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인 시대가 됐다. 2022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6.8%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인 가구는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구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24개 1인가구지원센터에서 교육, 여가, 상담, 사회적 관계망 개선 등 다양한 1인 가구 지원 사업을 펼쳤다. 총 3만2825명의 시민이 1인 가구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640건의 1인 가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인 가구는 만족감을 느꼈을까. [1코노미뉴스]는 서울시와 함께 '1인 가구 지원사업 우수 수기 공모전'에 참가한 1인 가구의 체험담을 <1인 가구 스토리> 코너를 통해 장기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여러분, 저 잘 보이시나요?"

네모난 핸드폰 화면 속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단발머리의 그녀. 그녀는 우리의 K-pop 댄스 강사님이다. 화면 속 또 다른 네모에는 손으로 '오케이'표시를 한 참가자들 네다섯 명이 보였다. 앞으로 4주간 함께 댄스 수업을 듣게 될 동기들이었다. 그들은 화면과 오디오가 이상 없이 잘 송출되고 있다는 저마다의 손 표시를 내보였다. 나도 얼른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만들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ZOOM 회의 어플에 모여 비대면 수업 방식의 K-pop 댄스 수업을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 직장 외에는 도통 어디 나갈 일이 없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도 코로나 옮을까봐 걱정돼서 마음 편하게 못 만났다. 그리고 취미로 가던 체육 시설도 중단 되면서, 운동을 못 하니 하루가 다르게 체중도 늘고 우울감도 늘기 시작했다. 삶의 낙이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혼자 고립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고 무거워지기 시작할 시점, 내 고민을 들어주시던 상담선생님이 <서울 1인 가구 포털> 사이트를 한번 활용해보라며 링크를 보내주셨다. '오! 1인 가구 사이트라는 게 있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링크를 눌러보았고, 재미있어 보여서 홧김에 신청해본 클래스가 바로 이 K-pop 댄스 수업이었다.

 

"오늘은 <Jay Park - All I Wanna Do> 댄스 챌린지 안무를 배울 거고, 수업 끝나면 인스타그램 '릴스'에 업로드 해주시면 됩니다!"

댄스 강사님은 우리가 배울 '댄스 챌린지'구간의 춤을 보여줬다. 그녀는 뼈가 없는 유연한 문어처럼 춤을 정말 멋있게 추었고, 우리는 그 춤이 끝나자마자 박수를 쳤다. 화면으로만 봐도 너무 멋있는데 실제로 보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운 순간이었다. 댄스 강사님은 지금 자신이 춘 춤을 우리가 배우게 될 거고, 생각보다 쉬우니까 겁먹을 필요 없다고 했다. '과연 저 춤이 가능할까?'의구심이 들었지만, 댄스 강사님을 믿고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본격적으로 춤을 배우기 전 다 같이 스트레칭 하면서 몸을 푼 다음 가사 단어와 템포를 쪼개서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손동작, 발동작, 웨이브 등 복잡한 동작들이 쉴 새 없이 휘몰아쳤고, 순서를 외우기는 커녕 한 동작마다 허우적거리면서 따라 하기 바빴다. 괜히 팔자에 없는 춤 배운다고 나댔는가 싶은 후회가 들다가도, 이따가 인스타그램 '릴스'도 올려야하니까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몇 번이나 고쳐먹으면서 열심히 따라했다. 화면 속 또 다른 네모에 보이는 다른 동기들의 모습을 보니 나처럼 하나하나 따라 하기 바쁜 친구들도 있었고, 자연스럽게 순서를 외워서 이미 연습중인 친구들도 보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2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모두 잘 참여해줬다는 댄스 강사님의 격려와 함께 박수를 치면서 Zoom 수업이 끝났다.

수업은 끝났지만, 남은 미션 하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올려야 했다. 2시간 내내 같은 동작을 하다보니까 순서나 춤은 간신히 외웠는데, 릴스에 올리는 문제는 살짝 고민이 됐다.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닌데 영상을 올렸다가 놀림이나 받는 거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심히 춤 연습한 시간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 딱 감고 인스타그램 릴스에 영상 게시물을 올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내 K-pop 댄스 챌린지 릴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하트 버튼을 눌러주고 가기 시작했다. 서로 맞팔로우 한 친구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외국인들도 엄지척 댓글을 적어주고 갔다. 내 부족한 춤을 보고 간 사람이 많다는 것에 느껴졌던 부끄러움도 잠시, 내 도전에 응원과 박수를 쳐주는 사람들의 많다는 사실에 더욱 더 힘이 나고 가슴도 뭉클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댄스만 배우면 되지, 왜 릴스 올리는 미션까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모두 해보니 혼자라는 고립감에 몸서리 쳤던 내가, 이렇게 매체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소통의 힘을 느꼈다. 같이 댄스 수업을 듣던 친구들과 하트를 주고받고, 타인으로부터 응원을 받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이 올라가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가 주는 무기력은 더 이상 없어졌다. 나는 그 이후로 춤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1인 가구 지원사업 프로그램]들을 신청하며 다른 청년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일상의 작은 변화를 통해 내가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내 인생이 춤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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