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설 명절이 끝나자마자 안타까운 소식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홀로 거주하다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고독사 소식이다. 

각 지자체는 명절에 앞서 위기가구 방문을 강화하며 만전을 기한다고 하는데 관련 사고는 매번 반복된다. 공통점은 사각지대다. 

이번 설에 발생한 고독사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설날 아침 서울 용산구 후암동 한 단독주택에서 홀로 거주하던 75세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는 명절을 맞아 부모님 집을 찾은 아들이다. 경찰은 A씨가 지병으로 숨진 거로 파악하고 있다. 고독사다. 

자치구별로 우리동네돌봄단을 운영하고 위기가구 발굴 및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는 서울에서 또다시 고독사가 발생한 것이다. 서울시는 연휴에 앞서 이러한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해 불행한 사고를 막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고독사 사고가 발생한 이유는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고독사한 A씨는 취약계층이 아니며 장애도 없었다. 즉 위기가구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 추석에도 60대 남성이 고독사했는데 고인 역시 위기가구 돌봄 대상이 아니었다. 

위기가구 발굴 모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위기가구 발굴 대상은 경제적 취약계층, 노인, 장애인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고독사는 오히려 50~60대 중장년 남성이 많지만, 이들은 위기가구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전모(65)씨는 "홀로 거주하지만 구청에서 전화 한 번 받은적 없다"고 말했다. 전씨는 경제적, 신체적으로 취약계층에 들어가지 않는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김모(46)씨도 고립 생활을 했지만, 위기가구에 대상이 아니었다. 김씨는 "직장 내 트러블로 일을 그만두고 기숙사, 나와서 옥탑에 살고 있다. 거의 1년 반 만에 다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아무도 안 만나고 방에만 있었다. 구청에서 연락오거나 그런 건 없었다. 아무도 안 찾아왔다. 고립 생활 중에 이대로 죽으면 고독사인 건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위기가구 발굴 사각지대에 있다. 

청년 고독사 문제도 심각성을 더해가지만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없다. 

1인 가구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서울시조차 추정치만 있다. 

최근 서울시는 청년층 설문조사를 통해 고립·은둔 청년이 13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국적으로는 6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1인 가구수가 2021년 700만가구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태조사 부족은 심각한 문제다. 

박진옥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그로 인한 고독사 해결 핵심은 지역사회에 있다"며 "정확한 통계와 지원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전했다. 

정희선 일본 경제 칼럼니스트는 "일본의 경우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와 관련한 지원 단체만 1000여개에 이른다. 관련 실태조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대가족이 해체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인구변화를 받아들이고 국가 차원에서 '고독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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