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옥 나눔과 나눔 사무국장
박진옥 나눔과 나눔 사무국장

지금 국회에서는 2021년 4월 시행된 '고독사 예방법(고독사 예방법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김홍걸 의원은 지난 3월 16일 '고독사'를 '고립사'로 변경하고, 고립사의 범위에 '무연고 사망자'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3일 한정애 의원은 고독사 대상자를 1인 가구로 한정하는 문구를 개정하여 가구 유형이 아닌 대상자의 사회적 고립에 중점을 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밖에도 '고독사 위험자 지원통합시스템' 마련과 '고독사 예방 협의회'를 보건복지부장관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하는 개정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홀로 살아'고독'할 수 있어도 '고립'되어서는 안된다

고독사와 유사한 단어로 독거사, 고립사,무연(無緣)사(또는 무연고 사망) 등이 있다. 독거사는 혼자 살던 사람이 즉, 1인 가구로 살던 사람이 홀로 사망하고 발견되는 죽음으로 관계 단절 또는 고립이 전제되지는 않는다. 한편 고립사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고립상태에 있던 사람의 죽음으로 반드시 1인 가구가 아닐 수도 있다. 

한국보다 일찍 고독사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고독사라는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고독사 문제에 대응하는 일본의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와 공식 문서에는 '고독사'대신 '고립사(孤立死)'를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 측면보다는 ‘사회적인 단절과 고립된 상태’라는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고독사의 정의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뜻한다. 고독사에는 고립생(孤立生)이 앞선다. 통상 3일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고독사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망 후 3일 동안 아무도 그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고인이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고립생을 살았다는 하나의 방증인 것이다.

홀로 살아서 '고독'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사회 공동체는 고립된 사람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설령 스스로 고독을 선택했다고 해도 고립사를 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한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회 구성원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회 여건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고독사 보다는 고립사라고 하는 것이 사회적 의미에서 더 타당할 것이다.

고립사 방지 대책 알리는 후생노동성./ 사진=일본후생노동성 이미지 캡처
고립사 방지 대책 알리는 후생노동성./ 사진=일본후생노동성 이미지 캡처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은 명확히 구분해야

고독사의 유사 단어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무연사 또는 무연고 사망'이다. 하지만 '무연고 사망'은 사망 후 장례를 치를 사람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개념으로 생전에 홀로 살았는지 또는 홀로 사망했는지와는 무관하다. 

예를 들어 고독사한 사람의 장례를 치를 연고자가 없다면 고인은 '무연고 사망자'가 된다. 하지만 고독사했더라도 연고자가 나타나 장례를 치렀다면 고인은 '무연고 사망자'가 아니게 된다. 서울시의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고독사 의심사례는 대략 전체의 30%정도다. 

그런데 김홍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무연고 사망자를 고립사한 것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자의 개념은 명확히 구분되고 통계에서도 별도로 관리되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현대 한국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사회 이슈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두 가지 각각의 고유한 정책이 있어야 하고, 고독사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교집합적 정책 또한 필요하다. 무연고 사망자를 모두 고독사 범위에 포함하고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