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다정
사진=이다정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이다정=연초마다 만성 인후염으로 고생하는 필자는 이번 새해도 어김없이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새해를 맞이하고 일주일 후, 처음에는 가벼운 목감기로 여겨졌지만 열감기가 시작됐다. 

지난달에 코로나를 두 번째로 앓고 걸리는 감기였는데 그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목감기로 시작해, 해열, 코감기로 번졌고 2주 동안 감기와 지독한 싸움을 치러야 했다.

​한국에서는 감기가 너무 심하면 병원에 방문하지만 영국에서는 코로나가 아닌 이상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는다. 한국의 국민 의료보험 제도와 달리 영국은 영국에 거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필요한 국민 보건 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를 제공하는데 무료이기 때문에 진찰받는 대기시간이 굉장히 길다. 응급한 상황의 환자 같은 경우에도 긴급하게 진료를 받지 못하니 감기에 걸렸을 때 해열 진통제(Paracetamol)를 구입해 먹고 쉬는 방법이 최선이다.

사진=이다정
사진=이다정

 

​​긴 연말 연휴를 보내고 회사에 복귀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고 회사의 인원도 적어진 터라 Sick Day를 사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몸은 아팠지만 감기에 지고 싶지 않았고 해야 할 일들도 많았기에 감기약과 스트랩실을 꾸준히 복용하며 회사를 다녔다.. 결국 일주일을 버티고 외근을 다녀온 다음 날, 출근 준비 중에 쓰러졌다. 회사에서는 말 그대로 강제 휴식을 권고했다. 그날 하루 반나절을 자고 일어났지만 몸이 여전히 무거워 움직일 수가 없었다.

타지 생활을 하면서 아플 때 가장 가족들이 더 생각나고 보고 싶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기에 아프다는 것을 아시면 더 걱정하실 것 같아 가족들에게 굳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외로웠지만 외롭지 않았다. 영국 생활을 만난 소중한 인연들 덕분이었다. 친한 친구는 이날 아무것도 못 먹었을 필자를 위해 우버이츠로 점심 쌀국수를 보내줬다. 코감기 때문에 맛을 느낄 수 없었지만 정말 따뜻했다.

플랫 메이트는 퇴근하여 저녁과 감기에 좋은 배, 마누카 꿀, 비타민, 중국 전통 감기약을 챙겨줬다. 덕분에 몸이 조금씩 가벼워짐을 느꼈다. 역시 하루 푹 쉬고 나니 그다음 날에도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정상 출근을 할 수 있었다.

​필자의 새해 복은 지독한 감기와 함께 왔다. 주위에 나를 진심으로 챙겨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복 받은 일이다. 특히 타지 생활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인연을 이어 나가는 것보다 더 행운인 일이 있을까. 고마운 마음에 그리고 걱정시키고 싶지 않기에 1인 가구로 살아가면서 스스로 더 몸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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