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안지호 기자
디자인=안지호 기자

세 집 건너 한 집은 '1인 가구'인 시대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진 만큼 관련 지원 필요성 역시 커졌다. 일부 지자체는 조례안을 발의하고 지원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신년기획]으로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1인 가구 정책 현황과 과제를 대담형식으로 다뤘다.

대담은 1부 '저출산 시대 1인 가구 지원 필요한가?'에 이어 2부 '전문가 5인이 밝힌 2023 정책 방향'으로 이뤄졌다. 대담에는 박민선 숲과나눔 연구원, 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모니터링센터장, 안현찬 서울연구원 박사,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 과거를 돌아보고 반면교사 삼기 위해 앞서 시행된 정책·지원 사업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박민선 연구원 : 최근 정부와 지자체의 1인 가구 정책에 대한 관심과 예산이 늘어나면서 과거보다 1인 가구 지원 정책과 프로그램의 수도 많이 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었던 사업으로 서울시가 운영했던 '1인 가구 포털'을 꼽고 싶어요. 1인 가구 만을 위한 지원을 한데 모아 연령별, 성별, 지역별로 필요한 정책들을 검색해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였다는 점에서 1인 가구의 욕구와 필요를 모두 충족한 사업이었다고 평가합니다. 현재 1인 가구가 수도 계속 증가하고 다양성도 더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정책 플랫폼 형 서비스가 앞으로도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안현찬 박사 : 지금까지 1인 가구를 위한 많은 정책이 추진되었는데, 반면교사할 점은 2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첫째는 1인 가구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많이 만든 것에 비해 다인 가구를 전제로 만들어진 기존의 법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다소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연령, 성별, 소득, 1인 가구가 된 원인 등에 따라 다양하고 이질적인 1인 가구의 특성에 맞춰 세분화된 정책 설계와 집행이 다소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정재훈 교수 : 2020년 6월 25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1인 가구 중장기 정책방향 및 대응 방안'을 내놓았었죠. 대응 방안은 정책목표로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경제ㆍ사회적 변화에 선제적 대응', '취약 1인 가구의 빈곤, 사회적 고립감 등 삶의 질 개선' 등이 거론됐습니다. 이런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득ㆍ돌봄, 주거, 안전, 사회적 관계망, 소비 등 5대 분야 생활 기반별 정책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1인 가구 실태 파악을 위한 체계적인 조사를 공언하기도 했죠.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다음과 같은 한계와 과제를 갖고 있어요.

먼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즉 지자체 간 역할 분담 구조를 명확히 드러내지 못했죠. 1인 가구 지원 사업의 대부분은 지자체가 주체가 될 수 있어요. 중앙정부는 전국적으로 단일한 급여를 제공할 수 있는 현금급여의 특성을 반영하여 소득보장 및 조세 영역에서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1인 가구 지원정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지자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주거, 안전, 사회적 관계망, 소비 영역에서 1인 가구 지원정책의 주체가 될 수 있어요.  따라서 중앙정부는 재정(예산) 지원을 하고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집중 발굴ㆍ제공하는 역할 분담 구조를 확립하고 이에 따른 '1인 가구 중장기 정책 방향'제시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역할 분담 구조 없이 1인 가구 지원사업을 '평면적으로' 늘어놓은 정책 방향 제시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1인 가구 지원정책이 나올 수 있는 경로가 차단되었어요. 또한 중앙정부가 어느 정도 규모로 재정 책임을 지고 지자체는 어떤 정책적 책임을 지고 1인 가구 지원사업을 전개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 제시도 찾아볼 수 없어요. 1인 가구 실태조사를 약속하였지만 실태조사 관련 소식 역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1인 가구 지원사업은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 출발한 서울시 사업 사례를 다른 지자체에서 베끼는 정도 수준에서 전개되는 실정입니다. 

사진=대한민국 대통령실.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대한민국 대통령실.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 1인 가구 정책·지원 사업 수립에 앞서 가장 먼저 고려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변미리 센터장: 간단하게 말하자면 1인 가구의 지속성 파악하고 1인 가구의 현황 분석해서 1인 가구 정책 수요 분석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윤성진 부연구위원 : 1인 가구의 증가는 생애주기의 다변화와도 연결됩니다. 즉, 기존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립-혼인-출산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를 소위 '적령기'에 해나가는 삶의 형태 따랐다면, 이제는 경로나 시점에 있어 다양한 경로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1인 가구'로 제시되는 가구 유형 안에 공통점도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상당한 수준의 이질성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이질성을 섬세하게 파악하고, 속성에 따라 세부 유형으로 나누고, 유형별로 정책적 우선순위와 적절한 사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안현찬 박사 : 모든 정책이 마찬가지지만, 1인 가구의 입장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1인 가구라고 해서 무조건 취약계층은 아닙니다. 연령, 성별, 소득 등에 따라 정책 수요도 다릅니다. 또한 1인 가구는 정책 지원을 받기를 원하지만, 이로 인해 자신이 1인 가구임이 드러나거나 본인의 사생활을 침해받는 것에 민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1인 가구의 특성을 세밀하게 고려해서, 지원 내용과 방식을 수립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정재훈 교수 : 일단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전문적인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서울시의 경우처럼 건강가정지원센터 내 1인 가구지원센터를 둘 수 있어요. 혹은 지역사회 종합사회복지관 내에도 1인 가구 지원 전담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존 체계 내 하위 체계로서 1인 가구지원센터에서 나아가, 독립적인 1인 가구지원센터를 지자체에서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어요. 또한, 연령별 특성에 따른 욕구가 있는 것도 분명하지만, 한국의 1인 가구 지원서비스는 지나치게 세대 간 단절된 형태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청년, 중장년, 노년으로 분리된 서비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은 한국사회의 세대 간 갈등, 배제와 혐오를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또한 갈등과 배제, 혐오의 결과라고 볼 수 있죠. 세대통합적 1인 가구 지원서비스 확대를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자체의 1인 가구 지원 조례 제정이 상당히 늘었습니다. 올해 한층 다양한 1인 가구 지원이 기대됩니다. 앞으로 필요한 1인 가구 정책·지원 사업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박민선 연구원 : 1인 가구는 작년 행안부 발표로 946만 명, 전체 가구 수의 40.3%를 차지할 만큼 우리 사회의 주요 인구집단이 되었어요. 그만큼 우리 사회 정치, 경제‧산업, 문화 전반에 미치는 1인 가구의 영향력도 커진 셈이죠.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1인 가구 집단 자체가 가진 가변성과 다양성도 동시에 커졌다는 점이에요. 과거 1인 가구는 지원 대상으로서의 요건을 충족하는 1인 가구들이 상당히 많았죠. 노인의 비중이 높았고,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된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1~2022년 1인 가구 대상 조사결과들을 보면 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되기로 선택했고, 1인 가구로서의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으며, 향후 1인 가구생활을 지속할 의향이 높은 1인 가구들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가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젊은 청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도 특징 중 하나입니다. 1인 가구 내에 다양성이 과거보다도 더 커진 만큼 1인 가구가 혼자 살아가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겪게 되는 즉, 홀로 사는 변수로 인한 고유한어려움과, 혼자 살아가는 것과 별개로 개별 1인 가구가 겪는, 다른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는 어려움을 정확히 구분하고 이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고민해보아야 해요. 

이런 때일수록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인식은 어떠해야 하며 근본적인 대응방향은 어떻게 잡고 나가야 할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죠. 

현재의 지자체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 지원 정책과 예산은 1인 가구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증가라는 점에 있어서는 환영할 부분이 분명 하나, 보다 근본적인 질문과 고민이 없이 그저 다른 시도에서 시행된 지원책의 반복에서 끝난다면 미봉책으로 남을 수 밖에 없어요.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에요. 비혼의 증가와 가족해체가 저출산고령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이 또한 분명하고 거스르기 어려운 사회적 흐름이라는 점만은 분명하죠. 1인 가구를 억지로 2인가구, 3인가구 되게 하는 노력은 허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요. 저출산고령화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되, 이미 사회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은 1인 가구가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데 우리 사회가 준비되지 않은 부분 혹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점검하고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유효하다고 할 것입니다.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사회의 변화에 대한 적응 개선과 취약 1인 가구 지원이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동시에 가지고 가되 구체적이면서 세분화된 맞춤형 대응방향 마련이 필요해요. 이를 위해 정확하고 심층적인 조사체계 마련, 기존 정책과의 효과적인 연계, 융합, 서비스전달체계 개선, 민관학언 등 사회 각 영역간의 협력과 공동대응노력이 중요합니다. 

변미리 센터장 : 1인 가구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잘 고려해서 정책을 여타 정책과 결합시키거나 독자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재정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중 1인 가구의 빈곤 문제는 사회정책 차원에서 빈곤지원 정책의 영역 안에서 진행해야 하고, 고립의 문제는 1인 가구가 갖고 있는 특수성영역이 부각되므로, 이는 1인 가구 세대별, 계층별 특성을 고려해 관계지원에 대한 정책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어요. 이는 1인 가구 지원 전달체계의 재조정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이유기도 하죠. 

안현찬 박사 : 특정 지원 정책과 사업을 제안하기에 앞서 지원 대상에 중장년 1인 가구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1인 가구 지원 대상은 주로 청년과 노인이었고, 이로 인해 청년 정책이나 노인복지 정책과 중첩되는 면이 적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중장년은 정책 지원 필요성이 낮다고 생각한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나 기사들은 중장년 1인 가구가 상당한 어려움과 위험에 처해 있는 반면에, 사회적 인식과 시선 때문에 정책 지원을 받기 꺼려하거나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제가 적기에 해결되지 않고 중장년 1인 가구가 노년이 된다면, 개인이 겪는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비용은 훨씬 더 커질 겁니다. 

여러 지자체가 제정한 고독사 예방 관련 조례는 이러한 중장년 1인 가구의 가장 심각한 문제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다만, 중장년 1인 가구가 겪는 문제는 고독사 말고도 다양하다는 점에서, 1인 가구 지원 정책 전반에서 중장년을 고려하는 변화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윤성진 부연구위원 : 아무래도 1인 가구 지원 조례가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문제에 대응하여 제정되었고, 이후 이를 기초로 확산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주로 청년 1인 가구를 전제로 사업이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문제의 경우 중장년 1인 가구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사업 운영에 있어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초기 1인가구 조례 제정때부터 고민해 온 1인 가구로 거주하되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하고, 공동체로 편입되는 '사회적 가족도시' 개념을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실천 사례를 축적해야 합니다. 여전히 혈연이나 혼인관계가 아닌 가족에 대한 이질감이 높은 사회적 환경 속에서 다양한 대안적 삶의 형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해요. 

정재훈 교수 : 1인 가구 지원 조례를 갖고 있는 지자체 수가 늘어났어요. 그런데 1인 가구 지원의 중심은 결국 고립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 수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에요. 이는 현금이나 기타 물질적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닙니다. 결국 사람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과제죠. 그러나 1인 가구 대상 서비스를 특화한 서비스 전달체계가 서울시 1인 가구지원센터를 제외하면 사실상 다른 지자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에요. 결국 지자체 1인가구 지원 조례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1인 가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서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사진=뉴스1,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뉴스1,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대담에서 1인 가구 증가를 놓고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인 가구 정책의 단면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현주소를 정확하게 꼬집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렸다. 2023년 1인 가구 정책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잘 고려해서 좀 더 촘촘하면서 세밀한 맞춤형 정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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