 주춤해지긴 했지만, 빠르게 증가했던 이혼 등 결혼관계 해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가 노인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전체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견인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 1인 가구 수가 700만가구를 넘어서면서 사각지대 역시 깊고 넓어졌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혼자 산다는 이유로 무슨 지원이 필요한가' '저소득층 지원과 중복된다' 등 반대 목소리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 1인 가구 지원이 필요할까요?

박민선 연구원 : 1인 가구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인구집단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 정치, 경제‧산업, 문화 전반에 미치는 1인 가구의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1인 가구 집단 자체가 가진 가변성과 다양성도 동시에 커졌다는 점입니다. 과거 1인 가구는 지원 대상으로서의 요건을 충족하는 1인 가구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노인의 비중이 높았고,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된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2021~2022년 1인 가구 대상 조사결과를 보면 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되기로 선택했고, 1인 가구로서의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으며, 향후 1인 가구생활을 지속할 의향이 높은 이들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청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도 특징 중 하나입니다. 1인 가구 내에 다양성이 과거보다도 더 커진 만큼 1인 가구가 혼자 살아가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겪게 되는 즉, 홀로 사는 변수로 인한 고유한 어려움과 혼자 살아가는 것과 별개로 개별 1인 가구가 겪는 다른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는 어려움을 정확히 구분하고 이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변미리 센터장 : 1인 가구는 사회적 약자 집단의 한 그룹이라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자발적 1인 가구는 정책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삶의 전체 시기에서 누구나 1인 가구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사회이며, 사회는 그러한 1인 가구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확장할 의무가 있다는 인식이 중요한 때입니다. 중복지원의 문제는 서비스 전달 체계를 통해 개선될 것이며, 현재 정책지원은 중복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 역시 알아야 합니다. 

안현찬 박사 : 함께 거주하는 가구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이고, 많은 공공정책은 이러한 가구를 단위로 지원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가구형태별 비율이 변화했다면, 가구 단위 지원 정책도 이를 수용해야 정책의 합리성과 효과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1인 가구 지원을 특정 계층을 위한 새로운 정책보다는, 기존 가구 단위 정책의 업데이트로 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1인 가구 지원이 저출생 해소와 상충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출생 문제가 대단히 심각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현재와 미래가 불안정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1인 가구에게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고 미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지원이 제공될 때, 결혼과 출산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1인 가구 지원은 저출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성진 부연구위원은 : '혼자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취약성을 지닙니다. 위험 대응 능력, 사회적 고립 등에 있어 다인 가구에 비해 취약성이 높아서입니다. 또한,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합니다. 저소득층 지원과 중복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구 특성에 맞는 정책적 지원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높은 대상(저소득층)이 유사한 형태의 가구구성으로 존재한다면 기존의 저소득층 지원과 더불어 1인 가구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1인 가구의 상당수(과도기적으로 1인 가구를 살아내는 사람들도 있지만)는 기존의 생애주기에 따르는 것은 거부하거나, 포기·좌절된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혼인과 출산을 거부·포기·좌절하는 것에는 나름의 사정이 존재하며,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결코 저출산 대응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특히 기존의 정책적 지원 체계가 소위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고, 최근의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이 급증해 비혼 가구가 상대적인 배제를 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1인 가구에 대한 지원도 균형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정재훈 교수 : 한부모가족이 부모가족에 비해 갖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듯이, 혼자 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문제를 품은 1인 가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해결을 원하는 사회문제이기도 합니다. 젠더폭력이 구조화되어 있는 한국사회에서 1인 가구 여성의 안전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이미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삶의 형태가 되었지만,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이 여전히 지배적인 한국사회에서 1인 가구는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역시 지적하고 싶습니다. 1인 가구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관계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를 경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망을 복원하거나 유지·확대시켜주는 사회서비스의 필요성이 생겨납니다.

또 1인 가구의 삶이 자발적 선택이 아닌 비자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안정적 주거와 사회적 관계망 유지라는 인생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쉽습니다. 비자발적 요인으로서 학교나 직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고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인해 삶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자발적 요인에 따른 1인 가구 증가가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KB금융연구소,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 그러나 별거·이혼·사별 등을 포함해 학교와 직장 요인에 따른 비자발적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1인 가구이기에 갖는 특별한 욕구가 있고, 1인 가구이기에 경험하는 사회적 관계에서의 문제가 있으며,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된 사람들에 대해 한국사회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진=미리캔버스, 대법원/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 대법원/디자인=안지호 기자

전문가들은 우리사회가 분명한 1인 가구 증가 요인을 품고 있고, 앞으로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2010년 414만2000가구에서 2021년 716만6000가구로 10여년 만에 300만가구 넘게 급증했다. 2040년에는 그 수가 900만가구를 넘어서고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4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야말로 급변이 예고되어 있다. 인구 변화 흐름은 확고하지만 제도적 개혁은 더디기만 하다. 아직까지도 1인 가구 지원 필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기존 정책으로는 1인 가구를 품을 수 없으며 '출산율을 높이려면 1인 가구를 지원하면 안 된다'는 단편적 사고에서 즉각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1인 가구 지원 정책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목소리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2023년 신년기획은 다음 편에서 전문가 대담을 통해 본 '1인 가구 정책 과제와 나아갈 방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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